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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책방] 부이

권정선재 2014. 4. 15. 07:00

[행복한 책방] 부이

 

바다에 떠있는 등대의 이야기 [부이]는 어른들이 읽기에도 참 좋은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가 찾아오지도 않고 늘 묵묵히 그 자리에 있는 부유등대 부이’. 그 너무나도 커다란 외로움에 누구나 쉽게 이해를 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러나 부이는 그다지 외롭지 않게 존재합니다. 바다에서 머물면서 수많은 자연과 친구가 되어가는 거죠. 그리고 바다 생물들이 그들에게 친구가 되어주는 것처럼 동시에 부이를 중심으로 삶을 존재합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것에 의해서 삶을 이어간다는 것이 참 신기한 느낌이죠? 사실 인간으로 인해서 모두가 머물 곳이 사라지는 것이니 말이에요. 그 누구도 쉽게 머물 수 없는 공간에서 머무는 이들의 이야기는 어딘지 모르게 감동을 주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그들은 특별한 유대 관계를 만드니까요.

 


부이

저자
브루스 발란 지음
출판사
맑은소리(동반인) | 1999-07-3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이타주의의 숭고한 과정을 잔잔한 모노톤의 삽화와 함께 섬세하게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살아있지 않은 것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다지 특별한 것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부이]가 아름다운 것은 바로 그 지점일 것입니다. 게다가 부이가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처럼 누군가를 가르치려고 들지 않는 것 역시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보통 이런 의인화 동화 같은 경우에 주인공은 너무나도 많은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존재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고 하고 그 부분이 꽤나 불쾌하게 느껴지곤 하죠. 하지만 [부이]에서는 그러한 것이 없습니다. ‘부이는 아이처럼 순수한 존재이고 다른 이들이 느끼는 것에 대해서 같이 느끼는 존재입니다. 인공적인 존재가 그 어떤 자연보다도 자연을 더욱 아름답게 느끼는 것이죠. 그리고 그와 동시에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가장 아름답게 세상을 바라보기에 그런 거겠죠.

 

낯선 곳에서 낯선 존재들을 친구로 맞아들이는 부이의 이야기는 묘한 깨달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와 다른 존재들이 친구가 되고자 하면 살짝 겁을 내곤 합니다. 그들과 어떻게 해야 친구가 되는지도 잘 모르고,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해서도 겁을 내곤 하죠. 그리고 우리가 친구가 되고 나서의 이야기에 대해서 고민을 하곤 합니다. 우리는 너무나도 다른 것 아닌가? 그럼 우리는 친구가 되지 못한 것일 텐데? 뭐 이런 종류의 여러 상상들 말입니다. 이런 것들 전혀 고민하지 않고 좋은 존재가 있으면 그냥 친구가 되면 좋을 텐데 우리는 그러지 못합니다. 혹시라도 내가 먼저 손을 내밀면 내가 바보처럼 보이지 않을까? 내가 더 많은 것을 잃게 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먼저 우리에게 손을 내밀기를 바라곤 합니다.

 

부이가 가장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어딘가로 가지 않는다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겁니다. 늘 같은 자리에서 묵묵히 존재하면서 우리의 친구가 될 수 있는 거죠. 사람들 중에서도 좋은 친구라고 한다면 늘 같은 모습을 가지고 있는 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매력적인 사람이기는 하지만 늘 자꾸만 변화한다면 그것을 과연 좋은 친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지 않을 겁니다. 다른 누군가도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하면서 자꾸만 물러나고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을 테죠. 하지만 부이는 늘 같은 존재입니다. 가끔은 어린 아이처럼 어리광을 피우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어딘가로 쉬이 떠나지 않고 늘 그 같은 자리에서 뿌리를 내리고 버틴다는 사실일 겁니다. 참 좋은 등대 이야기 [부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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