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38장. 불안한 순간 2]

권정선재 2017. 8. 30. 01:04

38. 불안한 순간 2

다들 뭐하자는 건가?”

그래도 과하십니다.”

 

비서관의 말에 대통령은 눈을 감았다.

 

내가 이렇게 과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저들은 계속 안 된다는 말. 그 말도 안 되는 말만 할 거야.”

어쩔 수 없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저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그게 너무 당연한 것입니다.”

당연한 것.”

 

대통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상에 당연한 것이라는 것은 하나도 없는 거였다. 그럴 수 없는 거였다. 당연한 것이라니. 그런 거라면 애초에 그런 사고도 없었어야 하는 거였다. 있을 수 없었다.

 

이미 가능하지 않은 것이 일어났는데 도대체 왜들 그렇게 가능한 것에서 그 답을 찾으려고 하는 거야.”

그런 것밖에 배우지 않은 사람들이니까요. 이제 다시 회의를 하러 가셔야 합니다. 일어나시죠.”

답이 있나?”

 

대통령의 무거운 물음에 비서관은 입을 다물었다.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떻게 답이 없어.”

죄송합니다.”

그대 탓이 아니지.”

 

자신의 탓이었다. 자신이 무능한 대통령이라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 거였다.

 

내가 바라는 것은 그저 그들을 구하는 게 전부야.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일을 더 해야 하는 것인지.”

어서 회의를 마치셔야 합니다. 그리고 변호사도 만나서야 합니다. 이혼에 관한 세부적인 것들을 정하셔야 합니다.”

세부적.”

 

대통령은 코웃음을 쳤다. 결국 이혼을 하는 거였다. 서로가 원수가 된 상황에 뭘 더 따질 수 있을까?

 

내가 우스운가?”

아닙니다.”

아니기는.”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자신도 자신이 우스웠는데 다른 이들이라고 그렇게 느끼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었다. 원래 다른 이들의 슬픔이라는 것은 더 우습게 다가오는 거였다.

 

그래 내가 뭘 해야 하나?”

일단 준비를.”

그래.”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회의를 마치고. 그것부터 해야 했다. 이제 다시 기나긴 싸움이 될 거였다.

 

다른 말들은 없나?”

없습니다.”

없어.”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다들 그저 그의 말을 들어주려는 것인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무엇이?”

그들이 내 말을 들을 것 같아?”

모르겠습니다.”

 

비서관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입술을 꾹 다물었다. 대통령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확신할 수 없는 거였다.

 

내 뜻대로 되어야지.”

그럴 겁니다.”

고맙네.”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다시 회의로 가지.”

 

무거운 시간들이 이어질 거였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하지만 여기에서 더 이상 물러설 수는 없었다.

 

 

 

뭐 하자는 거지?”

뭐가?”

 

도혁이 반말로 시작하자 지웅도 반말로 받았다.

 

도대체 그 미친 새끼들을 왜 데리고 온다는 거야? 그 새끼들이 전혀 제어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미친 새끼들을 데리고 뭘 하자는 건데? 그 새끼들이 뭘 할 거라는 걸 모르나?”

나는 모르겠는데?”

 

지웅은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런 지웅의 말에 도혁은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미쳤어.”

그래.”

그래도 데리고 온다?”

물론이지.”

 

도혁은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절대로 안 될 말이었다. 두 사람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자신은 벌을 받을 거였다.

 

왜 그러는 거야?”

 

도혁은 서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녀석들 굳이 데리고 갈 이유 없잖아. 애초에 그 두 녀석을 그 섬에 놓고 온 건 잊은 거야?”

자신들이 내린 거지.”

그래.”

 

도혁은 손가락을 튕기면서 검지로 지웅을 가리켰다.

 

두 사람 모두 한국으로 돌아가기 바라지 않는 거라고. 스스로 배에서 내렸어. 스스로 배에서 내렸는데 뭘 하자는 거야? 자기들이 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데리고 가려고 하는 거야? ? 그래?”

물론.”

뭐라고?”

 

지웅의 간단한 대답에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지웅을 서늘하게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으로 인해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길 거라는 걸 모르는 거야? 누구 하나라도 싫어하는 건 하지 말아야지.”

그럼 아까도 말한 것처럼 그쪽이 가지 마.”

뭐라고?”

한국 말이야.”

이봐요.”

 

결국 듣다 못한 병태가 끼어들었다.

 

그걸 말이라고 합니까?”

