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Episode.2
그와 그녀가 처음부터 사랑했다면? 다섯
“내가 보기에 이 일은 우리 가족이 전부 다 알아야 하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이 되는데.”
“여보.”
해미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아직 나 윤호에게 제대로 들은 것도 아니야. 그리고 윤호도 생각이 있을 텐데 가족들 다 알면 어쩌자고.”
“그래도.”
준하는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는 다 가족이잖아. 가족인데, 우리 모두가 가족인데 그런 일에 대해서 모른다는 게 말이 돼.”
“여보.”
해미가 질린 표정을 지었다.
“우리 두 사람 윤호 행복을 위해주기로 했었잖아.”
“윤호가 어린 나이에 담임 선생님이랑 사귀는 게 어떻게 행복을 위한 거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해.”
“여보.”
해미가 아래 입술을 물었다.
“윤호가 원하는 일이야.”
“당신.”
“제발.”
해미가 간절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당연히 당신이 옹호해줄 거라고, 윤호의 선택에 도움을 주고 믿음을 줄 거라는 생각으로 당신에게 말을 한 거야.”
“그런 거야?”
“응.”
해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윤호 많이 좋아해주고 있으니까, 그리고 당신이 그런 만큼 윤호도 당신을 의지하고 있으니까.”
“하아.”
준하가 한숨을 토해냈다.
“어렵다.”
“그러게.”
해미가 준하를 바라봤다.
“일단은 비밀로 하는 거지?”
“그래.”
준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일단은.”
“고마워,”
“하아.”
윤호가 두 손에 입김을 불었다.
“추운데 왜 안 와?”
윤호가 울상을 지었다.
“윤호야!”
“선생님.”
멀리서 민정이 달려오는 것을 보며 윤호가 밝은 미소를 지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신지랑 잠깐 이야기 하느라.”
민정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춥지?”
“아니요.”
윤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선생님 기다리는 순간은 하나도 안 추워요.”
“거짓말.”
“헤헤.”
윤호가 머리를 긁적였다.
“보였어요?”
“어머.”
민정이 살짝 윤호를 흘겨 봤다.
“이제 그렇게 나오기야?”
“알았어요.”
윤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아니요.”
윤호는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그냥 선생님이 보고 싶었어요.”
“내가 보고 싶었어?”
“네.”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저, 그저 선생님이 보고 싶었어요.”
“헤헤.”
민정이 혀를 내밀었다.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러게요.”
윤호가 싱긋 웃었다.
“그런데 진짜로 보고 싶었어요.”
“기분 좋아야 하는 건가?”
“아마도요?”
“그럼 좋아.”
민정도 싱긋 미소를 지었다.
“나도 네가 너무나도 보고 싶었거든.”
“진짜요?”
“진짜.”
“고마워요.”
윤호가 와락 민정을 안았다.
“나 불안했어요.”
“뭐, 뭐가?”
“다요.”
떨리는 목소리로 묻고 있는 민정의 물음을 윤호 역시 떨리는 목소리로 받아 쳤다. 가느다란 떨림이 서로를 통해서 전혀 오고 있었다.
“선생님.”
“응?”
“나 무서워요.”
“…….”
민정은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다들 틀렸다고 말을 해요.”
“알아.”
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 이야기를 많이 들어.”
“틀린 걸까요?”
“아니.”
민정이 고개를 저었다.
“사랑에 틀리는게 어디있어?”
“그렇죠?”
“응.”
민정은 살짝 윤호의 얼굴을 바라봤다.
“윤호야.”
“네.”
“우리 다 이야기 해 버리자.”
“…….”
윤호가 빤히 민정을 바라봤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더 이상 이렇게 죄 짓는 사람들처럼 몰래 몰래 숨어서 사랑 같은 거 하지 말자고, 그냥 이야기 하자고.”
“선생님.”
“그러자.”
민정이 타이르듯 말했다.
“우리 잘못하는 거 아니잖아.”
“네.”
윤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말이야.”
“그래요.”
윤호가 밝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이야기 해요.”
“정말?”
“네.”
윤호가 다시금 고개를 끄덕였다.
“나 정말 도망 안 칠래요.”
“나도.”
민정이 윤호를 더욱 꼭 안았다.
“우리 두 사람 더 이상 도망가지 말자. 도망간다고 해서 무언가가 변하고 달라질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네.”
윤호가 밝은 미소를 지으며 민정의 눈을 들여다 봤다. 그녀의 눈 속에 그가 살고 있었다. 너무나도 밝게.
“선생님.”
“응?”
“사랑해요.”
“!”
민정의 얼굴이 확 달아 올랐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사랑한다고요.”
윤호가 부드럽게 코를 비볐다.
“진짜로 사랑해요.”
“자, 장난 치지 마.”
“장난 아니에요.”
“윤호야.”
“정말로 좋아요.”
“!”
민정이 물끄러미 윤호를 바라봤다.
“윤호야.”
“사랑해요.”
윤호의 입술을 다가왔다.
“흐읍.”
첫 키스.
“사랑해요.”
“나도.”
너무나도 아름다운 첫 키스.
“선생님.”
“사랑해요.”
두 사람은 서로를 으스러 뜨리 듯 꽉 끌어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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