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노숙자 2

권정선재 2009. 12. 31. 23:39

노숙자 2

 

 

권순재

 

 

 

다가오는 소리가

멀어진다.

나는 봤는데,

그를 봤는데,

그는 나를 본 모양이다.

그도 나를 본 모양이다.

 

나도 내가 이렇게 변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항상 빛이 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고,

나는 항상 위대할 것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이렇게 시린 바닥에 등을 대고 누울 것이라고는,

한 번도,

단 한 번도,

상상도 하지 못했다.

 

지하철에서 사는 괴로움.

그 괴로움을

과연 누가 알아주겠는가?

과연 누가 기억하겠는가?

나의 고통이,

나의 아픔이

그들에게 전달이 되겠는가?

 

차가운 겨울에

시린 시선이

가슴 속에 더욱 시리게 다가온다.

시린 발자국보다

시린 시선이

더 아리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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