왜 안 됩니까?”

뭐라고요?”

그게 답 아닙니까?”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이들 사이에 뭔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답답한 일이었다.

 

이건 내 일입니다. 승무원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야 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나는 내가 해야 하는 일을 하겠다고 하는 겁니다.”

컴플레인 거는 거잖아. 그 승무원에게.”

모든 컴플레인에 답을 할 이유는 없죠.”

뭐라고?”

그쪽은 뭐.”

 

지웅은 씩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고 차가운 눈으로 지웅을 노려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쪽의 말을 들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쪽은 지금 너무나도 이기적인 인간이니까요.”

이기적이라니.”

 

도혁은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리고 그대로 지웅에게 날렸지만 지웅은 여유롭게 그 주먹을 피하고 도혁은 중심을 잃은 채 앞으로 넘어졌다.

 

뭐 하는 겁니까?”

이 미친 새끼가!”

누가 미친 거지?”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더 이상 물러나야 하는 이유도, 물러날 수도 없었다.

 

그들을 데리고 가는 건 달라지지 않습니다. 모레 갈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다른 기회는 없을 겁니다.”

 

지웅은 이 말을 남기고 돌아섰다. 도혁은 그런 지웅을 뒤에서 노려봤다. 그리고 있는 힘껏 땅을 주먹으로 쳤다.

 

 

 

언니 좀 괜찮아요?”

그럼.”

하여간.”

 

세연이 입을 내밀며 옆에 앉자 지아는 미간을 모았다.

 

하여간 뭐?”

혼자서 다 하려고 하니까 그러죠. 때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도 하고 그래야 하는 건데 말이에요.”

아니야.”

아니긴.”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누군가의 걱정이라는 것은 꽤나 위안이 되는 일이었다.

 

신기하네.”

뭐가요?”

아니야.”

 

지아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냈다. 이제 곧 이 지긋지긋한 생활도 끝이 날 거였다.

 

한국에 돌아갈 거야.”

그러게요.”

그럼 달라질까?”

?”

 

지아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세연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아는 가볍게 어깨를 한 번 으쓱하고 혀를 내밀었다.

 

더 시달릴 거야.”

왜요?”

여기에서의 일들.”

.”

 

세연은 볼을 부풀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의 일을 이제 다른 사람들이 묻기 시작할 거였다.

 

나야 괜찮겠지. 하지만 자기는 다를 거야. 그래도 모델이니까. 평생 자기를 흔들려고 할 거야.”

그래요?”

그럼.”

그렇구나.”

 

세연은 혀를 살짝 내민 채 묘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평생 이 섬에서 사는 것. 그게 더 끔찍하고 무서운 거였다.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무조건 이 섬에서 나가야 하는 거고. 그걸 위해서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거라면 감당을 해야죠.”

감당은 해야지.”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을 감당하고 견뎌낼 수 있는 것은 다른 종류의 문제였다.

 

나도 스트레스야.”

모두가 그렇겠죠.”

그러게.”

 

세연은 가만히 있다가 지아의 손을 잡았다. 지아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좋으라고요.”

고마워.”

제가 더 고맙죠.”

뭐가?”

언니 덕에 다들 여기까지 온 거예요.”

다들 왜 그래?”

 

세연의 칭찬에 지아는 익살맞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이들을 위해서 한 것이 없었다.

 

그저 내가 살고 싶어서 한 거야. 다른 이들을 위해서. 그렇게 이타적인 어떤 행동을 한 게 아니야.”

그 행동도 남들은 하지 않아요. 모두 살고 싶어 하면서도 그 정도. 그런 간단한 것도 하지 않아요.”

맹세연. 네가 그렇게 칭찬하지 않아도 나 되게 잘 하고 있는 거 정도는 나 역시 알고 있거든요.”

. 네 그러셨어요.”

 

세연은 웃음을 터뜨린 채로 고갤레 흔들었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기고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에요.”

뭐가?”

그냥 다.”

.”

 

지아는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모든 게 다행이라는 말. 다행이었다. 그냥 그걸로 괜찮은 거였다.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그리고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 그런 걸 하나도 모르겠어. 그냥 겁이 나.”

겁이 날 건 또 뭐가 있어요?”

그래도.”

 

지아는 심호흡을 했다. 이제 정말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가까이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아직 아무런 확신 같은 것은 없지만 이제 그들은 이곳을 떠나서 한국으로 가야만 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