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고슴도치
‘줄리언 반스’가 쓴 [고슴도치]는 재판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만큼 소설 자체로도 그다지 지루하지 않은 형식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쉽게 책장이 넘어가지 않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단 우리와는 너무나도 먼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우선이고, 그 방식이 그다지 친절하지 않기 때문이죠. 일부에서 꼼꼼하게 적어내려간 것이 미덕이라고 이야기를 하기는 하지만 사실 이는 그다지 큰 미덕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짧은 글도 아니고 소설에서 지나칠 정도로 세세한 묘사를 하는 것은 사실 독자를 지치게 하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아무래도 소설이라는 것은 머리가 아플 때 편해지기 위해서 읽는 것인데 그것을 넘는다면 다소 불편한 마음이 느껴지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독재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우리나라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 소설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당연히 독재라는 것이 잘못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인 나라에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독재가 무엇이 문제냐?라고 묻는 이는 버젓이 의사를 하고 방송에 출연하고 있죠. 모든 과정에서 독재는 결국 다 편리할 것입니다. 여러 사람의 의견이 모이고 서로 토의를 하는 것은 결국 엄청난 시간과 비용을 소모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의를 하는 이유는 그 누구도 아쉬운 이가 없이 모두의 목소리를 모아서 하나의 사안을 향해서 가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오히려 수많은 문제점들이 생기게 되고 한 사람이 생각을 할 때는 볼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해서 해결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독재. 이 소설은 바로 그 독재자를 응징? 하기 위한 재판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방송에 중계가 되는 쇼 형식의 재판에서의 독재자는 너무나도 뛰어나게 말을 잘 하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다소 애매한 생각에 빠져들게 합니다. 사실 이런 경우 일반 상황에서도 우리는 토론이 되지 않기도 합니다. 토론을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보다 뛰어날 경우 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오직 나만 맞아! 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절대로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이와 대화를 하게 된다면 그 어떤 결론도 내려지지 않을 겁니다. 양쪽 모두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면 바꿀 수 있다는 유연한 신념을 가지고, 조금 더 포괄적으로 양쪽 모두를 이해해야 하니 말이죠. 뛰어난 언변으로 자신을 변호하는 독재자의 모습을 보며 과연 그 사람이 나쁘기만 한 인간인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 모호합니다.
다만 아무래도 딱딱한 도서이니 만큼 조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읽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한 달음에 읽지 않는다면 제대로 읽히지 않는 소설이기도 하고요. 분명히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정작 이야기가 명확히 그려지지 않기도 하고요. 그리고 작가가 말을 하는 것이 단순한 독재자에 대한 분노만도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사실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하는 것들은 그 상황에서 함께 동조하고 묵과했던 존재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신은 아무런 죄도 없는 척 뒤로 물러나서 선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기는 하겠지만 말이죠. 오늘날 읽기에는 다소 딱딱하고 쉽게 읽히지도 않는 이 소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은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인물이 나타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 탓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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