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Episode.6
민용과 민정의 결혼 이야기 셋
“그래, 그 댁에 인사 다녀왔다고?”
“예.”
순재가 신문을 접었다.
“그 집에서는 뭐라고 하디?”
“아유, 뭘 뭐라고 해요?”
문희가 재빨리 끼어 들었다.
“민용이 너 많이 피곤할 테니까., 그냥 오늘은 올라가서 쉬어. 오늘은 쉬는 게 더 좋아. 알지?”
“어딜 가?”
순재가 윽박질렀다.
“민용아 여기 앉거라.”
“예.”
민용이 소파에 앉았다.
“그래, 그 댁에서 뭐라고 하디?”
“괜찮으시다고 하시더라고요.”
“네가 초혼 아닌 것도 알고 있으시냐?”
“예.”
민용이 아래 입술을 물었다.
“오늘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럼 놀라셨겠구나?”
“조금 놀라셨더라고요.”
“그래.”
순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우리 집에는 언제 인사를 하러 올 거냐?”
“언제가 좋으시겠어요.”
“글쎼다.”
순재가 민용의 시선을 피했다.
“네가 알아서 날 잡거라.”
‘그래, 네가 잡아.”
문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민용아 올라 가거라.”
“네, 쉴게요.”
“그래라.”
민용이 올라가자, 문희가 순재의 옆에 앉았다.
“아니 여보 왜 그래요?”
“내가 뭘?”
순재가 미간을 모았다.
“내가 뭘 어쨌는데?”
“왜 그렇게 민용이에게 날카로우세요?”
“내가 뭐가 날카로워?”
‘당신 날카로워요.”
문희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봐주면 안 돼요?”
“이미 한 번 결혼 실패한 놈이 왜 다시 한다는 거야>”
“실패니까요.”
문희가 민용을 변호했다.
“한 번 실패한 거니까. 잘 해보겠다는 거잖아요.”
‘하아.”
순재가 한숨을 토해냈다.
“나는 모르겠네.”
“그냥 봅시다. 네?”
문희가 순재를 재촉했다.
“여보, 부탁이에요. 부탁.”
“후우.”
순재가 한숨을 토해냈다.
“재혼이라.”
민용이 작게 말을 했다.
“재혼.”
자신의 자리가 그렇게 부족한 것이었을까?
“서 선생.”
마음이 아렸다.
“그 사람이 그렇게 좋냐?”
“네?”
민정이 눈을 깜빡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혼남 아니더냐?”
“아버지.”
민정이 새된 비명을 질렀다.
“어떻게 아버지가 그래요?”
“내가 뭘 어쨌다고 그러는 거냐?”
주현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는 그런 말도 못 하냐?”
“아버지 이혼남 가리시는 거예요?”
‘솔직한 말 원하냐?”
주현이 민정을 바라봤다.
“너 이 애비 솔직한 말 원하는 거야?”
“네.”
민정이 힘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 솔직한 대답을 저 듣고 싶어요. 아버지, 정말로, 정말로 이혼남 싫어하시는 거예요?”
“그래.”
주현이 힘주어 대답을 했다.
“나는 이혼남 싫어한다.”
“아버지!”
“하지만 이 군은 괜찮다.”
“!”
민정이 눈을 깜빡였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나 솔직히 여태까지 살면서 이혼한 남자들 단 한 번도 좋게 본 적 없다. 하지만 이 군은 다르구나.”
“어떻게 다른데요?”
“사람이 된 것 같아.”
“아버지.”
민정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그럼 허락하시는 거에요?”
“그래.”
주현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한다.”
“꺅!”
민정이 주현의 목에 매달렸다.
“우리 아버지 정말 대단한 사람인 것 진작 알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허락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나는 내 딸 좋다는 거 안 한 적 없어.”
주현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나는 우리 민정이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싶게 해주고 싶어.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 다 말 해.”
“네.”
민정이 크게 대답했다.
“자고 있었어요?”
“아니요.”
민정이 침대에 벌떡 앉았다.
“안 자고 있었어요.”
‘거짓말.”
민용의 목소리가 장난스러웠다.
“지금 목소리가 잠겨 있는데요?”
“아니에요.”
민정이 황급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로 아니에요.”
“지금 고개 저었죠?”
“네?”
민정이 눈을 깜빡였다.
“저 어디에서 보고 있어요?”
“그걸 봐야 압니까?”
“그럼요?”
민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데 제가 뭘 하고 있는 지 어떻게 알고 계세요?”
“내가 서 선생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서 선생이 뭘 하고 있는 지 그 정도도 못 맞추겠습니까?”
“헤헤.”
민정이 머리를 긁적였다.
“이 선생님 대단하다.”
“내가 대단하기는.”
“이 선생님.”
“왜요.”
민정이 빙긋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가 허락 하셨어요.”
“네?”
“허락 하셨다고요.”
민정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이혼남은 다 싫은데, 이상하게 이 선생님은 하나도 밉지가 않다고, 허락 하신다고 그러셨어요.”
“정말입니까?”
“네.”
민정이 크게 대답을 했다.
“정말이에요.”
“그럼, 내일 오는 겁니다.”
“네.”
“잘 자요.”
“이 선생님도요.”
민용이 전화를 끊고 품에 안았다.
“결혼이라.”
정말 결혼을 하게 되는 거다.
“그래 그 집에서 허락을 했다고?”
“네.”
“흐음.”
순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집에서 허락을 했다.”
“그러니 아버지도 허락해주세요.”
민용의 표정도 진지했다.
“그러니 아버지.”
“일단 네 여자 보자꾸나.”
“아유, 뭘 봐요.”
문희가 다시금 두 사람 사이에 확 끼어 들었다.
“민호 선생님인데, 우리가 뭘 더 봐서 달라질 게 뭐가 있어? 당연히 좋은 사람 아니겠어요?”
“그래도 사람은 봐야지.”
순재가 윽박질렀다.
“당신은, 그 정도도 안 해?”
“해요. 해.”
문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서 오늘 온다고?”
“네.”
민용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오라고 했어요.”
“그래, 그럼 일찍 들어오마.”
“예.”
민용이 다시 입에 밥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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