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원더우먼, 재료는 아쉽지만 맛있는 요리
[원더우먼]이 개봉하기를 그 누구보다도 기다렸건만 주인공이 ‘갤 가돗’이라는 사실에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아니 시오니스트라니. 주연 배우의 성정이 문제가 되는 경우에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싶기는 했지만 워낙 궁금한 영화라서 볼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게 변명이 되지는 않겠지만. 주인공 때문에 볼까말까 망설이게 되는 [원더우먼]은 사실 잘 만든 영화이기는 합니다. 그 동안 수많은 DC의 영화들이 흥행의 결과와는 별개로 혹평을 받았던 것을 생각하면 이번 편은 꽤나 괜찮은 평가를 받고 흥행 성적도 나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오늘 같은 시대에 그 동안 여성 히어로 영화가 나오지 않았던 부분을 생각하면 여성 히어로가 등장하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주인공의 개인적은 문제를 뒤로 하고 그것을 무관하게 본다면 말이죠. [원더우먼]은 ‘원더우먼’의 탄생을 그리는 영화이니 만큼 [배트맨 대 슈퍼면: 저스티스의 시작]에 비하면 많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왜 이 전쟁에 뛰어들게 된 것인지, 그리고 앞으로 DC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하신 분이라면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원더우먼]은 [저스티스 리그]의 시작으로 걸맞은 영화입니다.
특히나 캐릭터의 비중이라거나 당시 전쟁의 상황 같은 것을 섬세하게 그려낸 것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비슷한 류의 영화로는 라이벌인 마블의 [퍼스트 어벤져]가 있는 것 같은데, 이쪽이 그쪽보다 더 숭고하게 다가온다고 해야 할까요? ‘캡틴 아메리카’의 경우는 어디가지나 미국의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이는 인물입니다. 그것이 정의라고 하기는 하지만 한쪽의 정의로 그려질 수밖에 없는 거죠. 이번 [원더우먼] 역시 독일은 무자비한 악마로 그려지기는 합니다. 이 사실은 독일 사람들이 아무리 거부하고 싶어도 현실이겠죠.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의미를 가지는 것은 결국 인간 자체의 본성 같은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기 위해서 나선다는 점입니다. ‘아레스’라는 전쟁의 신의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끌고 들어온 [원더우먼]은 다소 신화 같은 부분이 있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여러 문제를 넘어가게 됩니다. 특히나 국가 간의 선악 개념 같은 것은 모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 명확한 어떤 선을 그려내게 되는 거죠. 게다가 빌런으로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가 여성이라는 것 역시 [원더우먼]의 매혹적인 부분입니다. 여성이 이토록 중심에 등장하는 영화가 있었나 싶습니다. 시대적 분위기도 잘 살리고 여성의 입장도 잘 그려내니 영화 자체는 꽤 괜찮은 느낌입니다.
‘갤 가돗’은 배우 자체의 호불호를 떠나서 꽤나 매력적으로 ‘원더우먼’인 ‘다이애나’를 연기합니다. 이전 영화에서 등장한 ‘원더우먼’보다 앞 편의 인물이니 만큼 조금 더 유약한 면까지 보여야 하는데 그런 부분까지도 섬세하게 모두 그려냅니다. 개인적으로 느끼는 고뇌와 그녀가 어떤 행동을 해야하는 것인지에까지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물론 배우 자체에 불편한 시선이 느껴질 수밖에 없지만 그런 것은 일단 넘겨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여성 히어로인 만큼, 마블의 ‘블랙 위도우’에 비해서 섹시함이 강조가 되지 않는 점은 좋았습니다. 몸이 드러나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성적으로 쓴다거나 그러지 않죠. 그리고 번역에 있어서도 ‘스티브’와 함께 존댓말을 쓰는 설정을 하는 세세한 부분들까지 좋았습니다. 그녀가 누군가의 아래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주체적인 존재라는 것을 그려내는 거죠. 아직 ‘다이애나’의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아서 한계가 있지만,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인물 역시 그 사실들을 알아가기에 그것들을 깨닫는 순간을 표현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힘을 느끼고 미소를 짓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도 조금 더 많은 설명이 필요할 것 같기는 하지만 말이죠. 새로운 시대의 히어로의 등장과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하기에 ‘갤 가돗’의 여기는 충분하게 느껴집니다.
망설여지던 [원더우먼]을 보게 한 이유는 아무래도 ‘스티브’ 역을 맡은 ‘크리스 파인’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금발에 파란 눈을 지닌 전형적인 미국 남성인 그는 이번에 꽤나 귀여우면서도 ‘다이애나’를 각성하게 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동안 [스타트랙] 시리즈 등을 통해서 자신의 연기력을 선보였던 그였지만 이상하게도 배우 개인의 대한 매력도는 한계가 분명히 있어 보였습니다. 분명히 연기도 잘 하고 매력적인 배우인데 그 매력을 사람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원더우먼]에서 그는 제대로 자신의 옷을 입은 느낌이었습니다. 적당히 장난스러운 것 같으면서도 또 책임감 있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데요. 그 동안 ‘크리스 파인’이라는 배우가 영화에서 늘 보여주던 모습이었지만 그것을 가장 잘 어울리게 그려낸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원더우먼]이라는 영화이니 만큼 [스타트랙] 시리즈에 비해서 비중이 적을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매력을 제대로 소화합니다. 다만 전사가 없다 보니 과연 이 인물이 어떤 이야기를 풀고 있는지 같은 것이 다소 아쉽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전혀 중요하지 않게 넘길 수 있도록 ‘크리스 파인’은 매끄러운 연기로 모든 것을 소화합니다. ‘크리스 파인’ 하나 믿고 봐도 될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선보입니다.
우리가 극장에서 만날 첫 여성 히어로인 만큼 [원더우먼]은 강렬하면서도 매혹적입니다. 특히나 매력적인 것은 더 이상 남성의 조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 동안 수많은 히어로들이 누군가의 조력을 필요로 성장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부분은 정말 새로운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DC에서 가장 사랑스럽던 캐릭터인 ‘할리 퀸’ 같은 경우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은 여성이었으니까요. 배우 개인의 호불호를 넘어서 새로운 시대의 여성상을 그리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지점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단순히 적과의 싸움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것을 맞서서 앞으로 나서는 용기 같은 것은 그 동안 다른 히어로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부분이기에 더욱 강하게 다가오기도 하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무겁게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점. 그리고 마지막까지 스토리 안배를 제대로 해서 지루함 끝에 한 방의 몰아침이 아니라는 점 역시 [원더우먼]의 매력적인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기에 그 동안 헐리우드 영화의 고질인 위험한 순간의 러브라인이 빠진 것도 마음에 드는 부분이네요. 새로운 시대의 히어로의 등장이 보고 싶으시다면 [원더우먼] 어떠신가요?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다이애나’의 첫 각성
둘 - ‘스티브’의 고백
'☆ 문화 > 맛있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맛있는 영화] 트랜스포머 최후의 기사, 내 인내심도 최후인 듯? (0) | 2017.06.28 |
---|---|
[맛있는 영화] 더 바, 뭐가 나올지 모르는 코스 요리 (0) | 2017.06.22 |
[맛있는 영화] 설리 허드슨 강의 기적, 가슴이 먹먹하다. (0) | 2016.10.21 |
[맛있는 영화] 봉신연의-영웅의 귀환, 중국식 판타지 (0) | 2016.10.06 |
[맛있는 영화] 벤허, 다시 만들어진 고전 (0) | 2016.09.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