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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Episode.2 - [셋]

권정선재 2009. 4. 12. 00:02

 

 

 

만약에, 우리

 

Episode.2

 

 

그와 그녀가 처음부터 사랑했다면?

 

 

 

도대체 그 두 녀석은 뭘 안다고 그렇게 지껄인 거야?

 

윤호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신발로 돌멩이를 걷어 찼다.

 

하아.

 

하지만 불쾌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았다.

 

왜 도대체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게 죄라고 말을 하는 거야? 지들 둘이 서로 좋아하는 건 어쩌고.

 

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늦었네.

 

민정이라도 불러볼까 휴대 전화를 꺼냈던 윤호가 얼굴을 구기며 다시 휴대 전화를 주머니에 집어 넣다. 이미 그녀가 나오기에는 너무나도 늦은 시간이었다. 윤호는 마음이 너무나도 울적했다.

 

이런 날 술이나 마셔야 하는데.

 

하지만 그는 고등학생이었다.

 

하아.

 

윤호는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나랑 선생님이랑 서로 좋다는데 도대체, 도대체 왜 다들 우리에게 이렇게 불만을 가지는 거야.

 

이해를 할 수 없었다. 다들 윤호를 위해서라고 말을 하면서 자꾸만 윤호를 옥죄이고 힘들게 하고 있었다.

 

하아.

 

그저 선생님이 좋은데, 그 뿐이었다. 그저, 그저 그 뿐이었다.

 

 

 

, 엄마.

 

?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민호를 바라봤다.

 

우리 아드님. 뭐 먹고 싶어?

 

, 아니.

 

민호가 가만히 고개를 저으며 살짝 아래 입술을 물었다.

 

그냥 엄마에게 할 이야기가 있어서 그러는데.

 

이야기?

 

.

 

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 나랑 잠시 이야기 할 수 있어?

 

.

 

해미가 살짝 입을 실룩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이야기 하는 게 힘들거나 한 건 아니니까. 좋아.

 

하아.

 

민호가 한숨을 내쉬며 식탁 의자에 앉았다.

 

무슨 일인데 우리 큰 아들 얼굴이 그렇게 심각할까?

 

엄마.

 

?

 

민호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참이나 낮고 묵직하자 해미가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일인데 그런 심각한 표정을 지을까?

 

윤호에게 애인이 생겼어.

 

어머.

 

순간 해미의 얼굴이 밝아졌다.

 

정말?

 

.

 

민호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미는 이렇게 좋은 일에 왜 민호가 심각한지 상황을 알 수가 없었다.

 

그게 민영이니?

 

아니.

 

민호는 고개를 저었다.

 

민영이 아니야.

 

그럼 왜 그렇게 심각한 거야?

 

하아.

 

민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나는 정말 윤호가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이야.

 

, 그래.

 

해미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 알지.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윤호가 좋다는 사람 선생님이야.

 

?

 

순간 해미가 멈칫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선생님이라고.

 

민호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우리 선생님, 우리 담임 선생님이랑 윤호가 사귀고 있단 말이야.

 

말도 안 돼.

 

해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저 친한 거겠지.

 

아니라고.

 

민호가 해미의 눈을 바라봤다.

 

두 사람 정말로 좋아해.

 

?

 

해미의 눈이 커다래졌다.

 

, 어떻게.

 

그러니까.

 

민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두 사람 언제부터 그런 사이가 된 거야?

 

꽤나 되었다는 걸로 알고 있는데.

 

“…….

 

해미는 미간을 모았다.

 

그거 정말이니?

 

.

 

민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왜 처음 알자마자 엄마에게 말을 하지 않은 거야?

 

내가 설득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으니까.

 

민호는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며 중얼거렸다.

 

적어도 윤호는 내 동생이니까, 내가 윤호를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거든. 뭘 어떻게 하는 건 아니더라도, 일단 선생님과 사이니까 일찍 끝나 버릴 거라고 생각을 하기도 했고 말이야.

 

하아.

 

해미가 한숨을 토해냈다.

 

나는 모르겠다.

 

미안해.

 

아니야.

 

해미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바로 말 안 했잖아.

 

괜찮아.

 

해미가 따뜻한 표정을 지었다.

 

보니까 너도 꽤나 마음 고생한 것 같은데, 그 정도면 너 충분히 형 노릇 하려고 노력을 한 거야. 게다가 엄마랑 가족들에게 걱정도 안 끼치려고 그렇게 행동했던 거 아니야. 그러면 충분해.

 

어떻게 해야 할까?

 

글쎼?

 

해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윤호가 정말로 좋아한다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게 아닐까?

 

엄마.

 

민호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엄마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해?

 

?

 

윤호. 윤호 우리 담임 선생님이랑 사귄다고.

 

그런데?

 

해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죄니?

 

그럼.

 

민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거 원조교제야.

 

하아.

 

해미가 한숨을 내쉬며 민호를 바라봤다.

 

엄마는 두 사람 사귀는 거 반대 안 해.

 

, 뭐라고?

 

민호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게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

 

해미의 눈이 진지했다.

 

두 사람이 서로가 서로를 좋아한다는데 우리가 뭐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 안 그래? 두 사람이 무슨 죄를 짓고 있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 거잖아.

 

후우.

 

민호가 한숨을 토해냈다.

 

엄마는 어쩜 그렇게 태평해?

 

태평해 보여?

 

?

 

순간 민호가 멈칫헀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가 태평해 보이냐고.

 

해미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지금 엄마도 무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건데.

 

, 하지만.

 

알아.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네가 생각하는 거랑 다르게 행동해서 그러는 거잖아.

 

, .

 

민호가 수긍을 표현했다.

 

솔직히 엄마가 그렇게 무덤덤할 지 몰랐어.

 

나 안 무덤덤해.

 

?

 

민호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심장 미친 듯이 뛰고 있어.

 

해미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건 윤호의 일이잖아.

 

후우.

 

민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걸까?

 

.

 

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윤호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잖아.

 

하아.

 

민호가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나는 윤호가 다칠까 봐 걱정이 돼.

 

!

 

그 녀석 이렇게 무언가에 미친 듯이 몰두하는 거 나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단 말이야. 분명히, 분명히 두 사람 깨어질 거야. 그러면 윤호 너무나도 아프고 힘들어 할 게 뻔하단 말이야.

 

그건 그 떄가서 생각하자.

 

해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히 우리 미리부터 고민할 필요는 없잖아.

 

하지만.

 

?

 

해미가 다시 한 번 다정하게 민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두 사람 일단 비밀로 하자.

 

엄마.

 

제발.

 

해미가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해줄 수 있지?

 

하아.

 

민호가 수긍의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