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로그 창고/시 읽는 하루

하루의 기적

권정선재 2010. 5. 1. 07:00

하루의 기적

 

권순재

 

 

 

딱 하루만 더

그 말을 듣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너의 창백한 얼굴이

늘 당당하던

너와 달라서

할 말을 잃었다.

 

아무리 아파도,

잇새로 나오는 신음을 참으며

고통스럽지 않게

아니 않은 척

애를 쓰는 네가 안쓰러워

내 마음이 더 쓰렸다.

 

너는 말을 했다.

딱 하루만,

하루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루만

하루만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한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턱 하니 막혔다.

 

하루의 기적을 내가 줄 수 없어서,

그 하루가 너에게 없는 것을 알기에,

미안하고 다시 또 미안했다.

 

보러 가고 싶어도,

보러 가기에는 네가 너무 멀기에,

마음으로 밖에 보지 못 하기에,

미안하고 늘 미안하고 다시 또 미안하다.

 

너에게 하루의 기적을 부디 줄 수 있기를 바라며,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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