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연] 아폴로 프로젝트
[아폴로 프로젝트] 초대를 받은 후 쓰는 후기입니다.
씨어터 송의 [아폴로 프로젝트]는 씨어터 송이라는 극장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리는 공연이었습니다. 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네 개의 의자는 독특한 제목과 함께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진행될지 궁금증을 유발합니다. 그리고 시작된 공연은 평범한 세 소년과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별다른 무대의 특징이 없는 씨어터 송의 무대적 특징은 그렇기에 더 배우의 연기력을 돋보이게 만듭니다. 배우들은 모든 상황에 자신들을 믿게 만들어야 합니다. 오롯이 자신들의 연기력만으로 말입니다. [아폴로 프로젝트] 역시 이 부분이 돋보입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것을 배우들의 입으로 소리 내는 장면 등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입니다. 특히나 유일한 소품인 의자가 다양하게 활용되고, 배우들 스스로도 소품이 되기도 하는 등 아주 특별한 느낌입니다. 한정된 공간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연극에 매우 제약이고 나쁘게 작용할 수 있는데 [아폴로 프로젝트]는 이 부분을 아주 매력적으로 소화합니다. 배우들이또 어떤 역할을 할지, 그들 스스로 라디오가 되거나 텔레비전이 되는 모습 등은 저절로 웃음을 자아냅니다. 다소 낯설어 보이는 무대를 친숙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다만 씨어터 송의 구조상 자리를 잘 잡지 않으면 무대가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은 다소 아쉬운 부분입니다. 배우들의 얼굴을 제대로 살필 수 없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특히나 배우들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연극이니 만큼 더욱 아쉽습니다. 특히나 구석에서 대사를 할 경우 특정 좌석 같은 경우 배우의 얼굴을 제대로 살필 수 없다는 것은 아쉽습니다. 중앙 두 번째 열 좌석을 제외하면 극을 전체적으로 관람하기 다소 아쉽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경상도 소년들임에도 살짝 아쉬운 사투리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감안할 만큼 연극은 매력적입니다. 아무런 무대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오직 배우들만의 모습으로 극을 이끌어나가는데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네 청춘이 자라나는 모습. 그리고 우리의 아픈 시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에서 더 공감이 가고 집중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오늘날 제 또래는 제대로 알 수 없는 당시의 시대 상을 고스란히 연극으로 녹여낸 것 역시 특별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당이라거나, 당산나무 아래에서 같이 노는 아이들 같은 모습. 그리고 고엽제 피해자인 아버지 같은 것을 사실처럼 묘사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의 시대를 관통하는 아폴로 11호를 소재로 삼아 광주까지 달리는 [아폴로 프로젝트]는 참 특별하고 묘한 울림을 전합니다. 저 같은 경우 나름 사회에 관심이 많다고 생각을 하는데도 80년 5월이라는 대사가 나오더라도 광주의 아픔이 바로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렇기에 연극을 보고 나오면서 더 묘한 느낌이 듭니다. 광주에 있었던 그 수많은 사람들도 그저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이었구나. 그들이 정말 특별한 사람이라서 광주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말로 평범한 사람들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 더 이상 세상이 망가지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 나서게 된 거구나. 먼저 그들을 아프게 만든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움직임이었구나. 이런 것들을 동시에 생각하게 하면서 정말 먹먹해집니다. 내가 왜 이것들에 대해서 전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단 것인가? 어떻게 이렇게 완벽하게 잊고 살았던 것인가? 하는 반성까지도 함께 느껴집니다. 한 시대를 고스란히 관통하면서 성장하는 이야기. 그곳에 있던 사람들이 우리와 다른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라 너무나도 우리와 닮아있기에 더욱 아픈 그냥 평범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이야기. 광주의 아픔에 대해서 더욱 마음으로 느끼게 만드는, 웃고 나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이야기 [아폴로 프로젝트]입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 문화 > 공연과 전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신나는 공연] 삼봉이발소 (0) | 2015.11.02 |
---|---|
[신나는 공연] 연애를 부탁해 (0) | 2015.11.02 |
[신나는 공연] 그녀들의 집 (0) | 2015.05.10 |
[린다 맥카트니] 전에 다녀왔습니다~ (0) | 2015.05.06 |
[공연과 전시] 슈퍼 히어로 어셈블 전 - 광주 김대중 컨벤션 센터 (0) | 2015.0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