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장. 불안한 순간 1
“정말 선배가 갈 거예요?”
“응.”
“미쳤어.”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거 안 돼요.”
“왜?”
“네?”
“왜 안 되는 건데?”
“그걸 몰라서 그래요?”
진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혹시라도 지웅이 다치기라도 하면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거였다.
“안 그래도 지금 사람들 많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그런데 선배가 없다면 어떻게 될 거 같은데요?”
“글쎄다.”
“몰라요?”
“알지.”
지웅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그리고 가볍게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는 짧은 한숨을 토해냈다.
“네가 아무리 뭐라고 하더라도 나는 여기에서 멈출 수 없어. 그래서는 안 되는 사람이라는 말이지.”
“아니요. 선배 여기에서 멈춰도 괜찮아요. 혼자서 그 모든 걸 다 감당하려고 하지 않아도 되는 거라고요. 도대체 왜 그걸 다 하려고 하는 건데요? 아무도 시키지 않을 건데. 왜 그러는 건데요?”
“아무도 시키지 않으니까.”
“네?”
“그러니까 알아서 해야 하는 거지.”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웅은 심호흡을 한 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도혁 쪽을 가리키며 미간을 모았다.
“어차피 저쪽도 상대해야지.”
“하지만.”
“내가 알아서 할게.”
“알았어요.”
진아는 심호흡을 크게 하고 마지 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선배 이해 못 해요.”
“네 이해 구하지 않아.”
“그래요.”
진아가 그대로 돌아서는 모습을 보며 지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했다. 이제 지웅과 병태. 저 두 사람하고 가장 듣고 싫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나서야 하는 거니까.
“결국 사무장님이 나서는 거군요.”
“알았어요?”
“뭐.”
지아의 대답에 윤태는 짧게 박수를 보냈다. 지아는 밉지 않게 눈을 흘겼고 그제야 윤태는 손을 내렸다.
“아니 그냥 대단해서 하는 말이에요.”
“대단하기는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바보도 아니고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갔어야 했어. 그래서 내가 사무장님을 방어했어야 하는 거라고요. 그게 유일한 답이었는데.”
“그걸 왜 강지아 씨가 해요?”
“해야죠.”
“싫어요.”
윤태의 단호한 말에 지아는 그를 응시했다. 그리고 이내 씩 웃더니 윤태의 양 볼을 손에 쥐고 고개를 저었다.
“하여간 귀여워.”
“그럼 하지 마요.”
“안 돼요. 해야 해요.”
“에이. 강지아 씨 너무 한다.”
윤태가 투정을 부리자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알고 있어요. 나도 내가 바보라는 거. 이럴 거 아무 소용도 없다는 거.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요. 당연하죠.”
“왜 어쩔 수 없는 건데요? 강지아 씨가 다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강지아 씨가 그런다고 해서 누구 하나 알아주지도 않아요.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 거 왜 그렇게 힘들게 하는 건데요?”
“이윤태 씨가 아니까?”
“나 농담이 아니에요.”
윤태가 힘을 주어 말하자 지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한 후 혀를 내밀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농담이 아니에요.”
“농담이 아니라고요?”
“네. 여기에서 다른 사람들 인정 같은 거 받으려고 뭔가를 할 리가 없잖아요. 그저 이윤태 시가 나를 이해하고 내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그거만 알아주면 되는 거예요. 그게 전부야.”
“정말.”
윤태는 아랫입술을 물고 씩 웃었다.
“사람 빠지게 하는 매력이 있어요.”
“내가 좀 그렇죠?‘
지아가 이제 어깨가지 내려온 머리를 가볍게 만지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윤태는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은 무얼 하더라도 절대로 지아를 이길 수는 없을 거였다.
“역시 기자는 아무나 하는 거 아닌 거 같아요. 강지아 씨를 내가 말로는 이길 수가 없을 거 같아.”
“당연하죠.”
지아는 가슴을 두드리며 씩 웃었다.
“나를 말로 이길 생각을 한 거예요?”
“아닙니다. 다시는 하지 않겠습니다.”
지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윤태는 다시 지아를 안고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다행이다.”
“이제 괜찮죠?”
“네. 이제 괜찮아요.”
“나도 다행이다.”
지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윤태의 눈을 쳐다봤다.
“언제 나가기로 했어요?”
“모레.”
“모레. 얼마 안 남았네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공간을 다시 벗어날 수 있는 거였다.
