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검은색

권정선재 2009. 12. 30. 23:09

검은색

 

 

권순재

 

 

 

검은색은 무섭다.

그냥 무섭다.

그 뒤에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 생각도 들고,

그 뒤에는 아무 것도 없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그 어둠 속에서,

마치 나를 향해서 갈퀴 같은 손이 튀어나올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손은,

나의 목을 조를 것만 같다.

 

모든 빛을 흡수하는,

그 무엇도 반사하지 않는

검은색.

 

그 검정의 뒤에,

영롱하게 반짝이는

무지개라도 숨겨져 있다면,

그 무지개를

검은색이 먹은 것이라면,

어떠할 것인가?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이 지금 보고 있는 그 검정이,

그저 검은 색이 아니라,

누군가의 피로 인한,

누군가의 죽음으로 인한

그런 것이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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