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3
열 번째 이야기
“너희들 되게 복잡한 사연을 가지고 있더라.”
“들었어?”
“응.”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네 전 남편이었던 이민용이라는 사람하고는 친해지지 못했는데, 윤호라는 아이랑은 친해졌어.”
“그렇구나.”
아침, 민용과 민정은 출근을 했다. 그리고 윤호는 아르바이트 자리라도 구해본다고 집을 나섰다. 지금 이 집에 남아 있는 사람은 성현과 그리고 한 아이를 가진 어머니인 신지가 있었다.
“아이 데리고 오겠다며?”
“아니.”
신지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안 데리고 오려고.”
“왜?”
성현이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
“네가 키우고 싶다고 했잖아.”
“생각해 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
“어째서?”
성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이를 엄마가 키우는게 왜 이상한 거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잖아.”
신지가 고개를 숙였다.
“솔직히 이 아이도 맡겨야 할 것 같아.”
“시, 신지야.”
성현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가 있어?”
“어쩔 수 없잖아.”
신지가 쓸쓸히 미소를 지었다.
“나는 집에 없는 걸.”
“그래도.”
“더 힘들어 할 거야.”
신지가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준이 지금 그 상황에 잘 적응해 있어.”
“그래도 그건 아니지.”
“응?”
신지가 성현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이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견디는 힘이 있어.”
성현은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른들 멋대로 정의할 필요는 없다고.”
“어른들 멋대로?”
“그래.”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준이가 못 견딜 지 네가 어떻게 알아?”
“그, 그야.”
“준이도 사람이야.”
“…….”
신지가 입을 다물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을 거라고.”
“사랑하는 사람?”
“그래.”
성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너 나에 대해서 잘 모르지?”
“어?”
신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성현이 쓸쓸하게 웃었다.
“그 때 우리 많이 친하지는 않았잖아.”
“그렇지.”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왕따였으니까.”
“아니.”
성현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네가 왕따여서가 아니야.”
“그, 그러면?”
“내가 모두를 피했어.”
성현의 표정이 쓸쓸했다.
“네가 모두를 피했다고?”
“응.”
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친해지는 게 두려웠거든.”
“어, 어쨰서?”
신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그게 왜 두려워?”
“나를 알게 될 까 봐.”
“응?”
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나 엄마랑 아빠가 없어.”
“!”
신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모, 몰랐어.”
“당연하지.”
성현이 코 아래를 비볐다.
“내가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어, 어째서?”
“창피했어.”
“차, 창피했다고?”
“응.”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우습지?”
“아, 아니.”
신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어쨰서 우스운 거야.”
“그런데 나 사실은 엄마 아빠가 없는 게 아니었어.”
“어?”
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이혼하신 거였거든.”
“!”
“그리고 두 분 다 집을 나갔어.”
“하.”
신지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분 모두?”
“응.”
성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두 분은 서로가 키울 줄 알았나 봐.”
“마, 말도 안 돼.”
신지가 입을 가렸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그럴 수 있더라.”
성현이 쓸쓸하게 미소 지었다.
“너무나도 신기하게 말이야.”
“하아.”
신지가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서 어떻게 자란 거야?”
“할머니랑 할아버지.”
성현이 고개를 떨구었다.
“나도 네 시어머니랑 시아버지처럼 돈이 많은 할아버지랑 할머니가 계셨거든.”
“그래?”
“응.”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나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어.”
“어, 어째서?”
“두 분도 충분히 나를 사랑해주신다는 거 나도 잘 알고 있기는 했지만, 그래도 엄마랑 아빠는 아니잖아. 두 분은 아무리 나라는 아이를 사랑해주신다고 하셔도 손주의 사랑일 뿐이잖아.”
“그, 그런 건가?”
“그런 거야.”
성현이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부모의 마음으로는 더 나은 환경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해.”
“응.”
“하지만 사실은 달라.”
“하아.”
신지가 한숨을 토해냈다.
“모르겠다.”
“그냥 말해주는 거야.”
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도 알아야 할 것 같아서.”
“그래.”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지금은 엄마랑 아빠 미워해?”
“응.”
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너무너무 미워.”
“그렇구나.”
신지가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몰랐어.”
“당연하지.”
성현은 가만히 먼 하늘을 바라봤다.
“어쩌면 그게 준이를 위한 길일 지도 몰라.”
“성현아.”
“너희 둘 결국에는 합치지 못 할 거 아니야.”
“…….”
신지가 입을 다물었다.
“모를 일인 건가?”
“나도 잘 모르겠어.”
신지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나는 재결합 하고 싶어.”
“왜?”
“응?”
신지가 성현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랑하니?”
“?”
신지가 고개를 갸웃했다.
“사랑하냐고?”
“응.”
신지는 고개를 돌렸다.
“모르겠어.”
“나는 네가 좋아.”
“!”
신지의 눈이 커다래졌다.
“그, 그게. 읍!”
순간 성현의 입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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