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노숙자 3

권정선재 2010. 2. 5. 10:12

노숙자 3

 

 

권순재

 

 

 

길거리를 헤매며

차가운 시선을 받은 지

이미 얼마의 시간이 흐른 지

이미 얼마의 날들이 지난 것인 지

아무 것도 모르고,

아무 것도 알고 싶지 않다.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용기는 사라지고,

무언가를 할 것이라던 용기도 멀어져 버렸다.

 

그저 하루를 살아나가는 것이 고통이고,

그저 하루를 버텨내는 것이 아픔이다.

 

길거리를 돌아다니면서,

누더기로 변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고,

이런 모습을 숨겨야지, 숨겨야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드러내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숨겨야 한다고 생각을 하면서,

드러내면

많은 것을 주는 그들 탓에,

 

자꾸만

자꾸만

나를

이런 나를 드러나게 하고 싶다.

나는 더러운 거리의 노숙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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