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책방] 658, 우연히
숫자를 통해서 살인이 벌어지는 사건을 추격하는 [658, 우연히]는 그 그림이 명확히 그려지지 않기에 더욱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도대체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되는 것일까? 그러한 궁금증을 계속해서 던져주는 작품이거든요. 그렇다고 해서 다른 추리 소설처럼 그냥 주인공들을 멍하니 따라가는 것도 다소 난감합니다. 그렇게 그냥 따라가기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길을 잃게 되거든요. 그리고 그다지 친절한 소설도 아닙니다. 무언가를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숨기곤 합니다. 도대체 이 다음에 어떤 이야기가 벌어지게 되는 것일까에 대해서도 쉽게 예상을 할 수 없습니다. 설마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라고 생각을 하면 또 다른 이야기가 벌어지곤 하거든요. 그렇다고 우리가 생각을 하는 것과 전혀 다른 건가? 생각을 하다 보면 또 그대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기도 합니다. 참 묘한 느낌이죠?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잇던 추리 소설과는 다르게 동시에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스타일이라서 더욱 매력적입니다. 다만 한 번 그 흐름을 놓치게 된다면 다시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다른 장르도 아니고 추리 소설이니 만큼 한 번 흐름을 잃게 되면 다시 그 소설이 재미있는 부분을 찾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생각이 들게 되거든요. 그러한 점에서 소설 자체가 가지고 있는 미덕은 조금 부족하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다른 추리 소설을 읽을 때 느껴지는 그런 재미도 상대적으로 덜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일반적인 추리 소설의 경우 마지막까지 다다르게 되면 그 쾌감 같은 것이 느껴지잖아요? 자연스럽게 어느 누구의 편이 되고 말이죠.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그러한 매력이 잘 드러나지는 않습니다.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는 조금 전통적인 느낌을 주는 수사 소설이라는 생각이 우선 든다고 해야 할까요?
몇 가지 에피소드가 나열되는 방식인데 그 산만함에 비해서는 매력도가 높은 편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소설에만 제대로 몰입을 한다면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깊은 몰입도라고 해야 할까요? 물론 한 번 여기가지 빠지는 것이 그다지 쉬운 편은 아닙니다. 쉽게 몰입을 하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벌어지는 건지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할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다른 소설에 비해서 사건 자체가 흥미로운 것과 다르게 인물들의 매력은 그다지 부각이 되지 않는 느낌입니다. 그러다 보니 약간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고 빠르게 사건이 넘어갔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게다가 조금 두꺼운 분량 탓에 다소 부담스러운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냥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이 되는 분량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많은 편이거든요. 게다가 위에서도 이야기를 한 것처럼 마냥 쉽게만 읽을 수 있는 작품도 아니고요.
하지만 마지막 장을 탁 덮고 나면 뭐야?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될 정도로 꽤나 큰 반전이 머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이런 류의 소설을 별로 읽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충분히 매력적인 소설이었습니다. 게다가 정말로 마지막에 다다르기 전까지 제대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 역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더욱 키우는 부분 중 하나일 겁니다. 보통 소설들은 반전을 두고 약간 그것을 수습을 하는 시간 등을 두잖아요. 하지만 이 소설 같은 경우에는 그냥 반전 그 자체에 독자들을 놀라게 만듭니다. 게다가 독자들이 자신의 소설에 대해서 파악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모양인지 마지막까지 독자들의 눈을 가리곤 합니다. 그렇지만 불쾌하기 보다는 오히려 소설의 반전을 제대로 즐기라는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여유로운 시간이 있을 때 가만히 읽으면 좋을 소설 [658, 우연히]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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