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가슴이 먹먹하다.
Good – 실화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 드라마 장르를 실어하는 사람
평점 - ★★★★ (8점)
전혀 보지 않으려던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이하 [설리])를 본 이유는 지인이 제가 좋아할 영화라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설리]는 제가 좋아할 그런 영화였습니다.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는, 너무나도 최악의 사건이 되어서 엄청난 희생이 있어야만 하는 사건을 되돌린 것은 한 기장의 천재적인 기지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확한 계산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한 사람이 아주 오랜 시간 그 일에 행동하면서 몸으로 배운 것들. 그래서 그 순간에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반응을 한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었던 거였죠. 만일 ‘설리’가 그런 것을 알고 있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그저 관제탑의 말만 듣고 있었더라면 사건은 너무나도 끔찍하게 흘렀을 겁니다. 수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것이고, 미국에서는 다시 한 번 놀라운 충격을 얻게 되었을 거였죠. 하지만 ‘설리’는 그 상황에서도 자신의 선택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최대한 침착하게.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살릴 방법을 찾아냅니다. 영화는 이것을 몇 번이나 보여주는데 전혀 지루하지 않게 다가온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우리가 살릴 수 있었던, 그러나 살리지 못했던 사건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게 보입니다.
전형적인 미국의 영웅 영화라고 생각했던 [설리]는 그런 흐름과 전혀 다른 모습을 지닌 채 진행이 됩니다. 모든 사람들이 구한 것은 영화에서 주요하게 작용하지 않습니다. 다만 도대체 왜 그렇게 위험한 방법을 사용해서 사람들을 구해야만 했는지가 이 영화에서 더욱 주요하게 작용하는 지점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보험금이나 경제적인 것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를 절실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런 상황 안에서 ‘설리’는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정말로 자신이 더 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할 수 있었던 행동을 위험하게 한 것일까? 하지만 그 순간마다 영화가 보여주는 또 다른 상황을 통해서 그는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믿게 됩니다. 관제탑에서 알려주는 대로 했다가는 도시에 더욱 더 끔찍한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것을. 그는 아주 오랜 비행을 통해서 알게 되었죠. 하지만 그는 이 상황에서도 자신이 없습니다. 그의 행동이 틀렸다는 기계적 증거가 나오고, 사람들은 점점 더 그를 위협하면서 그의 말을 제대로 들을 준비를 하지 않으니 말입니다.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지만 관객으로 전혀 지루하게 다가오지는 않습니다. 과연 ‘설리’의 행동이 옳았던 것인지, 그리고 그 순간 다른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행동을 했는지만 영화에 남아있죠.
‘톰 행크스’는 ‘설리’ 역을 연기했는데 어떤 무게를 느끼는 모습, 그리고 트라우마를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아무리 많은 사람을 살려낸 기장이라고 하더라도 그 상황에 대한 생각을 한다면 자신의 행동이 옳은지에 대한 확신이 없을 겁니다. 우리는 우리가 매일 같이 하는 일이더라도, 누군가가 그것에 대해서 정확히 묻는다면 기억하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내 기억과 다른 이야기를 자꾸만 하게 된다면 내 기억이 왜곡된 것인가? 하고 의심을 할 수밖에 없죠. 이건 인간이라면 당연한 거니까요. ‘설리’가 이런 느낌을 느끼는 것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그려집니다. ‘톰 행크스’는 ‘설리’의 불안함을 사실적으로 그려냅니다. ‘설리’는 그 상황, 그 순간에 있었던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공포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면서 영화 속 그의 실수를 찾아내려던 사람들을 설득해야만 합니다. 이것이 만일 ‘톰 행크스’가 아니었더라면 그다지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약간 지친 것 같으면서도 책임감을 줄 수 있는 어떤 표정. 자신도 공포를 느끼면서도 마지막까지 기내에서 승객을 찾고자 하는 기장의 모습은 오직 그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었으니까요. 서서히 무너지면서도 자신에게 확신을 갖는 ‘설리’라는 인물은 실존 인물보다도 더 사실적으로 되살아납니다.
영화는 최악일 수도 있는 실제 상황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만큼 억지로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치 재연 영화 같은 모습이 오히려 [설리]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그러다 보니 캐릭터가 제대로 살아나는 것은 찾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 부분이 [설리]를 몰입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관객은 영화를 보면서 승무원이 원래는 어떤 사람이었을 지에 대해서 고민할 것이 없습니다. ‘설리’ 역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는 하지만, 이것은 영화의 모든 부분을 흔들 정도의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닙니다. [설리]에 나오는 비행기 안의 모든 사람들은 훌륭한 구조대원이었으며, 승객을 우선으로 할 줄 아는 승무원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기내에 물이 차는 상황에서도 먼저 나가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기에, 자신의 짐부터 꺼내겠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기에 그들은 모두 안전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누구 하나 먼저 패닉에 빠지지 않고 침착하게 누군가의 명령을 따르면서 구조를 기다렸던 것이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설리]가 어떤 교육용 자료 같은 영화는 아닐 겁니다. 그들은 결국 사람이었으니까요. 모든 승객을 살리겠다는 믿음을 가진 기장과 모든 승객을 구한 승무원들을 위한 실화가 모티브가 된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이었습니다.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다음 우수블로거 권순재 ksjdowa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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