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10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읽으면서 정말 대단하다. 라는 말이 나와서 계속 혀를 내두르면서만 읽게 되었던 소설입니다. 성경을 바탕으로 두고 있는 이 소설의 기발함은 정말 대단합니다. 물론 성경주의자들이 본다면 다소 불편할 것 것들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노아의 방주에 대해서도 자기 나름의 합리적인 해석을 덧붙이면서 새로운 무언가를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그림 안에서 독자들은 기존에 자신이 알고 있던 성경이 완벽하게 분해가 되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봐야만 합니다. 그런데 이게 불쾌하다기 보다는 꽤나 유쾌한 시선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반성경 작품보다는 낫지 않나 싶습니다. 적어도 이건 성경 자체를 부정하는 이유는 아니니 말이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의 근거나. 그 이야기 자체를 비꼬는 형식을 취하고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 풍자의 재미가 꽤나 강하게 느껴집니다.
개신교를 그다지 안 좋아하지만 학과의 특성상 단순히 신화적 이야기만으로 성경을 읽기도 하는데 이런 식으로 해석할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노아의 방주에 올라탄 벼룩을 가지고 이야기를 한다거나, 노아가 결국 신이 내린 명령에 대해서 제대로 행하지 않다고 나무라기도 하는 방식 등은 꽤나 흥미로운 방식이 아닐까 하고 생각이 됩니다. 이토록 독창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이런 놀라움도 생기고 있고요. 수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텍스트를 가지고 이토록 유쾌하게 변주할 수 있다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 대단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할 겁니다. 사실 ‘줄리언 반스’의 다른 작품들 같은 경우에는 읽어 가는데 다소 시간이 걸리고 버겁다. 이런 생각이 드는 것이 우선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생각이 우선 들지는 않더라고요. 도대체 이 다음에는 어떤 방식으로 우리가 잘 아는 텍스트를 이야기할까 궁금해집니다.
게다가 그것이 어떠한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을 근거로 하지 않고 나름 합리적인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가 된다는 것 역시 매력일 겁니다. 작가가 직접 창작한 이야기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야기의 패러디가 반복이 되면서 우리가 마치 새로운 바이블을 마주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거든요. 다소 유치한 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안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 바로 그 이유일 겁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꼬아놓으면서도 작가 자신의 창의적인 생각을 ᅟᅩᆨ스란히 넣으면서 독자들에게 어떠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는 것 역시 매력입니다. 그냥 일방적으로 나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를 했으니까 네가 좀 들어줘.가 아니거든요. 너 재미있는 이야기가 듣고 싶다고 했지? 그렇다면 혹시 이런 이야기는 어때? 이런 느낌이라서 더 친근하고 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큰 부담 없이 읽어갈 수 있는 글이기에 주말이나 평일에도 읽기에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각 장이 이어지면서도 명확히 구분이 되어 있어서. 한 달음에 다 읽어내려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강점일 겁니다. 게다가 판타지적인 요소까지 풍부하게 있어서 평소에 글을 읽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큰 부담을 가지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느낌입니다. 신화를 가지고 왔지만 마치 자신이 또 하나의 신화인 것처럼 이야기를 하고 있기에 거기에서 나오는 즐거움도 꽤나 커다란 편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특히나 성경 그 자체를 가지고 패러디를 할 수 있다는 그 개방적인 무언가도 참 신기하고 말이죠.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생각도 제대로 못 할텐데 말이죠. 기발한 상상력이 궁금하다면 [10 1/2장으로 쓴 세계역사] 어떠신가요?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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