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6
첫 번째 이야기
“그러니까 걔는 도대체 언제 돌아온다는 거야? 돌아온다는 거니? 안 돌아온다는 거니? 응?”
“모르겠어요.”
문희의 투정에 민용이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내가 뭐 신진가?”
“으유, 이 속도 없는 놈아.”
“아, 아파.”
문희가 때리자 민용이 황급히 몸을 움츠렸다.
“왜 때리고 난리야?”
“왜 때려?”
문희가 계속 민용을 때렸다.
“너는 이혼한 네 마누라 그렇게 외국으로 싸돌아다니는 게 좋아 보이냐? 좋아 보여서 그래?”
“걔 이제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애야. 엄마도 이제 신지에게 신경 쓰는 것 좀 그만 두세요.”
“왜 상관이 없어.”
문희가 식탁 의자에 철퍼덕 앉았다.
“내 손주 애민데. 왜 상관이 없어?”
“아무튼.”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엄마 걔네 떠난 지 지금 넉 달이 되어 가요. 그런데도 아직까지 걔네 얘기나 하고 계실 거야?”
“그럼 어떡하니?”
문희가 슬픈 눈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준이는 제 어미 찾지, 민이도 이제 제 어미가 없다는 거 슬슬 눈치를 채 가고 있는 상황이지.”
“내가 고집 피운 거야.”
민용이 냉장고에서 물을 꺼냈다.
“내가 키울 거라고.”
“끄래.”
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잘 했어.”
“그렇지.”
“뭐가?”
방에서 나오던 순재가 못 마땅한 눈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못난 놈.”
“아니 아버지는 또 왜 그러세요?”
“왜?”
순재가 민용의 머리를 쥐어 박았다.
“아파요. 아버지.”
“아프라고 때렸지.”
“아니 왜 애는 떄리고 그래요?”
“할망구도 그만 좀 나서.”
순재는 민용 손에 있는 물병을 빼앗아 자신의 잔에 따랐다.
“민용이 저 자식이 뭐 한 두 살 먹은 어린 아이도 아니고, 언제까지 그렇게 신경을 쓸 거야?”
“아니 뭐.”
문희가 입을 내밀었다.
“그래도 걱정이 되고 궁금하니까 그러죠. 내가 뭐, 나 혼자 좋자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줄 알아요.”
“어유, 그래?”
순재가 물을 들이켰다.
“자꾸 민용이 괴롭힐 생각하지 말아.”
“알았어요.”
순재가 잔을 내려놓고 다시 방으로 향했다.
“아 이민용.”
“네, 아버지.”
“방에 잠시 와 봐라.”
“네?”
“왜?”
순재가 날카로운 눈으로 민용을 바라봤다.
“이 애비가 부르는 게 싫냐?”
“아, 아니요.”
민용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물만 먹고 갈게요.”
“그래.”
순재가 들어가고 민용이 문희의 얼굴을 바라봤다.
“엄마, 아버지 왜 저러신대?”
“나도 모르지.”
문희가 어깨를 으쓱했다.
“저 양반이 갑자기 왜 저러실까?”
“나 참.”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진짜 들어가기 겁나네.”
“안 들어가면 불호령 떨어질 걸?”
“그렇겠지?”
“그래.”
문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민용의 등을 밀었다.
“나까지 공연히 네 아버지에게 욕들어 먹고 싶지 않아. 네 아버지 목소리가 보통 크냐? 어서 들어가 봐.”
“알았어.”
민용이 살짝 넥타이를 풀고 순재의 방 앞에 섰다.
‘똑똑’
“들어와.”
“네.”
민용이 떨리는 손길로 문을 열었따.
‘철컥’
민용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방 안으로 천천히 발을 들여 넣었다. 군대가기 전보다 더 떨렸다.
“민호야.”
“범아, 왔어?”
민호가 안경을 올리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 뭐 할 거야?”
“나 공부해야 하는데.”
민호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범을 바라봤다.
“알잖아? 곧 공무원 시험 있는 거 말이야.”
“정말 너무한 거 아니야.”
범이 입을 내밀며, 민호의 옆에 앉았다.
“너 그 공무원 시험인지 뭔지 준비한다고, 벌써 며칠 째 나랑 제대로 안 놀아주고 있다고.”
“미안해.”
민호가 두 손을 모으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대신 이 시험 끝나면, 범이 너랑 어디 놀러나 가자니까. 그러니까 조금만 더 참아주라. 응?”
“휴.”
‘똑똑’
“누구세요?”
“나야 아들.”
“네.”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들어섰다.
“어머, 우리 며느리도 와 있었네?”
“아이, 제가 남자라니까요.”
범이 툴툴거리며, 그 쟁반을 받아들었다. 그러나 그 모습은 영락 없는 새색시.
“아무튼.”
해미가 기특하다는 듯 민호를 바라봤다.
“우리 민호가 너 먹여 살리려고 이렇게 공부하는 거잖니?”
“맞아.”
“됐어요.”
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갈래요.”
“벌써?”
“네.”
범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여기에 있어봤자, 민호 방해만 되는 걸요. 저 이만 갈게요.”
“버, 범아.”
민호가 황급히 일어나자 해미가 가만히 고개를 저었다.
“아들, 이건 엄마랑도 한 약속이잖아.”
“하지만.”
“알았어.”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범이랑 거실에 있을게. 오케이?”
“네.”
해미가 미소를 짓고는 방을 나섰다.
“하아.”
민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다시 책에 시선을 옮겼다.
“범아, 정말 가려고?”
“네.”
“나랑 이야기 좀 하자.”
“네?”
범이 고개를 돌려 해미를 바라봤다.
“무슨 이야기요?”
“이것저것.”
해미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우리 두 사람 이야기 한 적 별로 없잖니?”
“뭐.”
범이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자. 해미가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 어서 앉아.”
“흐음.”
범이 미간을 모으며, 소파에 앉았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으신 거예요?”
“너랑 민호 허락해주는 대신 민호가 뭘 약속한 줄 아니?”
“네?”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민호가 뭐 약속한 게 있어요?”
“그래.”
해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 어떻게든 책임 지겠다고, 더 이상 할아버지에게 손 벌리지 않겠다고 말이야. 그래서 저렇게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거니까, 범이 네가 보기에 조금 못마땅하더라도 그냥 넘겨줘.”
“하아.”
범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심하잖아요.”
“응?”
“알았어요.”
범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정말, 너무 공부만 한다고요.”
“너도 그거 알잖아.”
해미가 낮게 웃었다.
“우리 민호가 공부 벌레인거.”
“알죠.”
범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이럴 때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도 안 쳐다본다는 거.”
“알면서 그래.”
해미가 싱긋 웃었다.
“범이 너도 다 알고 있는 거니까,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넘겨줘.”
“알았어요.”
범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해미도 미소를 지었다.
“뭐야?”
그 순간 순재의 방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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