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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영화] 더 바, 뭐가 나올지 모르는 코스 요리

권정선재 2017. 6. 22. 23:14

[맛있는 영화] 더 바, 뭐가 나올지 모르는 코스 요리

 

[더 바] 시사회에 다녀온 후 쓰는 리뷰입니다.

 

Good 몰입도 좋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Bad 심장이 너무 쫄깃한 영화는 불편한 사람

평점 - 8

 

스페인 영화를 만나기가 어렵기에 [더 바]에 대해서 다소 걱정이 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 알아듣기 어려운 언어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에게 곧바로 문을 열어줍니다. 한정된 공간, 그리고 기이한 일들의 연속. 이 미친 속도의 열차에 관객은 저절로 함께 하게 됩니다. [더 바]를 보고 놀랐던 점은 영화가 쉬는 부분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이렇게 미치듯 달리기만 하는 영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는 앞으로 달려갑니다. 그리고 누가 주인공인지 알 수 없게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각각의 인물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말을 하는 것과 동시에 의심이 가는 행동을 합니다. 누구를 믿을 수 있는지, 또 누구는 의심해야 하는지. 이런 상황들이 쉴 새 없이 이어집니다. 관객들도 특정 인물에게 마음을 주었다가 곧바로 다른 이에게 마음이 가게 되는 거죠. 관객이 믿는 인물을 의심하게 만들고, 가장 극적인 순간까지 몰아붙인 다음에 그것을 웃음으로 해결하곤 합니다. 꽤나 잔인하게 보이는 부분도 그려지는 만큼 영화는 보는 것이 그리 편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에 신경을 쓸 겨를도 없이 다시 앞으로 달려나갑니다.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속도감이 느껴지는 영화가 바로 [더 바]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런 미친 속도감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낯설게 느껴지거나 몰입도가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순간순간 주인공을 제대로 포착하고 있다는 점 때문입니다. 사건들이 연달아 일어나는데 영화는 그 순간마다 관객이 누구에게 집중해야 하는지 정확히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집중하는 순간 어떤 일이 일어나고 다시 또 다른 일이 벌어질 때는 자연스럽게 다른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그리고 바라는 한정된 공간 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면서 점점 더 공간이 변화하는 것 역시 [더 바]가 가지고 있는 매력입니다. 극 중 중요한 소재인 괴질에 대해서 사람들이 의심하면서 갖게 되는 공포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것도 좋습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갖고 알고 있는 사람이라도 믿음을 가지지 못하는 설정 등은 [더 바]가 인간에 대해서 얼마나 솔직하게 그리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듭니다. 누구를 믿어야 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을 끝까지 지켜야 하는 건지 궁금하게 만듭니다. 기존의 영화 공식을 고스란히 따르는 것 같아서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져들게 만드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는 모든 순간을 의심하게 만들고 모든 인물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관객과 게임을 시작하고 이 모든 상황을 다시 보게 만듭니다. 관객과의 게임을 통해서도 [더 바]는 몰입도를 유지합니다.

 

블랑카 수아레즈가 연기한 엘레나는 휴대전화를 충전하기 위해서 바를 찾았다가 사건에 휘말리는 인물입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현대적이며, 낡은 바와 자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이 상황에 대해서 빠르게 판단하면서도 동시에 사람에 대한 애정도 품고 있는 인물인데요. 다른 인물들에 비해서 포커스도 많은 편이고 카메라가 그녀를 따라 가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에 더욱 많은 시선이 가는 인물입니다. 조금 더 진취적으로 행동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지만 남성 캐릭터들 역시 기존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기에 어느 정도 용인할 수 있는 부분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끈임 없이 곰니하며 상황에 대해서 생각하고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합니다. [더 바]에 등장하는 그 어떤 캐릭터보다도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마리오 카사스가 연기한 나초는 특정 인종으로 몰리면서 사람들의 의심을 사게 되는 인물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엘레나에 대한 믿음을 가지며 그녀와 연합을 하게 되는 인물인데요. 아무리 위험한 순간에도 긴장하지 않고 여유를 갖는 독특한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모두가 죽을 지경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자를 꼬시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꽤 젠틀하기도 하고, 초반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지고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지만 후반으로 가면 엘레나를 지키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변화함에 따라서 인간이 어떻게 달라질 수가 있는 것인지, 얼마나 솔직하게 본성을 드러내게 되는지를 보여주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마지막까지 관객을 복잡하게 만드는 인물입니다.

 

가장 흥미로운 인물인 홈리스 이즈라엘제이미 올도네즈가 연기했습니다. 처음부터 성경의 구절을 읊으면서 뭔가 엄청난 것이 있는 것처럼 연기하는 그는 끝까지 관객들을 농락하는 역할입니다. 무엇이 진실인지, 그리고 그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할지도 영화에서는 쉽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이즈라엘은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든 상황을 보는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더 바]의 상황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미치광이인 이즈라엘이 등장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극 중 그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막무가내로 행동하면서, 동시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때로는 순응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공격적이기도 하죠. 너무 잦은 캐릭터의 변화가 다소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게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지도록 배우는 훌륭한 연기를 선보입니다.

 

마지막까지 어떤 식으로 영화가 끝이 날지 전혀 안심할 수 없게 만드는 영화가 바로 [더 바]입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리고 또 어떤 문제가 벌어질지 조마조마하게 만들죠. 그렇지만 불쾌한 방법으로 이것을 해소하지 않습니다. 긴장이 터질 것 같을 때면 바로 다른 사건으로 넘어가면서 관객들이 또 다른 부분으로 몰입하게 만드니까요. 가끔 놀랄 것이 보이기는 하지만 그다지 거북하게 느끼지 않습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이 모두 다 현실적으로 보이는 것 역시 [더 바]가 더욱 공포스럽게 다가오는 부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리고 그들의 선택에 대해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하게 되는 거죠. 이 모든 것들이 영화에서 녹아나다 보니 영화는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지고 마지막까지 집중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인물들의 다소 전형적인 모습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후반부로 가면 감독이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노력하면서 그런 부분들이 많이 양해가 되지 않나 싶습니다. 너무 실험적이라서 다소 스토리가 산으로 가는 것 같기는 하지만 충실하게 인물들을 따라가며, 그 상황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선택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관객들을 궁금하게 만들며 마지막까지 함께 하게 만드는 미친 몰입도의 영화 [더 바]입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서로 의심하고 의심하는 바 안의 인물들

- 총의 유무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