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내 말 좀 들어봐
‘줄리언 반스’의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 [내 말 좀 들어봐]는 어쩌면 조금은 지질한 이야기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연애라는 것이 늘 그렇게 유치한 걸 겁니다. 이기려고 한다면 자연스럽게 연애에서 실패하게 되어버리고 말고, 그렇다고 해서 마냥 지는 것도 지치게 마련일 겁니다. 연애라는 것이 결국 두 사람이 서로 주고받는 관계가 바탕이 되어야 할 텐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은 누구 하나가 완벽하게 져아만 한다는 이유인데 그러기 쉽지는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어느 순간가지는 누군가에게 그냥 지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정말로 그 사람하고 좋은 사람이 되기를 원한다면 그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한 번 제대로 부딪쳐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해서 그 문제는 해결이 되지 않은 채로 우리를 괴롭히기만 할 테니 말이죠.
삼각관계일수록 어느 한쪽이 가지고 있는 실망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자연스럽게 상대의 또 다른 상대에 대해서 질투를 할 수밖에 없고요. 이것은 당연한 것일 겁니다. 누가 되었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독점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일 테니 말이죠. 만일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이 정도 질투도 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이겠죠. 그런데 이 소설이 조금 묘한 것은 그 삼각관계가 다소 일방적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초반에는 마치 세 발 자전거인 것처럼 세 사람의 관계가 다소 공고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관계는 한 쪽으로 자연스럽게 치우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관계에 들어가지 못한 존재는 그 모든 것에 대해서 괴롭게 생각을 하고 불편하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되는 거죠.
그렇다고 무조건 이기적인 사랑이라고만 할 수도 없는 것이 여주인공은 그저 사랑을 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오히려 가만히 있는 그녀를 두고 싸우는 것은 두 남자입니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 건지도 모르는 순간에도 두 남자의 라이벌적인 질투가 벌어지고 있는 거죠. 그렇다고 해서 여자를 무조건 옹호할 수도 없는 것이 그녀가 조금이라도 더 분명하게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면 이런 고민이 사라지게 될 텐데 그녀가 그러지 않는다는 것 탓일 겁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것 자체를 꽤나 즐기는 느낌을 줍니다. 그것이 일종의 자기 사랑을 받는다는 확인과도 같은 느낌을 준다고 할까요? 그러거나 말거나 매력적이면서도 새로운 사랑의 유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이 소설은 결국 찌질합니다.
아무리 쿨한 척을 한다고 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혼자서 독점해야만 하는 것이 사람이라면 늘 가지고 있는 가장 당연한 마음이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사랑이라면 더더욱 모두 다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 겁니다. 사랑이라는 것은 누군가와 공유했을 때 그 가치가 커다랗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내가 가지고 있는 자리가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렇게 나의 공간이 좁아들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그 공간을 넓히기 위한 무언가를 해야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이국적인 풍경이 그려지기도 하지만 이 소설에서 이국적인 배경과도 같은 것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오직 그 안에서의 섬세한 심리 묘사만이 중요한 거죠. 너무나도 찌질한 두 남자의 이야기 [내 말 좀 들어봐]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 문화 > 행복한 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책방] 플로베르의 앵무새 (0) | 2014.04.21 |
---|---|
[행복한 책방]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0) | 2014.04.18 |
[행복한 책방] 658, 우연히 (0) | 2014.04.16 |
[행복한 책방] 부이 (0) | 2014.04.15 |
[행복한 책방] 잠깐만, 오드리 (0) | 2014.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