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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검은 옷을 입은 남자

권정선재 2013. 2. 6. 07:00

[행복한 책방]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전혀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을 했던 책인데 의외로 책이 술술 넘어가서 놀랐습니다.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한 책인데요. 책이 꽤나 오래 전에 나왔던 책이지만 그저 값이 저렴하다는 이유 하나로 한 번 구매를 했던 책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다른 책을 먼저 읽을 거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술술 읽히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한 남자의 비극적인 이야기. 그리고 그의 희망을 찾고자 하는 무언가. 하지만 그를 누르는 그 모든 이야기 같은 것이 [검은 옷을 입은 남자]에 담겨 있습니다. 주인공이 러시아에 사는 유태인이기에 더더욱 그 슬픔이 묻어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죠. 아주 오래전. 뭐 하나 손에 든 것이 없는 사나이. 그런 사나이의 쓸쓸함과 인간에 대해서 믿게 되는 그 모든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에 사실 재미있는 책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어서 마지막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더군요.

 

사실 아이가 어른이 되는 성장 소설은 많이 보았어도, 이미 성인이 또 다른 깨달음을 얻거나 고통을 겪는 성장 소설을 제대로 본 적이 없기에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이 낯설음 속에서도 이 이야기는 힘을 가지고 있었는데요. 일단 그 사실적인 배경 덕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실제로 그 당시를 살아가는 것처럼, 그리고 주인공의 가난한 현실을 몸소 느끼고 그 안에서 같이 생활을 하는 것처럼 사실적인 이야기가 소설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실적인 이야기도 동시에 아픔으로 다가오고 말이죠. 조금은 더 행복해도 되는 것이 아닐까? 싶지만 막상 주인공이 그다지 불행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막상 주인공만 그러한 생활에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니니 말이죠. 모두가 힘들었던 시대.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가고는 있지만 그 희망까지 조금 남아있던 그 시절이 바로 이 소설의 배경입니다. 그리고 소설도 회색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짙은 어떠한 색을 내면서 읽기란 쉽지 않은데, 계속 머릿속에서 잿빛 애니메이션이 그려졌습니다. 물론 그 정도로 우울하기만 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반대로 그 정도로 우울하기도 합니다. 이처럼 아픈 시대를 살던 이들의 책은 그동안 많이 읽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소설들이 이렇게 아프고 어떠한 희망도 주지 못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유난히 [검은 옷을 입은 남자] 안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어떠한 미래를 보여주지 못할 거라는 그런 암시가 담겨 있죠. 게다가 가난함에도 불구하고 자식들은 군대로 가야 하고, 막내는 장애까지 가지고 있는. 그나마 딸 하나 믿고 사는 이의 아픔은 더욱 슬픕니다. 그리고 아들 하나는 결국 망명을 보내지만 그 마저도 그리 행복하지만은 않은, 그리고 그의 권유로 미국으로 떠나지만 막내가 계속 마음에 남아서 견딜 수 없는 아버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하지만 마지막까지 읽게 되면 어떠한 감정이 차오릅니다. 물론 해피앤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새드앤딩도 아니거든요. 게다가 작가가 인물에게 어떠한 감정을 품지 않는 것 역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입니다. 아무리 작가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작가가 만든 소설 속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어떠한 연민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자기가 만든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불쌍한 것은 불쌍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소설은 그러한 연민을 품지 않아서 좋습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소설 속 인물들을 바라봅니다. 그들이 불쌍하고 암울한 인생을 살더라도 그렇게 바라보고, 그들에게 어떠한 희망의 빛이 비추어 질 적에도 그렇게 바라봅니다. 최대한 담담하게 인물들을 묘사를 하기에 이 소설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마음으로 읽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잿빛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주는 [검은 옷을 입은 사내]였습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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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구절

멘델은 잠에 들었다. 행복의 무게와 기적의 위대함에 휩싸여 깊고 아늑한 휴식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