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영화] 옥자, 낯설지만 익숙한 친구
Good – ‘봉준호’ 감독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
Bad – 넷플릭스 개봉이니 만큼 압도적인 새로운 게 있겠지?
평점 - 9점
넷플릭스로 개봉한 [옥자]는 새로운 포맷이지만 영화 자체는 꽤나 익숙한 편입니다. ‘봉준호’ 감독 특유의 생명에 대한 시선이 돋보이는데, ‘옥자’라는 독특한 생명체를 통해서 이 부분을 부각하는 느낌입니다. [옥자]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안서현’ 배우가 연기한 ‘미자’라는 사랑스러운 소녀와 소녀의 오랜 친구인 슈퍼 돼지 ‘옥자’의 존재일 겁니다. 서로가 꼭 필요한 두 귀여운 존재의 결합만으로도 [옥자]는 볼 이유가 충분한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는 꽤 방대한 세계를 그리면서 지루함을 최대한 덜어내려고 노력했습니다. 기본적인 줄거리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으니 살짝 루즈할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그런데 이 모든 것을 다 덜어 내주는 것이 ‘옥자’의 존재와 한국과 뉴욕이라는 배경입니다. 한국에서도 영화에서 쉽게 등장하지 않는 배경인 강원도를 다룬다는 점이 [옥자]의 또 다른 특별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국에서도 낯선 부분을 사용하면서 한국 관객들에게도 새로운 풍경을 선사하는 거죠. 여기에 뉴욕이라는 공간을 다루면서 영화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단순히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 관계가 되어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듭니다.
[옥자]는 ‘옥자’라는 생명체를 통해서 우리가 먹는 것이 어떻게 태어나는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단순히 식탁 위에 올라오는 소시지를 맛있다고 하는 것과, 그것이 실제로 살아있는 돼지가 어떤 이유도 없이 우리를 위해서 죽어야 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종류의 문제니까요. 귀여운 존재를 통해서 영화는 우리에게 가장 무서운 것에 대해서 묻는 느낌입니다. 당신은 과연 다른 사람이냐고 말이죠. 우리도 결국 햄버거를 먹고, 아무렇지도 않게 통조림 햄을 구워 먹고, 삼겹살을 먹고, 돼지고기 김치찌개를 먹으니까요. 우리는 ‘옥자’가 죽을 위기라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워하면서도 정작 지금 당장 수많은 옥자들이 죽어가는 것에 대해서는 안쓰러워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전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는 거죠. 영화는 ‘옥자’라는 존재를 구하기 위한 ‘미자’의 여정을 꾸준히 따라가는 영화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미자’와 ‘옥자’의 행복했던 일상을 더 보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소녀와 친구의 우정이 왜 그리 굳건한 것인지. 왜 소녀가 모든 것을 다 걸고 뉴욕까지 따라가서 ‘옥자’를 구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다 희생하는지가 조금 더 선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이유는 그것이 ‘미자’의 행동을 통해서 모두 다 그려진다는 이유 때문이겠죠.
‘옥자’를 구하기 위해서 모든 걸 거는 ‘미자’ 역은 ‘안서현’ 배우가 연기했는데 정말 엄청난 연기력을 선보입니다. 어린 나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연기를 선보이는데요. 달리는 장면에서부터 꽤나 위험해 보이는 장면까지 모두 다 완성도 높은 연기를 통해서 선보입니다. ‘변희봉’ 배우부터 ‘틸다 스윈튼’ ‘제이크 질렌할’ 등의 배우와 비교해도 전혀 밀림이 없이 완성도가 높은 연기를 선보입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친구 ‘옥자’를 위해서 모든 것을 다 거는데 위험한 순간에도 망설이지 않는 것이 멋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다운 시선을 잃지 않는 것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그려지는 거 같은데요. 어른들의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순간에서도 주체적으로 자신이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한 채로 자신이 왜 뉴욕에 있는지 명확하게 기억합니다. 액션부터 감정적인 부분까지 ‘안서현’ 배우가 아니었다면 ‘미자’는 불가능했을 겁니다.
‘틸다 트윈튼’은 1인 2역으로 슈퍼 돼지를 통해서 식품 회사를 살리려는 CEO역을 맡았습니다. 이 역할을 사실 무조건 악역이라고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가 죽이는 수많은 생명체보다 적은 생명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한 존재니까요. 우리가 더 안정적으로 고기를 공급을 받으면서 더 적은 식량을 낭비하고, 더 환경에 친화적인 방법을 찾아낸 존재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옥자’가 그저 고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우리가 마트에서 살 수 있는 고기는 그저 고기이지만, 그것이 아직 죽기 직전이라면 살아있는 동물이라는 인식을 해야 하는데 말이죠. 그녀가 맡은 쌍둥이 자매는 모두 살아있는 슈퍼 돼지마저도 고기로만 바라봅니다. 다소 소녀 같으면서도 기이한 독특한 분위기가 돋보입니다.
[옥자]는 사실 특별할 것이 없지만 그렇기에 거꾸로 더 특별할 수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슈퍼 돼지라는 독특한 존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 같지만 결국 우리가 지금도 만나는 가축이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평범한 시민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옥자’의 동료들이 더 이상 고기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는 것은 평범한 시민들의 힘입니다. 그리고 여기에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있고 영화를 보는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언가 급진적인 것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우리가 먹는 고기 뒤에 동물이 있다는 것. 이 정도만 생각을 하면 그만인 거죠. 우리는 이 가장 간단한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이것을 영화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옥자]는 사실 이 모든 것을 떠나서 ‘옥자’라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볼 이유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사람을 꼭 닮은 눈에, 소중한 벗 ‘미자’를 위해서 뭐든 할 수 있는 멋있는 친구거든요. 게다가 그 아름다운 눈빛을 보다 보면 누구라도 푹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후반으로 가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다소 늘어지는 부분이 존재하게 됩니다. 그리고 초반의 긴장감이나 흥미로움도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는데요. 영화의 모든 아쉬움은 가장 사랑스러운 생명체인 ‘옥자’와 든든한 친구 ‘미자’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해소되는 것 같습니다.
로맨스 소설 쓰는 남자 권정순재 ksjdoway@hanmail.net
Pungdo: 풍도 http://blog.daum.net/pungdo/
맛있는 부분
하나 - ‘미자’를 구해준 ‘옥자’
둘 - ‘옥자’들이 등장하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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