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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우리 Episode.2 - [넷]

권정선재 2009. 4. 13. 21:14

 

 

 

만약에, 우리

 

Episode.2

 

 

그와 그녀가 처음부터 사랑했다면?

 

 

 

, 지금?

 

민정의 눈이 커다래졌다.

 

너무 늦었잖아.

 

-선생님 보고 싶어서 왔다고요.

 

하아.

 

수화기를 타고 흐르는 윤호의 목소리에 민정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무나도 고마운 말이기는 한데 조금 미안하다고 해야 할까?

 

밖에 많이 춥잖아.

 

-괜찮아요.

 

괜찮긴.

 

민정은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들어왔다가 갈래?

 

-아니요.

 

윤호는 민정의 질문이 끝나기가 무섭게 답했다.

 

-집에 지금 작은 엄마랑 같이 있으시잖아요. 작은 엄마도 우리 두 사람 사이 잘 알고 있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을 하고 계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작은 엄마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 나갈게.

 

-.

 

기다려.

 

-.

 

민정은 휴대 전화의 슬라이더를 닫았다.

 

하아.

 

나쁘지는 않았지만 가끔씩 이렇게 예고도 없이 찾아올 때가 있었다. , 민정이 보고 싶어서 나온다고 하는 거니까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닐까? 민정은 미소를 지으며 외투를 걸치고 거실로 나갔다.

 

어디 가?

 

?

 

신지는 아직까지 방송을 보고 있었다.

 

윤호가 왔다고 해서.

 

윤호가?

 

.

 

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추울 텐데.

 

그냥 밖에 있는데.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신지를 바라봤다.

 

들어오라고 하기는 했어?

 

.

 

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런데 작은 엄마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고 싫다고 하네.

 

.

 

신지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녀석 괜히 어른스러운 척 하네.

 

그러게.

 

민정이 싱긋 웃었다.

 

그럼 나 다녀올게.

 

민정아.

 

?

 

신발을 신으려던 민정이 멈칫했다.

 

?

 

윤호랑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

 

?

 

민정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냥…….

 

신지가 살짝 말 끝을 흐렸다.

 

두 사람 사이 여태 아무 일도 없는 거냐고.

 

…….

 

순간 신지의 말의 의미를 파악한 민정이었다.

 

우리 두 사람 아직 싸운 적 없어.

 

그래?

 

신지가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오래 가네.

 

, 신지야.

 

민정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야.

 

신지는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두 사람 오래 가는 게 당연하지.

 

너도 헤어지기를 바라는 거니?

 

아니.

 

신지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래도 나도 입장이라는 게 있는 거잖아.

 

입장?

 

.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오빠네 식구들은 모른다고 하지만, 그래도 내가 괜히 눈치가 보인단 말이야. 무슨 죄를 짓고 있는 것 같고.

 

하아.

 

민정이 한숨을 토해냈다.

 

민정아, 내 말을 나쁘게 듣지 마. 나도, 내 입장이라는 게 있는 거잖아. 무조건, 무조건 너를 옹호할 수는 없잖아.

 

알아.

 

민정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가 미운 게 아니야.

 

?

 

신지가 고개를 갸웃하며 민정을 바라봤다.

 

그럼.

 

미안해서.

 

“…….

 

그냥 미안해서 그래.

 

민정이 고개를 떨구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괜히 너에게 이야기 했다. 네가 이렇게 힘들어 할 거라는 생각 전혀 하지 못 했어.

 

아니야.

 

신지가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말하면 네가 가장 먼저 나에게 이야기를 해주어서 너무나도 좋았는 걸. 소중한 사람이라는 기분이 들었어.

 

신지야.

 

미안해.

 

신지가 재빨리 사과를 했다.

 

내가 괜히 너 복잡하게 한 건 가 봐.

 

아니.

 

민정은 고개를 저었다.

 

나야 말로 나랑 윤호가 어떻게 보일 지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하고 있지 못 했나 봐. 너무나도 바보 같고 한심하네. 정말, 정말로 미안해.

 

민정아.

 

하지만 나 헤어지는 건 못 해.

 

민정이 아래 입술을 꽉 꺠물면서 말했다.

 

아무리, 아무리 네가 힘들다고 하더라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가 죄책감에 시달려야 한다고 해도 나 무조건, 무조건 그렇게 윤호랑 헤어질 수는 없어.

 

알아.

 

신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라고 하지 않아.

 

신지야.

 

괜찮아.

 

신지가 미소를 지었다.

 

나는 정말로 괜찮아.

 

 

 

여보.

 

?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던 준하가 해미를 바라봤다.

 

왜 그래?

 

윤호에게 애인이 생겼대.

 

, 애인?

 

순간 준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 녀석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단 말이야?

 

.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겼대.

 

우와.

 

준하가 신기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우리 아들도 애인이 생기는 구나.

 

그런데……”

 

그런데?

 

말 끝을 흐리는 해미 탓에 준하가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하아.

 

해미가 한숨을 토해냈다.

 

사실은 나 혼자서 덮어 두려고 했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 덮어 두다니.

 

당신, 당신도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하면 안 돼.

 

, 그래.

 

준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데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윤호 사귀는 사람이 선생님이래.

 

선생님?

 

준하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선생님?

 

담임 선생님.

 

!

 

준하의 얼굴이 커다래졌다.

 

, 뭐라고?

 

담임 선생님이라고.

 

해미가 아래 입술을 깨물었다.

 

윤호네 담임 선생님인 서 선생님 하고 윤호랑 사귀고 있데.

 

,

 

준하가 헛웃음을 흘렸다.

 

그게 말이 돼?

 

.

 

해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몇 번이나 선생님이 윤호를 잡아 주셨을 때 그럴 거 대충은 알고 있었어.

 

하아.

 

준하가 한숨을 토해냈다.

 

왜 말하는 거야?

 

아빠니까.

 

“…….

 

준하가 입을 다물었다.

 

그 이유야?

 

.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우리 두 사람 가만히 윤호 응원하자.

 

하아.

 

준하가 한숨을 토해냈다.

 

응원하자고?

 

준하가 반문을 하며 되물었다.

 

그래.

 

해미의 대답에 준하는 살짝 아래 입술을 깨물며 그녀를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