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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웨스턴 리벤지, 세련된 원조 식당

권정선재 2014. 10. 28. 15:01

[맛있는 영화] 웨스턴 리벤지, 세련된 원조 식당

 

[웨스턴 리벤지] 시사회에 다녀와서 쓰는 리뷰입니다.

 

Good 진지하고 묵직한 영화를 원하는 사람

Bad - ‘매즈 미켈슨에바 그린의 로맨스겠지?

평점 - ★★★★☆ (9)

 

미친 연기의 주인공 매즈 미켈슨의 주연작 [웨스턴 리벤지]는 역시나 그가 누구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영화입니다. 서부극이라는 장르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뿐더러 딱히 본 기억도 없는데 이 영화는 푹 빠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통 서부 영화의 틀을 따르지 않은 것도 아닙니다. 다른 분들에게 들어보니 정통 서부 영화의 느낌이 묻어난다고 하더군요. 당일날 들었던 해설자 님의 말씀 역시 그렇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특별하게 익숙하게 다가온 이유는 두 배우에게 있을 것입니다. 그들의 행동에 대해서 어떠한 당위성 같은 것을 지니게 되는 거죠. 그들의 행동이 잘못이 아니고 정당하다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 [웨스턴 리벤지]는 힘을 갖고 해당 장르를 낯설게 생각하는 이들에게까지 다가갈 수 있는 힘을 지니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나 우리가 매즈 미켈슨이나 에바 그린이라는 배우에게 기대했던 것이 고스란히 묻어난다는 것 역시 강점입니다. 그리 길지 않은 러닝 타임을 몇 장으로 나눈 것처럼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그러다 보니 장르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 역시 제대로 이야기 안에 머물 수 있습니다. 무언가 집중해서 볼만한 진지한 영화가 그리웠던 분이라면 [웨스턴 리벤지]가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웨스턴 리벤지 (2014)

The Salvation 
8.9
감독
크리스티안 레브링
출연
매즈 미켈슨, 에바 그린, 제프리 딘 모건, 에릭 칸토나, 마이클 레이먼드-제임스
정보
액션, 서부 | 덴마크,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 92 분 | 2014-10-30
글쓴이 평점  

 

 

특히나 서부의 황량한 분위기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는 것이 바로 [웨스턴 리벤지]가 가지고 있는 큰 매력일 것입니다. 서부극이 나왔던 시기는 서부 개척기인데요. 이 시대의 암울함과 새로운 것에 대한 희망. 그리고 그것에서 무엇도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꽤나 복합적으로 그려집니다. 특히나 유전 등에 대해서도 얼핏 이야기를 하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당시 시대상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돕습니다. 지나치게 남성 위주의 영화라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겠지만 에바 그린이 그 중심을 잡음으로 어느 정도 이러한 아쉬움을 달랜다고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서부극들과 다르게 에바 그린은 자신의 몫을 똑똑히 하고 있고 여기에서 관객의 입장에서 나름의 만족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죠.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사람의 목숨을 너무나도 쉽게 처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서부극이 사람을 죽이는 것이 주가 되는 장르이기에 사람이 죽는 것을 가지고 심각하게 표현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너무 별 것 아닌 것처럼 이야기를 하니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매즈 미켈슨이 하는 복수가 살짝 멀게 다가오기도 하고 말이죠. 정통 서부극의 현대적 매력까지 더해졌기에 남성분들이 보시면 더욱 만족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매즈 미켈슨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를 잃어 복수하는 남자 역을 맡았습니다. 사실 매즈 미켈슨이라는 배우 하면 복수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오를 정도로 복수와 잘 어울리는 배우인데요. 그를 한국에 알렸던 영화인 [더 헌트]라거나 올해 개봉했던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찰리 컨트리맨] 등에서 진지한 연기를 선보였기에 기대를 할 수밖에 없는데 그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킵니다. 사실 매즈 미켈슨은 그렇게 많은 것을 이야기를 하는 배우가 아닙니다. 입을 꾹 다물고 있고 그저 표정만으로 지금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드러내는 배우인데요. 그래서 비슷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을 하실 수도 있지만 그 안에서 섬세한 차이를 선보이는 것이 바로 그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특히나 아내와 아들을 잃고 나서 텅 빈 눈으로 존재하는 그 순간 그를 캐스팅한 모든 이유가 설명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지키고 가장 행복한 순간을 꿈꾸던 이가 모든 것을 잃게 되는 순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 말이죠. 서럽고 서글픈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 그 모든 것을 매즈 미켈슨은 깊은 주름이 패인 얼굴로 표현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말로만 정의를 외치는 순간에도 본인만에 정의를 구현하고자 노력하는 것도 그와 잘 어울리죠?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라면 할 수 있는 가장 당연한 일을 덤덤하게 표현해닙니다.

