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빅 아이즈, 딸과 마주한 식탁
Good – 실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 그래도 이거 팀 버튼이잖아.
평점 - ★★★☆ (7점)
기이할 정도로 커다란 눈을 가진 아이. 그 그림의 이면에 담긴 슬픈 진실이 그려진 [빅 아이즈]는 기대 이상의 몰입감을 가진 영화였습니다. 사실 볼까말까 망설였던 영화였습니다. 아내가 그림을 그리고 남편이 그녀를 팔아서 돈을 벌어가는 그런 악마라는 사실. 이게 사실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여기저기에서 만날 수 있었고 아무리 간절한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결국 뻔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죠. 그래도 감독이 ‘팀 버튼’이라면 믿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내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영화는 아주 뻔하기만 한 영화는 절대로 아닙니다.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데다가 기본적으로 빅 아이즈의 그림들 자체가 묘한 느낌을 선사하기 때문이죠. 영화 자체가 마치 환상의 세계를 그리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실제 존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도 이렇게 뭔가 묘한 느낌을 선사한다는 것은 모두 ‘팀 버튼’ 감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시각 탓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람의 감정을 가장 선명하게 그려내는 방식. 참 아름답습니다. 과연 그들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 걸까? 참 궁금해집니다.
사랑하는 부부, 그리고 아내의 지위를 가져가는 남편. 참 답답한 이야기를 그럴 듯 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감독의 재능일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지켜보게 되는 것 말이죠. 사실 실화인 만큼 우리가 그저 검색만 해보면 알 수 있는 결말로 영화를 만드는 것은 위험한 일일 겁니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이유는 새로운 이야기를 알기 위해서이니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이야기 역시 색다르게 풀어내고 관객의 입장에서 궁금하게 만들어낸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빅 아이즈]가 바로 이러한 부분을 제대로 긁은 영화입니다. 최대한 감정을 있는 대로 끌어올리는 이야기. 그 자체가 매력적입니다. 과연 이들의 일이 어떤 식으로 해결이 될지. 그것을 궁금해하면서 마지막까지 달려가게 되거든요. 물론 여주인공이 답답하게 행동하는 것을 보는 것이 그다지 유쾌한 기분은 아닙니다. 아니 조금 더 당당하게 행동을 해도 될 것 같은데. 그녀는 그저 소극적으로. 남편에게 붙들린 사람처럼만 행동을 하거든요. 그 답답함만 잘 견딜 수 있다면 사실 꽤나 매력적으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독특한 그림과 그에 대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거든요. 실화를 바탕으로도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팀 버튼’의 자신감 같기도 합니다.
‘마가렛 킨’은 사랑스러운 배우 ‘에이미 아담스’가 맡았습니다. 하지만 이 사랑스러운 여배우의 지나칠 정도로 답답한 행동은 사실 화가 날 정도입니다. 그녀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인지 모르거든요. 자신이 가진 재능이 절대로 남들이 쉬이 따라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것인데 그녀는 자신이 여성이기에 이 재능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생각만 합니다. 이런 그녀의 답답한 행동이 그녀의 남편으로 하여금 그녀를 마음대로 다루어도 된다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데요. 정말로 딸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소극적으로만 행동하는 그녀의 답답함은 사실 그냥 답답함을 넘어서 다소 화가 나게도 만듭니다. 그러는 동시에 당시의 시대 자체가 여성들로 하여금 어떤 결심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기에 그 암울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특히나 여리게만 보이는 ‘에이미 아담스’ 덕에 ‘마가렛’의 역할이 더욱 도드라지는 거겠죠. 그저 소극적이기만 한 채로 남편의 눈치만 보는 여인. 자신의 엄청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절대로 앞으로 나설 수 없었던 소극적인 존재. 이 여린 여성이 고스란히 스크린에 되살아납니다. 여리지만 오직 딸 하나만 바라보는 그녀를 보면 도대체 어머니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크리스토퍼 왈츠’는 관객의 화를 유발하는 ‘월터 킨’ 역을 맡았는데요. 뭐 이런 놈이 다 있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그는 아무 재능도 없는 주제에 그저 혀만 제대로 놀릴 줄 아는 말만인 사기꾼 역할을 맡았습니다. 아무런 재능도 없는 주제에 아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누릴 수 없는 것이라고 이야기를 하면서 그녀의 모든 재능을 자신의 마음대로 쥐고 흔들려는 인물로 나오는데요. 어쩌면 이렇게 야비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얄밉게 행동합니다. 처음의 그 다정하던 모습부터 모든 것이 결과적으로 다 짜여진 완벽한 각본에 의해서 행동을 한 것일테니까요. 하지만 단순한 사기꾼만은 아니기에 어딘지 모르게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는 마치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르’처럼 뛰어난 재능을 가지지 못했지만 그 재능을 갈구하는 존재로 그려지거든요. 그의 모든 말이 다 거짓은 아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맨 처음의 마음까지는 말이죠. 하지만 그의 사소한 거짓말은 더 이상 사소할 수만 없는 거짓말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이 모든 것이 그의 거짓됨을 창조하지 않았나 생각이 됩니다. 자신의 그릇된 욕망으로 인해서 결국 스스로까지 망가뜨리게 되고 마는 거죠. 너무나도 뻔뻔해서 결국 자신이 만들어낸 거짓말 안에 갇혀서 살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현실. 그리고 환상. 그 애매한 경계 안에서 결과적으로 자신을 찾아가는 한 여인의 이야기라고 설명하면 너무 뻔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래서 매력적인 영화 [빅 아이즈]입니다. 다소 지루하게 흘러갈 수 있지만 후반으로 가면 통쾌한 한 방이 기다리고 있으니 그 자체로도 매력적으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어딘가에서 한 번 본 것 같은 그녀의 그림을 스크린에서 내내 즐길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경험이고요. 또한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그녀의 실제 삶에 대해서 궁금하시다면 저말 최고의 영화일 것 같습니다. 물론 전반부에 있어서는 다른 영화들과의 차이를 보이지 못한 채 여성의 억압된 신분에 대한 것만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전부라서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러면 뭐 어떻습니까? 이게 절대 부정할 수 없던 당시의 미국의 현실이었는데 말이죠. 남들과 같은 가정의 모습을 가져야지만 딸에게 좋은 어머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던 한 여인이, 그저 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자신 하나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진짜 엄마가 되어가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후반부로 가면 초반부의 촘촘히 짜여진 이야기에 비해서 어설프기는 하지만 그래도 매력적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독특한 세상을 그려내는 [빅 아이즈]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세상 모두가 빅 아이로 보이는 ‘마가렛’
둘 – 긴장감이 넘치는 법정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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