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공연과 전시

[신나는 공연] 삼봉이발소

권정선재 2015. 11. 2. 15:21

[신나는 공연] 삼봉이발소

 

동명의 웹툰이 원작인 [삼봉이발소]는 웹툰의 매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노력한 공연이었습니다. 물론 앞 시간을 관람하고 나온 학생들의 반응이 덥다만 있는 것으로 보아서, 소극장의 열약한 무언가까지 이겨낼 정도의 재미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열연과 유머러스한 공연은 저절로 무대에 시선을 가게 만듭니다. 이 재미있는 공연이 이제 끝을 낸다는 것이 정말 아쉽지만, ‘엄광용이라는 배우를 발견한 것은 충분한 성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사실 주인공 김상봉보다는 곁에 있는 고양이 믹스가 더 눈에 띄거든요. 하지만 뭐 누구라도 눈에 띄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기본적으로 배우들이 매우 열심히 연기한다는 느낌을 주는 연극이었습니다. 다만, 배우의 수가 다소 많다 보니 배우의 매력이 제대로 묻어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뭔가 중심을 잡아주는 배우가 없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묻습니다. 모두 다 반짝거리는 배우들이기는 하지만, 그 반짝거림만을 갖고 극을 진행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갈 수도 있는 일이니 말이죠. 하지만 우연히 보게 된 공연에서 매력적인 배우들을 발견하는 것 역시 대학로 공연의 묘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만 웹툰을 원작으로 한 만큼 조금 산만하고 극의 전개가 흔들린다는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배우들의 열연까지도 다소 가릴 정도로 극은 중심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최대한 원작의 많은 부분을 무대로 올리려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특정 에피소드만을 차용하면서 전체적인 극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까 일정 부분에서는 너무 쉽게 지나가버리는 장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삼봉의 아픔이 드러나는 부분에서는 더 섬세한 무언가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공연에서는 이 부분이 조금 쉽게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믹스에 대한 이야기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도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 번에 다 담으려고 하는 것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애초에 믹스의 정체 자체가 조금 모호하고 그 정체가 궁금하기에 아쉽습니다. 게다가 배우 분이 연기도 잘 해서 더 아쉽기도 하고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원작이 웹툰이라는 점을 바탕으로 적당한 오버와 유머를 주면서 최대한 만화적인 효과를 주려고 한 것은 강점이었습니다. 애초에 [삼봉이발소]라는 웹툰 자체가 그리 진지한 웹툰은 아니었거든요. 만화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린 작품이었는데 공연 역시 이와 맥이 닿아있습니다. 유쾌하면서도 기발하게,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 거지? 싶을 정도로 유쾌한 공연이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보고 싶은 매력적인 공연 [삼봉이발소]였습니다. 새로운 배우들로 바뀐 만큼 더 궁금하고, 원래 배우로 한 번 더 보지 못했다는 것이 너무 아쉬울 정도로 진작 볼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남는 연극이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너무 어두운 느낌이라는 점. 소극장이라는 장소의 매력을 잘 살리지 못한 것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발성이 살짝 잘 들리지 않습니다. 배우들의 연기력 자체가 나쁘지 않은데, 효과음 같은 것이 조금 크게 작용해서 이렇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만을 제외한다면 확실히 더 매력적인 공연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배우들의 연기력이 괜찮은 편인 데다가, 무대의 재미나 웹툰을 잘 살린 것이니까요. 다만 관객과 호흡을 한다기 보다는 조금 빠르게 배우들끼리만 합을 맞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애초에 전혀 기대도 되지 않고 바뀌어도 변할 것이 없는 공연이라면 이런 아쉬움도 남지 않겠지만, 분명히 재미있고 더 많은 사람들이 봐도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공연이기에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을 고친다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좌석이 불편한 만큼 그것을 이길 수 있을 정도로 더 흥미로움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말이죠. 웹툰의 매력을 잘 살린 대표적인 공연 [삼봉이발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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