“그래도 우리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는 거니까. 그리고 이윤태 씨도 좋겠네요.”
“네? 왜요?”
“서준 매니저요.”
“아.”
“뭐야?”
윤태가 서준을 까먹고 있다가 눈을 크게 뜨자 지아는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거 내가 말할 거야.”
“아니죠.”
“뭐가 아니야?”
“아니 그건.”
“어떻게 잊어?”
“아니요.”
윤태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안 잊었어요.”
“잊었는데.”
“진짜 안 잊었어요.”
윤태는 힘을 주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씩 웃으면서 손을 내밀어서 윤태의 손을 꼭 잡았다.
“괜찮아요. 이윤태 씨. 그저 서준 매니저가 이제 이윤태 씨와 계약 해지를 하려는 게 전부일 거니까.”
“안 되는 거죠. 준이 형 아니면 저 아무 것도 못 해요. 저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그러니까 안 되는 거예요.”
“내가 있는데.”
“음.”
윤태는 잠시 고민하다가 씩 웃었다.
“그럼 없어도 되네.”
“정말로?”
“네. 그럼요.”
윤태는 더 밝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아를 품에 곡 안고 등을 쓸었다. 지아는 숨을 크게 쉬었다.
“이윤태 냄새 좋다.”
“강지아 냄새 좋다.”
“아. 나 냄새 나죠.”
지아가 놀라서 밀어내려고 하자 윤태는 더 세게 지아를 안았다.
“하나도 안 나요.”
“거짓말.”
“정말로.”
“나 아팠어.”
“그래도요.”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윤태는 살짝 몸을 떼고 지아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끄덕였다.
“모레네요.”
“그러게요. 다시 서준 매니저도 만나고. 이세라 승무원도 만나고. 다른 두 사람도 만날 수 있을 거고.”
“그리고 한국으로 가겠죠.”
“그렇죠.”
윤태는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다시 돌아간다는 게 얼마나 걱정이 되는 건지 불안했다.
“다들 우리를 기다릴까요?”
“그럼.”
“그래요?”
“응. 다들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를 데리러 올 거야. 그 첫 번째 섬으로 갈 거야.”
“그럼 다행이다.”
윤태가 아이처럼 웃자 지아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리고 먼 하늘을 바라봤다. 하늘은 유난히 고요했다.
“내일 날 좋겠다.”
“그런 것도 알아요?”
“별이 밝으니까.”
윤태도 지아를 따라서 별을 쳐다봤다. 그리고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는 짧게 한숨을 토해내며 지아의 옆에 앉았다. 지아는 윤태의 어깨에 가볍게 고개를 기대고 윤태도 지아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확신하십니까?”
“네.”
대통령이 힘을 주어 말하자 다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그들이 그런 확신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애초에 그런 문자를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승무원이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그럼 믿어요.”
대통령은 주먹을 세게 쥐고 힘을 주어 말했다.
“믿어야 하는 겁니다. 우리가 여기에서 더 이상의 정보를 얻을 수가 있는 겁니까? 얻을 수 없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믿고 그런 메시지를 보낸 거고. 우리는 그저 그 메시지를 따라야 하는 겁니다.”
“그러다 그들이 거기에 없으면요?”
“있을 겁니다.”
전문가의 말에도 대통령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쪽 말만 따르다가는 결국 아무런 것도 확신할 수 없는 기다림의 시간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그렇게 몰아세우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모르시는 겁니까? 이게 유일한 기회일 겁니다. 그러니 그런 식으로 감정적으로 대처하지 마시고 제대로 생각을 하세요.”
“이 사람 내보내죠.”
“뭐라고요?”
“나가세요.”
대통령은 전문가를 보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과 같은 사람은 필요없습니다.”
“대통령님. 제대로 생각을 하세요. 이대로 그냥 다 포기하자는 겁니까? 그들을 구하자는 거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런데 저보고 그냥 나가라고요? 지금 여기에 저보다 더 제대로 된 전문가가 있다고 생각을 하십니까?”
“나는 지금 전문가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은 차분한 목소리로 답하며 고개를 저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전문가가 아니라 이상가입니다. 그리고 그들을 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사람입니다. 적어도 그쪽은 그 두 가지 모두 아니니 나에게 필요한 전문가는 아니란 말입니다.”
대통령의 말을 듣던 전문가는 그대로 짐을 들고 나가버렸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회의를 중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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