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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살다. Season 6 - [첫 번째 이야기]

권정선재 2009. 7. 19. 11:50

 

 

 

추억에 살다.

 

 

Season 6

 

첫 번째 이야기

 

 

 

그러니까 걔는 도대체 언제 돌아온다는 거야? 돌아온다는 거니? 안 돌아온다는 거니? ?

 

모르겠어요.

 

문희의 투정에 민용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내가 뭐 신진가?

 

으유, 이 속도 없는 놈아.

 

, 아파.

 

문희가 때리자 민용이 황급히 몸을 움츠렸다.

 

왜 때리고 난리야?

 

왜 때려?

 

문희가 계속 민용을 때렸다.

 

너는 이혼한 네 마누라 그렇게 외국으로 싸돌아다니는 게 좋아 보이냐? 좋아 보여서 그래?

 

걔 이제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애야. 엄마도 이제 신지에게 신경 쓰는 것 좀 그만 두세요.

 

왜 상관이 없어.

 

문희가 식탁 의자에 철퍼덕 앉았다.

 

내 손주 애민데. 왜 상관이 없어?

 

아무튼.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엄마 걔네 떠난 지 지금 넉 달이 되어 가요. 그런데도 아직까지 걔네 얘기나 하고 계실 거야?

 

그럼 어떡하니?

 

문희가 슬픈 눈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준이는 제 어미 찾지, 민이도 이제 제 어미가 없다는 거 슬슬 눈치를 채 가고 있는 상황이지.

 

내가 고집 피운 거야.

 

민용이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

 

내가 키울 거라고.

 

끄래.

 

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잘 했어.

 

그렇지.

 

뭐가?

 

방에서 나오던 순재가 못 마땅한 눈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못난 놈.

 

아니 아버지는 또 왜 그러세요?

 

?

 

순재가 민용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아파요. 아버지.

 

아프라고 때렸지.

 

아니 왜 애는 떄리고 그래요?

 

할망구도 그만 좀 나서.

 

순재는 민용 손에 있는 물병을 빼앗아 자신의 잔에 따랐다.

 

민용이 저 자식이 뭐 한 두 살 먹은 어린 아이도 아니고, 언제까지 그렇게 신경을 쓸 거야?

 

아니 뭐.

 

문희가 입을 내밀었다.

 

그래도 걱정이 되고 궁금하니까 그러죠. 내가 뭐, 나 혼자 좋자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아요.

 

어유, 그래?

 

순재가 물을 들이켰다.

 

자꾸 민용이 괴롭힐 생각하지 말아.

 

알았어요.

 

순재가 잔을 내려놓고 다시 방으로 향했다.

 

아 이민용.

 

, 아버지.

 

방에 잠시 와 봐라.

 

?

 

?

 

순재가 날카로운 눈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이 애비가 부르는 게 싫냐?

 

, 아니요.

 

민용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물만 먹고 갈게요.

 

그래.

 

순재가 들어가고 민용이 문희의 얼굴을 바라봤다.

 

엄마, 아버지 왜 저러신대?

 

나도 모르지.

 

문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 양반이 갑자기 왜 저러실까?

 

나 참.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짜 들어가기 겁나네.

 

안 들어가면 불호령 떨어질 걸?

 

그렇겠지?

 

그래.

 

문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민용의 등을 밀었다.

 

나까지 공연히 네 아버지에게 욕들어 먹고 싶지 않아. 네 아버지 목소리가 보통 크냐? 어서 들어가 봐.

 

알았어.

 

민용이 살짝 넥타이를 풀고 순재의 방 앞에 섰다.

 

똑똑

 

들어와.

 

.

 

민용이 떨리는 손길로 문을 열었따.

 

철컥

 

민용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방 안으로 천천히 발을 들여 넣었다. 군대가기 전보다 더 떨렸다.

 

 

 

민호야.

 

범아, 왔어?

 

민호가 안경을 올리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뭐 할 거야?

 

나 공부해야 하는데.

 

민호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범을 바라봤다.

 

알잖아? 곧 공무원 시험 있는 거 말이야.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범이 입을 내밀며, 민호의 옆에 앉았다.

 

너 그 공무원 시험인지 뭔지 준비한다고, 벌써 며칠 째 나랑 제대로 안 놀아주고 있다고.

 

미안해.

 

민호가 두 손을 모으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대신 이 시험 끝나면, 범이 너랑 어디 놀러나 가자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아주라. ?

 

.

 

똑똑

 

누구세요?

 

나야 아들.

 

.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들어섰다.

 

어머, 우리 며느리도 와 있었네?

 

아이, 제가 남자라니까요.

 

범이 툴툴거리며, 그 쟁반을 받아들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영락 없는 새색시.

 

아무튼.

 

해미가 기특하다는 듯 민호를 바라봤다.

 

우리 민호가 너 먹여 살리려고 이렇게 공부하는 거잖니?

 

맞아.

 

됐어요.

 

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갈래요.

 

벌써?

 

.

 

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여기에 있어봤자, 민호 방해만 되는 걸요. 저 이만 갈게요.

 

, 범아.

 

민호가 황급히 일어나자 해미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들, 이건 엄마랑도 한 약속이잖아.

 

하지만.

 

알았어.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범이랑 거실에 있을게. 오케이?

 

.

 

해미가 미소를 짓고는 방을 나섰다.

 

하아.

 

민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책에 시선을 옮겼다.

 

 

 

범아, 정말 가려고?

 

.

 

나랑 이야기 좀 하자.

 

?

 

범이 고개를 돌려 해미를 바라봤다.

 

무슨 이야기요?

 

이것저것.

 

해미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우리 두 사람 이야기 한 적 별로 없잖니?

 

.

 

범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자.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어서 앉아.

 

흐음.

 

범이 미간을 모으며, 소파에 앉았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으신 거예요?

 

너랑 민호 허락해주는 대신 민호가 뭘 약속한 줄 아니?

 

?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민호가 뭐 약속한 게 있어요?

 

그래.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어떻게든 책임 지겠다고, 더 이상 할아버지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고 말이야. 그래서 저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거니까, 범이 네가 보기에 조금 못마땅하더라도 그냥 넘겨줘.

 

하아.

 

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심하잖아요.

 

?

 

알았어요.

 

범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정말, 너무 공부만 한다고요.

 

너도 그거 알잖아.

 

해미가 낮게 웃었다.

 

우리 민호가 공부 벌레인거.

 

알죠.

 

범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도 안 쳐다본다는 거.

 

알면서 그래.

 

해미가 싱긋 웃었다.

 

범이 너도 다 알고 있는 거니까,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넘겨줘.

 

알았어요.

 

범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해미도 미소를 지었다.

 

뭐야?

 

그 순간 순재의 방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