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의 책을 읽다 보면 뭔가 제대로 이해가 안 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음에도 하나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다른 사람들임에도 한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죠. [도마뱀]은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줘서 더 어려운 소설입니다. 읽으면서도 어라? 내가 지금 잘못 읽는 거였어?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앞으로 돌아갔거든요. 아무튼 [도마뱀]은 단편 소설집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요시모토 바나나’의 생각이 가득 담겨 있어서 어느 정도 부담스러운 소설들입니다. 그렇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느낌이 가득 담겨 있기도 합니다. ‘요시모토 바나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르던 사람이라면 확실히 이 작품을 통해서 그녀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단편 소설들처럼 작가를 제대로 설명하면서 다른 이야기들은 없으니까요.
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에는 여자들이 뭔가 독특합니다. 그리고 감정 묘사가 탁월합니다. 본인은 성별을 초월한 작가가 되고 싶어서 저런 이름을 지었다고 하지만 그녀의 소설을 읽다 보면 그래도 여자가 쓴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똑같이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더라도 그 어떤 작가들에 비해서 그들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하고 싶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 것 같거든요. 그저 상처를 받은 이상한 사람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그런 상처를 가지게 된 것이고. 그들이 그래서 어떤 삶을 사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결론이나 해답을 주지는 않습니다. 그저 조금은 상처를 입은 이들이 그냥 평범하게 살아간다? 뭐 이 정도의 느낌을 주고 있다고 하면 맞을 것 같아요.
물론 어떠한 문제가 있는 이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무조건 우울하기만 한 것은 아니고 중간중간 웃음도 유발합니다. 특히나 김치 냄새를 맡아서 김치 꿈을 꾸었다는 것 같은 이야기는 한국 소설에서는 그다지 만날 수 없었던 소재가 아니었나 생각이 되거든요. 아무리 대단한 생각을 하더라도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게다가 가장 쓸쓸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면서도 그 곁에는 항상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다시 또 위안이 되기도 하는 느낌입니다. 물론 누군가가 있더라도 외로움을 겪을 수 있기는 하지만 소설 속의 등장 인물들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습니다. 아플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인지하고 어느 정도 그것을 감내하기로 하는 거죠. 무조건 앞으로 나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아픔을 덜어낼 수 있다는 것을 주인공들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소설이라고 생각을 해요. 누구나가 봄 혹은 가을이 되면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많이 아파하게 되니 말입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곁에 더 이상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너무나도 괴롭겠지만, 그 아픔을 겪고 다시 지금 있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아무리 지난 날의 내가 너무나도 아프고.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괴롭더라도. 다시는 그 시절이 오지 않을 거고. 지금의 나는 그것들을 어느 정도 잘 견디고 오늘날의 나를 만들었다는 것. 이것만 생각을 해보더라도 우울함을 덜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슬픔이라는 것은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매일 생각이 나던 것이.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나는 것이 될 정도로 점점 더 작아지게 될 겁니다. 그렇게 아픔을 닦아내고 닦아내다 보면 닳고, 또 닳게 되겠죠.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기억에 남는 구절
좋아. 하고 나는 대답하여, 살아 있는 한 지속될 그런 슬픔을 잠깐 동안 잊고, 그것이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지고, 그렇게 하고 이제 곧 둘이서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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