추억에 살다.
Season 3
열한 번째 이야기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에 다시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알겠습니다.”
“네, 신경 써주세요.”
“고맙습니다.”
“하아.”
도대체 얼마나 돌아다닌 것일까? 아무리 경기가 어렵다고 하지만 일자리 구하기가 이렇게 힘이 들었던 것일까? 윤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 정도면 경력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윤호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미치겠네.”
머리가 지끈 거렸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냥 그 가게를 가지고 있었어야 했던 건지 윤호는 머리가 지끈 거렸다. 분명 무엇이든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막상 사회라는 곳은 뛰쳐 나와 보니 상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곳이었다.
“후우.”
일단 집으로 돌아가야 할 듯 했다.
“서 선생.”
“네?”
“내가 불편해요?”
“아, 아니요.”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안 불편해요.”
“그래요?”
민용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는 불편한데.”
“네?”
“나는 불편하다고요.”
“아.”
민정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왜요?”
“내 마음을 나도 모르겠거든요.”
“이 선생님.”
“나 있죠. 윤호 자식이 너무나도 부러워요.”
“윤호가요?”
“네.”
민정의 물음에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윤호가 왜 부러워요?”
“하고 싶은 건 다 하잖아요.”
민용이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런 거 못 하는데 말이죠.”
“이, 이 선생님.”
“서 선생 보기에는 내가 바보 같죠?”
“아니요.”
민정이 고개를 가로 저었다.
“바보 안 같아요.”
“아니요. 바보 맞아요.”
민용이 고개를 떨구었다.
“윤호 자식은 그래도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가 누구인지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알고 있잖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뭐든지 다 할 준비가 되어 있는 녀석이잖아요.”
“이선생님도 마찬가지잖아요.”
”아니요.”
민용이 고개를 저었다.
“나는 아니에요.”
“아니시라고요?”
“네.”
민용이 하늘을 바라봤다.
“나도 그렇게 돌격하고 싶어요.”
“그럼 하세요.”
“서 선생.”
“네.”
“내가 누구를 좋아하는 걸까요?”
“!”
민정의 눈이 흔들렸다.
“그, 그게 무슨?”
“내가 서 선생을 좋아하는 걸까요? 신지를 좋아하는 걸까요?”
“그, 그건 저도.”
“나도 모르겠어요.”
민용의 눈이 쓸쓸히 빛났다.
“너무 어렵거든요.”
“어렵네요.”
“어려워요.”
민용이 발로 돌멩이를 찼다.
“서 선생.”
“네?”
“처음부터 좋았어요.”
“!”
“처음 서 선생을 봤을 때부터.”
“이, 이 선생님.”
“그리고 지금도에요.”
“하아.”
민정이 작게 한숨을 토해냈다.
“지, 진심이세요?”
“네.”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에요.”
“그러시군요.”
민정이 살짝 아래 입술을 물었다.
“저는 이 선생님이 좋았어요.”
“과거형이네.”
“네?”
“과거잖아요.”
민용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은 아니라는 이야기죠?”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알아요.”
민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라도 나 같은 녀석 싫을 거예요.”
“이, 이 선생님.”
“알고 있다고요.”
민용이 멀리를 바라봤다.
“그런데요. 서 선생.”
“네.”
“그걸 알면서도 어쩔 수가 없어요.”
“…….”
“그게 이민용이니까요.”
“이 선생님.”
“후우.”
민용이 한숨을 토해냈다.
“미안해요.”
“뭐, 뭐가요?”
“아침부터 머리 아프게 해서요.”
“아, 아니에요.”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내가 생각해도 나 바보 같아요.”
“이 선생님.”
“너무 한심하잖아요.”
민용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짝사랑도 양다리라니.”
“풋.”
민정이 작게 미소를 터뜨렸다.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렇네요.”
민용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서 선생.”
“네.”
“머리 아프기 해서 미안해요.”
“아니에요.”
민정이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제 탓도 있는 거잖아요.”
“서 선생 탓은. 그저, 너무 예쁜 것 뿐입니다.”
“!”
“그 뿐이에요.”
민용이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안 가요?”
“가, 가요.”
민정이 민용을 따라 갔다.
“이, 이게 뭐하는 짓이야?”
신지의 볼이 붉어졌다.
“배,
“미안.”
성현이 고개를 떨구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
“이, 이게 무슨.”
신지는 너무나도 당혹스러웠다. 키스라니? 갑작스러운 키스라니?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미안해.”
성현이 사과의 말을 건넸다.
“하지만 나 말하고 싶었어.”
“뭐, 뭘?”
“그 때는 말 하지 못 했거든.”
“뭘 말하지 못 했다는 거야?”
“내 마음.”
“!”
신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네, 네 마음?”
“응.”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 너 좋아했어.”
“!”
신지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그걸 왜 말하는 거야?”
“계속 담고 있었어.”
“!”
“계속 말이야.”
성현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나 우습지?”
“그, 그게 아니라.”
신지는 당혹스러웠다.
‘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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