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과 전시

[신나는 공연] 듀스

권정선재 2013. 5. 17. 07:00

[신나는 공연] 듀스

 

[듀스] 공연 초대 받아 다녀온 후 쓰는 리뷰입니다.

 

서초에도 극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대다수의 연극을 공연하는 곳은 혜화에 몰려 있으니까요. 간혹 뮤지컬 같은 경우에 신도림에도 있고 영등포에도 있고, 한남동에도 있지만. 연극을 공연하는 장소가 그 땅값 비싼 서초에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해서 일단 신기했어요. 게다가 말라말랑한 연극이 아니라는 것도 신선했고요. [듀스]는 노동운동자 출신 여성과 모든 것을 다 가졌던 여성이 감옥에서 이웃 방에 수감이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는 그리 친절하기만 한 것은 아닌 느낌이에요. 꽤나 난해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조금 많이 미안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확실히 졸린 연극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코미디도 아닌데다가 말랑말랑한 로맨스도 아니라서 더 그렇게 느껴지는 느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자까지 매우 불편한 상황이고 관객들이 모두 서로의 얼굴을 보게 만들어진 구조 탓에 더더욱 불편했지만, 연극을 보고 난 느낌은 의외로 뿌듯하다였습니다. 연극을 보고 뿌듯한 경우는 그리 많지 않죠. 대중적인 연극을 생각을 해본다면 [짬뽕] 정도가 그런 느낌을 주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데요. 아무튼 의미 있고 좋은 연극입니다.

 

 

 

 

이 연극 은근히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보면서 즐거운 공연도 참 좋은 공연이지만, 보고 나서 많은 생각을 하는 쪽도 좋은 공연이니까요. 다만 시작부터 굉장히 난해한 연극인데 일단 일어로 뭐라고 말을 시작합니다. 샤또마고라는 단어도 들리는 것 같고, 중간중간 아는 일본어가 들리지만 역시나 그래도 낯선 언어죠. 게다가 그것뿐만 아니라 우리가 맨 처음 만나는 석봉의 경우에는 약간 미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괴짜 여인 덕에 우리는 극에 더 집중을 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도대체 그녀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거고, 이런 그녀의 행동을 통해서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되니까요. 게다가 그 닫힌 감옥 안에서도 밖에서처럼 자유로운 것 같이 행동을 하는 데다가 그 무엇에도 주눅이 들지 않고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는 그녀는 누가 보더라도 미친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그래서 안쓰럽고 더 사랑해주고 싶어지죠. 마치 공주님을 보는 기분이랄까요? 스스로 기사가 되기를 원하는 심덕과 대비가 되기도 하고 말이죠. 두 여인의 캐릭터가 완전히 반대인 까닭에 다소 지루한 연극이지만 그 갈등이 있어서 마지막까지 이끌어 나가는 힘이 되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밖에서라면 절대로 만나지 않았을 두 여인의 이야기인 만큼, 이야기는 그리 밝기만 한 느낌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서글픔을 넘어서 담겨 있는 감정이 조금 묘해요. 그리움이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그 이상의 다른 감정이라고 이야기를 하기에도 그렇죠. 하지만 그 낯설면서도 익숙한 감정은 우리가 실제로 친구를 사귀는 감정하고도 닮아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서로에 대해서 호기심이 생기고, 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하면서 친구가 되고. 그러다가 서로의 상처를 할퀴기도 하고. 하지만 그래도 결국 의지를 할 곳이 서로라는 것을 알기에 친구가 되는 그러한 과정 말입니다. 다정하고 친절한 공연은 아니지만, 그래서 편하고 따듯한 공연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까르르 웃고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공연은 아니지만 말이죠. 특히나 감옥이라는 장소가 배경인 만큼 죄수 번호를 부른다거나, 배식을 하는 그 차가운 모습. 그리고 그 좁은 감옥 안의 모습 등은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합니다. 그리고 부르주아 공주님과 프로레탈리아 기사님의 서로의 생각을 드러내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쪽 모두의 입장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말이죠. 색다른 연극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혜화 말고 서초에 가서 [듀스] 어떠세요? 네 면에서 모두 연극을 감상할 수 있어서 다른 관람객의 표정을 보는 것도 포인트! 가 아닐까 생각이 되네요. 게다가 모두 다 두 줄 정말 작은 소극장이라 배우가 바로 보이는 것도 장점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신나는 부분

하나 자신들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두 여자

좁은 무대가 돌아갈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