 

말할 수 없는 역할로 탈출만을 꿈꾸는 마델린역은 에바 그린이라는 배우가 맡았습니다. 사실 여배우로 이런 역할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어요. 입가에 커다란 상처가 있는 데다가 벙어리 역할이니 말이죠. 매력적인 여배우에게 말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심한데 상처라니. 게다가 이런 영화에서 여성의 역할은 자연스럽게 한정적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의 강제로 붙들려 있기는 하지만 반쯤은 그들과 동조를 하고 있고. 자유를 찾고자 하지만 그 자유라는 것이 너무 멀리 있기 때문이죠. 대사 없이 이 모든 서글픔을 그녀가 표현할 수 있기에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의 장례식에서 아주버님에게 입가에 검지를 가져가고 조용히 하라고 이야기를 하는 순간의 카리스마는 영화의 분위기 자체를 바꿉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힘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자신이 살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도 현명하게 알고 있는 역할이기 때문이죠. 그렇게 큰 비중을 지니지 않지만 과 함께 영화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키를 지닌 인물입니다. 원한다면 그것을 얻기 위해서 행동하라. 그것이 바로 그녀가 보여주는 모습이기 때문이죠. 조금도 답답하지 않게 모든 것을 눈으로 연결하는데 대단하다는 말이 저절로 나옵니다. 섬세한 그녀의 연기에 영화는 더 큰 의미를 지니게 됩니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것은 [웨스턴 리벤지]가 지나칠 정도로 우리나라의 오늘날의 모습과 닮았다는 겁니다. 진실과 정의를 원하면서 누군가가 대신 이뤄지기 바라는 우리 말이죠. 우리는 늘 무엇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모두 같은 마음으로 행동하면 이것을 고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나서는 순간 다칠 것이 겁이 나서 입을 꾹 다물고 움직이지 못합니다. 혹시 다치지 않을까? 내가 나서지 않더라도 누가 대신 나서줄 거야. 이러면서 말이죠. 그러면서 약간이라도 튀어나오는 사람에 대해서는 당신이 문제다. 당신만 없으면 우리가 더 안전할 수 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합니다. 언젠가 그 요새에서 벗어나서 살고자 해야 하는데. 그 안에서 누군가를 죽이는 것만으로 자신의 생을 부지하는 것이 얼마나 역겨운 일인지 다 알고 있으면서 말입니다. 황량한 서부를. 그리고 과거를 배경으로 삼고 있지만 오늘날 우리의 모습하고 너무나도 닮아있기에 멍하게 되는 순간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반드시 원해야 하는 그 진실이 어떤 식으로 오게 되는지도 말을 하고 말이죠. 주먹을 쥐고 맞서라. 생각보다 그들은 약할 수도 있다. 이것 말이죠. 황량한 서부의 색감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이야기의 주제 역시 커다란 울림이 있는 매력적인 영화 [웨스턴 리벤지]입니다.

 

2008200920102011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아내와 아들이 죽고 난 이후 쓸쓸한 매즈 미켈슨의 얼굴

서부극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화려한 액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