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소리굽쇠, 할머니가 끓여준 닭백숙
[소리굽쇠]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Good – 먹먹한 영화 좋은 사람
Bad – 불편한 이야기 싫은 사람
평점 - ★★★★ (8점)
위안부 할머니를 소재로 했다는 영화 [소리굽쇠] 시사회에 가서 놀랐습니다. 극 영화인 데다가 단순히 위안부 할머니들만이 중심이 아니라 세계 2차 세계대전 피해자들을 위한 영화거든요. 조금 산만할 수도 있지만 그래서 더 풍성하고 아픈 영화가 [소리굽쇠]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영화 자체만 보면 조금 멍한 느낌이 들기도 해요. 너무 많은 이야기를 동시에 하려고 하는 생각도 들거든요.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왜 이 많은 것을 한 번에 이야기를 하려고 하였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내려집니다. 우리가 이제는 다 끝난 일이고 더 이상 사람들이 아파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한 일에 대해서 여전히 아파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죠. 우리는 그 분들이 이토록 아플 거라고 생각을 못하지만 여전히 그 당시의 이야기를 말만 꺼내도 아파하신다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고통이 있는 만큼 이것이 그냥 끝이 난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도 계속 되고 있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그 분들의 고통이 계속 되고 있다는 것은 그 분들의 자녀에게도 이 고통이 가고 있다는 이야기와 마찬가지일 겁니다. 시대를 넘어 세대를 이어가는 아픔. 같은 아픔을 비슷한 울림으로 느끼기에 더욱 서러운 영화가 [소리굽쇠]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저 역시도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해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지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서 몰랐는데 영화를 보면서 멍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아픔을 여전히 느끼시는구나 싶었거든요. 사실 저도 너무 무심한 사람입니다. 이미 다 끝이 난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을 되게 자연스럽게 하곤 했었거든요. 얼마 전에는 세월호 비극이 언제 일어났었는지까지 잊고 있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무언가에 대해서 잊고 있고 나의 아픔이 아니라고 생각을 하고 있겠지만 그 분들에게는 이것이 죽은 아픔이 아니라 살아있는 아픔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하기에 [소리굽쇠] 같은 영화가 꼭 필요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그저 머리로만 피상적으로 알고 교과서에서 한 구절 정도 나오는 걸로 아닌 것을 조금 더 진지하고 싶은 눈으로 바라보게 하거든요. 살아있는 아픔. 그래서 이렇게까지 아프게 표현을 했어야 했을까? 궁금하기는 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끝이 나고 죽은 상황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있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니 말이죠. 게다가 그 아픔이 한 세대에서 머물다가 끝이 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 갈 수 있다는 너무나도 당연하지만 우리가 잊고 사는 진실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옥희’는 위안부로 끌려가서 성노예 생활을 했던 할머니 ‘귀임’ 역을 맡았습니다. 원래 조선족이 많이 사는 지역에서 연기를 하시는 분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사투리 연기에서 완벽한 무언가를 선보이셔서 최고였습니다. 사실 그다지 많은 것을 설명하지는 않는 역할이라서 속이 시원하거나 그런 역할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 답답함이 돋는 상황에서도 나름의 매력을 선보이시는 것 같아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세세하게 이야기를 해주지 않지만 그 만큼 큰 아픔을 가슴에 품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더라고요. 스산한 중국 어느 곳의 풍경이 더해지는데 그 배경하고 배우의 연기가 완벽하게 어울려서 더욱 서글픈 느낌이 묻어납니다. 덤덤한 척 아픔을 이야기하기에 더욱 서러운 역할입니다.
‘조안’이 맡은 역은 ‘귀임’의 손녀이자 한국에 와서 살고자 노력하는 불쌍한 영환 ‘향옥’역할입니다. 할머니를 쏙 닮아서 선한 아이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으로 옵니다. 여기에서부터 바로 ‘향옥’의 아픔이 시작이 됩니다. 중국에서는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던 그녀는 한국에서는 조선족이라면서 차별을 받기 때문이죠. 그녀는 결국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는 친척에게 전재산을 빼앗기기도 합니다. 이리저리 아프고 또 치이는 그런 가련한 존재인 것이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겨우 행복해지는 그녀를 보면서 참 많이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일부 악독한 조선족들 탓에 우리가 모든 사람들을 같은 눈으로 바라보고 ‘향옥’과 같은 이들도 막아서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 말이죠. ‘조안’이라는 배우가 맡았기에 더욱 순수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향옥’의 남편이자 원폭 피해자의 후손인 ‘덕수’는 ‘김민상’이라는 배우가 맡았습니다. 사실 그렇게 화려할 것도 없이 촌티가 팍팍 나는 그저 평범한 농촌 총각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선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청년입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도울 줄도 알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기 위해서 노력을 하기도 하는 인물이거든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사실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다가, 자신의 곁에 있는 사람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알고 노력하고자 하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사람에 대한 믿음을 잃은 ‘향옥’에게 정말로 소중한 친구이자 동반자가 되어주기에 아름다운 존재인데요. 막 멋있지는 않지만 비닐하우스 프로포즈도 그렇게 나름 낭만이 있는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독이 너무 많은 것을 이야기를 하려고 해서 살짝 산만하기는 하지만 그 만큼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는 그 동안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우리가 봐야 하는 것들을 보지 않았으니까요. 위안부 할머니의 존재도 그저 막연하게만 생각을 하고 실제로 그 분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신지. 어떤 위치에 계신지 알지 못하고 있었기에 더욱 마음으로 다가오는 영화였습니다. 특히나 나눔의 집에 계신 할머니들만 생각을 하고 있었지, 일제 강점기 당시에 중국으로 끌려갔던 우리네 할머니들에 대한 것은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기에 당황했습니다. 또한 원폭 피해자가 단순히 일본인들에게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당시에 일본에 주둔하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구나. 같은 중요하지만 우리가 너무나도 사소하게 생각하고 잊고 있었던 것까지 거론해서 좋았습니다. 다만 ‘향옥’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서글프고 아프게만 그려져서 위안부 할머니들 그 자체의 아픔보다 크게 다가온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가 한 번은 반드시 생각해야 할 모든 것들을 다 이야기를 하고 간다는 점에서 분명한 의미를 가진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더군다나 감독님부터 배우들까지 모두 재능기부로 함께 한 뜻 깊은 영화이니 말이죠. 우리가 너무나도 쉽게 잊고 있던 진실에 대한 커다란 울림 [소리굽쇠]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진실을 알아낸 ‘향옥’
둘 – 비닐하우스 프로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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