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
사람들은 참 이상합니다. 지금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있으면 그만일 텐데 도대체 그 사람의 과거를 왜 그렇게 궁금해 하는 것일까요? 게다가 과거를 생각을 하는 것이 그걸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더 애매한 부분입니다.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난 이후에 그냥 그런 일이 있구나. 이렇게 넘어가면 될 것인데 하나의 이야기를 듣고 나면 또 다른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안달이 납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질투 같은 것을 느낍니다. 이 사람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이런 일들을 했단 말이야? 그래놓고 나는 하지 않아? 그 순간 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이런 온갖 망상에 빠지게 되는 거죠. 정작 자신도 그다지 깨끗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일수록 오히려 상대방에 대해서 더 큰 집착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마치 자신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 탓일까요?
[나를 만나기 전 그녀는]의 주인공 역시 마찬가지로 그가 사랑하는 여자의 과거에 대해서 관심을 가집니다. 처음에는 그냥 간단한 관심 정도로 머무는 것입니다. 사실 여자의 과거에 대해서 궁금하게 생각을 하는 것을 가지고 뭐라고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일 겁니다. 우리는 누구나 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가 그것을 물으니까요. 그냥 그 사람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그것에 대해서 묻는 거라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바란다면? 그 순간 바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간절히 바라고 소망하는 것이 그 사람 자체에 대해서 모두 다 알고 싶어서, 그녀의 모든 순간을 사랑하고 싶어서가 아니게 되는 거죠. 누군가를 미워하는 마음이 점점 더 커다래지는 겁니다.
사실 질투가 없는 사랑은 없을 겁니다. 오히려 질투를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가짜일 가능성이 더 크죠. 질투를 한다는 것은 결국 누군가를 더 사랑한다는 것일 겁니다. 실제로 연애를 하면서 상대방이 아무런 질투도 하지 않으면 괜히 서운한 마음이 느껴지는 거도 사실입니다. 이 사람이 나를 정말로 사랑하지 않아서 그러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말이죠. 내가 뭘 잘못해서 이 사람이 질투를 하지 않는 걸까? 이 사람의 마음이 벌써 식은 걸까? 이런 온갖 생각이 다 들게 마련이죠. 하지만 아무리 이런 생각을 하더라도 그 사람의 질투가 점점 더 심해지게 되면 불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나 몇 번 비슷한 일들이 계속 반복이 된다면 점점 더 그런 마음을 느끼게 될 겁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식어가버리겠죠.
단순한 질투에서 집착으로 변해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이기에 더욱 두렵기도 합니다. 우리는 실제로 이러한 사건들에 대해서 주위에서 너무나도 많이 듣습니다. 참 유치한 일이기는 하지만 인간이기에 가장 당연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이 사람을 너무나도 사랑하기에 이 사람의 모든 것을 다 사랑하고 싶기는 하지만 내가 사랑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가기에 어쩔 수가 없는 거죠. 누군가를 간절히 사랑하게 된 한 남자. 그가 한 여자를 사랑을 넘어서 괴롭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꽤나 섬세하게 묘사해서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개인적으로 작가의 자른 소설들에 비해서 조금 더 쉽게 마음으로 다가오는 소설이었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조금 딱딱한 느낌을 주는 것은 분명합니다. 시간이 나는 편안한 주말에 한 번 펼치면 마지막까지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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