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노숙자

권정선재 2009. 12. 27. 15:35

노숙자

 

 

권순재

 

 

 

악취가 났다.

노숙자였다.

역겨움.

짜증남.

피로함.

그러한 것들이 온 몸에서 동시에 솟구쳤다.

 

도대체 저들을 왜 그냥 두는 것인지,

도대체 왜 저들을 치우지 않는 것인지,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분노가 치밀었다.

 

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다.

아닐 것이라고,

아닐 것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내 친구.

나의 친구였던 사내가 저기에 앉아 있다.

노숙자와 똑같이,

아니 노숙자가 되어서.

 

나는 살짝 그에게 다가갔다.

재빨리 등을 돌리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그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나의 우상이었으니까.

그 우상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정말로 확인할 자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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