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블로그 창고

추억에 살다. Season 3 - [열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3. 30. 00:15

 

 

 

추억에 살다.

 

 

Season 3

 

열 번째 이야기

 

 

 

너희들 되게 복잡한 사연을 가지고 있더라.

 

들었어?

 

.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네 전 남편이었던 이민용이라는 사람하고는 친해지지 못했는데, 윤호라는 아이랑은 친해졌어.

 

그렇구나.

 

아침, 민용과 민정은 출근을 했다. 그리고 윤호는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구해본다고 집을 나섰다. 지금 이 집에 남아 있는 사람은 성현과 그리고 한 아이를 가진 어머니인 신지가 있었다.

 

아이 데리고 오겠다며?

 

아니.

 

신지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안 데리고 오려고.

 

?

 

성현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네가 키우고 싶다고 했잖아.

 

생각해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어째서?

 

성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이를 엄마가 키우는게 왜 이상한 거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아.

 

신지가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이 아이도 맡겨야 할 것 같아.

 

, 신지야.

 

성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

 

어쩔 수 없잖아.

 

신지가 쓸쓸히 미소를 지었다.

 

나는 집에 없는 걸.

 

그래도.

 

더 힘들어 할 거야.

 

신지가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준이 지금 그 상황에 잘 적응해 있어.

 

그래도 그건 아니지.

 

?

 

신지가 성현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견디는 힘이 있어.

 

성현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른들 멋대로 정의할 필요는 없다고.

 

어른들 멋대로?

 

그래.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가 못 견딜 지 네가 어떻게 알아?

 

, 그야.

 

준이도 사람이야.

 

“…….

 

신지가 입을 다물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을 거라고.

 

사랑하는 사람?

 

그래.

 

성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너 나에 대해서 잘 모르지?

 

?

 

신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성현이 쓸쓸하게 웃었다.

 

그 때 우리 많이 친하지는 않았잖아.

 

그렇지.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왕따였으니까.

 

아니.

 

성현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네가 왕따여서가 아니야.

 

, 그러면?

 

내가 모두를 피했어.

 

성현의 표정이 쓸쓸했다.

 

네가 모두를 피했다고?

 

.

 

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친해지는 게 두려웠거든.

 

, 어쨰서?

 

신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왜 두려워?

 

나를 알게 될 까 봐.

 

?

 

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엄마랑 아빠가 없어.

 

!

 

신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 몰랐어.

 

당연하지.

 

성현이 코 아래를 비볐다.

 

내가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 어째서?

 

창피했어.

 

, 창피했다고?

 

.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우습지?

 

, 아니.

 

신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어쨰서 우스운 거야.

 

그런데 나 사실은 엄마 아빠가 없는 게 아니었어.

 

?

 

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 그게 무슨 말이야?

 

이혼하신 거였거든.

 

!

 

그리고 두 분 다 집을 나갔어.

 

.

 

신지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분 모두?

 

.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두 분은 서로가 키울 줄 알았나 봐.

 

, 말도 안 돼.

 

신지가 입을 가렸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럴 수 있더라.

 

성현이 쓸쓸하게 미소 지었다.

 

너무나도 신기하게 말이야.

 

하아.

 

신지가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서 어떻게 자란 거야?

 

할머니랑 할아버지.

 

성현이 고개를 떨구었다.

 

나도 네 시어머니랑 시아버지처럼 돈이 많은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계셨거든.

 

그래?

 

.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어.

 

, 어째서?

 

두 분도 충분히 나를 사랑해주신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엄마랑 아빠는 아니잖아. 두 분은 아무리 나라는 아이를 사랑해주신다고 하셔도 손주의 사랑일 뿐이잖아.

 

, 그런 건가?

 

그런 거야.

 

성현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부모의 마음으로는 더 나은 환경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해.

 

.

 

하지만 사실은 달라.

 

하아.

 

신지가 한숨을 토해냈다.

 

모르겠다.

 

그냥 말해주는 거야.

 

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그래.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은 엄마랑 아빠 미워해?

 

.

 

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너무너무 미워.

 

그렇구나.

 

신지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몰랐어.

 

당연하지.

 

성현은 가만히 먼 하늘을 바라봤다.

 

어쩌면 그게 준이를 위한 길일 지도 몰라.

 

성현아.

 

너희 둘 결국에는 합치지 못 할 거 아니야.

 

“…….

 

신지가 입을 다물었다.

 

모를 일인 건가?

 

나도 잘 모르겠어.

 

신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나는 재결합 하고 싶어.

 

?

 

?

 

신지가 성현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랑하니?

 

?

 

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사랑하냐고?

 

.

 

신지는 고개를 돌렸다.

 

모르겠어.

 

나는 네가 좋아.

 

!

 

신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 그게. !

 

순간 성현의 입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