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4
열두 번째 이야기
“준아.”
“형아!”
아이스크림을 먹던 준이 쪼르르 내려가서 윤호의 품에 꼭 안겼다.
“죄송해요.”
“아니야.”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윤호 너도 뭐 먹을래?”
“됐어요.”
‘괜찮아.”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윤호가 살짝 검지를 물더니.
“코튼 캔디요.”
“풋.”
순간 민정은 웃음을 터뜨렸다.
“왜, 왜 웃어요?”
영문을 알 리가 없는 윤호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자신이 한 말을 곰곰이 생각을 해 보았다. 그러나 지금 자신이 한 말 중에서 민정을 웃길 수 있는 말은 한 마디도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야.”
민정이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싱글 킹이지?”
“주니어도 괜찮아요.”
“그냥 많이 먹어.”
“네?”
민정은 바로 카운터로 가 버렸다.
“나 참 난감한 성격이라니까.”
윤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준아.”
“응?”
윤호가 준이의 말랑말랑한 볼을 조물딱 거렸다.
“이모가 잘 해줬어?”
“뭘?”
“준이랑 잘 놀아주고 있었냐고.”
“응.”
준이 해맑은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잘 해줬어.”
“그래?”
윤호가 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준아.”
“응?”
“그럼 이제 형아 없어도 되겠네.”
“?”
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윤호를 바라봤다.
“형아 그게 무슨 말이야?”
“아니. 이제 윤호 형이 아니라도 준이에게 좋은 일 해주고 착한 사람이 있게 되었다는 말이야.”
“아.”
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모가 준이랑 되게 잘 놀아줬어.”
“그래.”
윤호가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형이 없어도 되겠다.”
“싫어.”
순간 준이의 눈에 눈물이 툭 하고 맺혔다.
“윤호 형아 없는 건 싫어.”
“아니야.”
윤호가 재빨리 준을 안았다.
“없어진다는 게 아니야.”
“그럼?”
“그냥, 준이를 형아도 좋아하고, 이모도 좋아한다는 거야.”
“정말?”
“응.”
윤호는 준을 토닥였다.
“그런 거야.”
“하아.”
민용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신지.”
자신이 아직도 그녀를 좋아하고 있는 것일까? 민용은 자신의 마음을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자신의 마음이기에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막상 그러니 아니었다.
“후우.”
머리가 지끈거렸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민용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신지.”
신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민정.”
민정의 얼굴이 떠올랐다.
“하아.”
두 사람 중 어느 한 사람만을 택하기에는 두 사람 모두 이미 민용의 마음에 너무나도 커다랗게 자라 있었다. 두 사람 모두 사랑한다는 것이 솔직히 우습고, 바보 같은 일이기는 했지만 그것이 사실이었다. 두 사람 모두가 완벽하게 자신의 마음에서 자리잡고 있는 것이 말이다.
“나 왜 이렇게 바보 같냐? 이민용. 너 정말, 정말로 바보 같고 한심한 놈이다. 정말 싫다. 싫어.”
민용이 자리에 누웠다.
“후우.”
외롭고 쓸쓸했다.
“다들 사진이 좋다고 난리입니다.”
“고맙습니다.”
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다 모델이 잘 해주신 덕분이에요.”
“무슨.”
중년의 신사는 고개를 저었다.
“다들 성현 씨가 제대로 사진을 이끌어 내주었다고 말을 하던 걸요?”
“나 참.”
성현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다들 왜 그럴까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중년의 신사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성현을 바라봤다.
“그나저나 애인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네?”
성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신사를 바라보았다.
“애인이 있습니까?”
“아, 아니요.”
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일을 하다 보니까 애인을 만들 짬도 없네요.”
“흐음.”
중년의 신사는 성현을 바라봤다.
“혹시 소개팅 할 생각 없습니까?”
“소, 소개팅이요?”
“왜요?”
“아니.”
성현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건 생각한 적이 없어서요.”
“왜 생각한 적이 없습니까?”
“헤헤.”
성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아.”
중년의 신사의 얼굴에 아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벌써 다른 사람에게 마음이 빼앗겼군요.”
“네.”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중년의 신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성현 씨가 죄송할 건 없지 않습니까?”
“그래도 마음 써주셨잖아요.”
성현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정이 많으신 거 잘 아는데, 아쉽게 되었네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중년의 신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대단한 분인가 봅니다.”
“네?”
성현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중년의 신사를 바라봤다.
“그게 무슨?”
“백 작가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았습니까?”
중년의 신사는 입가에 미소를 띄웠다.
“완벽한 것만을 추구하는 백 작가 눈에 띄었으니 그만큼 대단한 것이 아닙니까?”
“아.”
성현이 씩 웃었다.
“그렇게 되는 건가요?”
“그럼요.”
신사는 너털 웃음을 터뜨렸다.
“한 번 보고 싶군요.”
“그게.”
성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아직 외사랑입니다.”
“네?”
중년 신사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째서 말입니까?”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성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이건 비밀입니다.”
“좋습니다.”
순간 중년의 신사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그럼 이번 프로젝트는?”
“아.”
성현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저는 일에 제 사생활을 끌어당기지 않습니다.”
“알고는 있습니다만…….”
중년의 신사가 살짝 말 끝을 흐렸다.
“이건 저도 기대가 큰 프로젝트입니다.”
“네.”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기대가 큽니다.”
“다행이군요.”
“그저 외사랑입니다.”
성현이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그럼. 전 이만 가 봐도 되겠군요.”
“네.”
성현이 미소를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역시 백 작가입니다.”
“안녕히 가세요.”
중년의 신사는 손을 들어 보이고는 스튜디오를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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