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에 살다.
Season 6
두 번째 이야기
“아니, 아버지는 도대체 언제까지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만 계속 하고 계실 거예요? 네?”
“너 이 놈의 자식이.”
순재가 손을 올리자, 민용이 탁 잡았다.
“더 이상 아버지한테 당하고만 있지 않아요. 나도 이제 어른이라고요. 아버지 그렇게 마구 손 휘두르실 수 있는 나이, 예전에 지났단 말입니다. 이제 더 이상 그렇게 하지 말아주세요.”
“하.”
순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디 부모에게.”
“아버지가 심하시잖아요.”
민용도 꽤나 화가 난 눈치였다.
“제 일은 제가 잘 알아서 해요. 그러니까 아버지는 그만 좀 신경 쓰세요. 제가 알아서 한다니까요?”
“아니 알아서 한다는 놈이!”
순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렇게 잘 알아서 한다는 놈이, 여태까지 뭐 하고 있는 거야? 회사도 안 나가고 있잖아! 응?”
“회사가 그렇게 중요해요?”
“그래.”
순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해.”
“어쨰서요?”
“너 학교도 그만 뒀잖아.”
순재가 못 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네 밥 값은 네가 해야 할 거 아니야.”
“어떻게든 벌 겁니다.”
“어떻게?”
순재가 따지 듯 물었다.
“너도 준하 자식처럼 한참을 빌빌 거리다가 겨우 늦은 나이에 네 자리 찾을래? 너는 그냥 학교나 다니면 되잖아! 왜 내가 꽂아줘서 학교를 다니기 싫다는 거야? 내가 추천해도 너 능력 없으면 못 해.”
“시작이 다르잖아요.”
민용이 답답하다는 눈빛으로 순재를 바라봤다.
“저는 아버지 도움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능력이야.”
“아버지.”
“내가 추천하는 건 뭐 쉬운줄 아냐?”
순재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도 노력해서 너 겨우 추천하는 거야.”
“그러니까 하지 마시라고요.”
“나 참.”
순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다 늙은 자식 집에서 빌빌 거리는 거 보라고?”
“네.”
민용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보세요.”
“뭐, 뭐야?”
“아이구 여보!”
그 순간 문희가 후다닥 방으로 들어왔다.
“그만 해요. 애가 다 알아들었겠죠.”
“당신은 좀 나가.”
순재가 역정을 냈다.
“당신이 자꾸 편을 들어주니까 민용이 저 자식이 계속 철이 안 들고 저 모양으로 구는 거 아니야.”
“네, 그렇습니다.”
민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직 철 없는 철부지네요.”
“민용아.”
문희가 민용에게 소리 쳤다.
“당장 아버지꼐 죄송하다고 해.”
“안 합니다. 아니 못 합니다.”
민용이 손바닥을 탈탈 털고는 방을 나섰다.
“아, 아니 저 놈이!”
“여보 참아요.”
문희가 순재의 허리를 끌어 안았다.
“당신 지금 제 따라가서 도대체 뭘 어쩌시려고 그래요? 또 가서 부자 사이 연만 나빠지시지.”
“으유.”
순재가 가슴을 두드렸다.
“저거 왜 날이 가면 갈수록 그래?”
“그러니까 당신이 참아요.”
문희가 순재의 얼굴을 올려다 봤다.
“당신이 그래도 어른이잖아요.”
“어유.”
순재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저 자식을 그냥.”
“여보!”
“나 참.”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누가 아직까지 어린 앤 줄 아시나?>”
“왜 그러세요? 도련님.”
해미가 걱정스런 낯으로 민용을 살폈다.
“아버님이 뭐라고 하세요?”
“아니에요.”
민용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넘겼다.
“늘 그러시죠.”
“아휴.”
해미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꾸 그렇게 아버님하고 싸우셔서 어떻게 해요?”
“뭘 어떻게 해요?”
민용이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그냥 이러는 거지.”
“선생님.”
“왜?”
민용이 범을 바라봤다.
“왜 불러?”
“그냥 선생님 하시면 안 되요?”
“뭐?”
민용이 코웃음을 쳤다.
“내가 왜 그냥 선생질을 하냐?”
“솔직히 선생님 좋았어요.”
범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민호 삼촌이라서 하는 소리 아니에요.”
“웃기는 소리 마.”
민용이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미친 개라고 부른 거 다 아는데 무슨,”
“그, 그거랑은 다른 거라고요.”
민용이 조금 관심 있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삼촌 성질이 더러워서 미친 개지만, 그래도 수업은 좋았어요.”
“거 봐요.”
해미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거 삼촌 적성이라니까?”
“아 몰라.”
민용이 고개를 저으며 다락으로 향했다.
“나 올라 갈 테니까 부르지 말아요.”
“알았어요.”
민용이 사라지고 해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여전히 저런다.”
“그러게요.”
범도 혀를 찼다.
“삼촌 나이가 몇 살인데.”
“그러게.”
“으유.”
민용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좋은 선생?”
자신하고 너무나도 먼 이야기였다.
“내가 무슨.”
자신도 그렇지 못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아.”
그래도 학교가 좋기는 좋았다.
“이민용, 너 무슨 생각 하냐?”
민용이 매트리스에 누워 눈을 감았다.
“우와, 날씨 되게 좋다.”
“마셔.”
“고마워.”
신지가 성현이 건네는 캔 음료를 따서 한 모금 마셨다.
“시원해.”
“좋지?”
“응.”
신지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렇게 계속 놀아도 되는 건가?”
“그래.”
성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예술에 혼을 넣는 거라고.”
“어유, 거창하셔.”
이탈리아, 뜨거운 열정의 나라.
“여기 사람들은 참 낙천적인 것 같지 않아?”
“아마 환경 때문일 거야.”
“환경?”
“응.”
성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을 바라봤다.
“이탈리아는 태양이 좋아서, 늘 작물이 잘 익거든.”
“부족한 게 없어서 그런가?”
“그럴 걸.”
뜨거운 햇살 아래 스프라이트는 상쾌했다.
“근데 너 한 동안 디카페인 먹다가 그냥 먹네?”
“신경 끊었어.”
성현이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이제 우리 출발해야 하는 거 아니야?”
“벌써?”
시계를 보던 신지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아직 괜찮아. 윤호랑 약속 시간 남았어.”
“그래?”
성현이 뒤에서 신지를 안았다.
“신지야.”
“응?”
“좋다.”
“킥.”
신지가 낮게 웃었다.
“징그러.”
“그래도.”
성현이 신지의 머리 냄새를 맡았다.
“너무 좋아.”
이게 행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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