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장. 의심 2
“정말 이 섬을 나가기는 하는 거야?”
봄의 물음에 진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어느 순간 진도가 전혀 나가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니 다들 뭘 하고 있는 거야?”
“그러게.”
“사람들 이상해.”
“그렇지?”
진영도 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주위를 살폈다. 어느 순간 사람들이 모두 다 지친 모습이었다.
“아니 이렇게 지쳐서 어떻게 하자는 거야? 이렇게 지치면 될 일도 하나도 안 될 거 같지 않아?”
“그러니까.”
봄은 한숨을 토해내며 입을 내밀었다. 뭔가 일이 너무 느리게 흐르고 있었다.
“괜찮아?”
“괜찮아요.”
재율의 대답에도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미안해.”
“형이 왜요?”
“너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감당하라고 하는 거 같아서.”
“애초에 이 섬에서 뭔가 비밀을 갖고 있다는 게 더 우스운 일이죠. 그 비밀이 무엇이건 간에 말이죠.”
“그건.”
“아니요.”
지웅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재율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심호흡을 했다.
“더 이상 그럴 이유 없어요.”
“어?”
“어차피 형이 뭐라고 하건 진실은 다 알게 될 테니까.”
“하지만.”
“걱정은 마요.”
지웅의 표정을 보고 재율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아직 말할 생각은 없으니까.”
“언젠가는 한다는 거잖아.”
“네.”
“하지 마.”
지웅의 대답에 재율은 미간을 모았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더니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럴 수는 없어.”
“왜?”
“그건 사람들을 속이는 거니까.”
“하지만.”
“형은 내 옆에 있지 마.”
재율은 이를 드러내며 씩 웃었다.
“형은 나만 신경 써야 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승무원이야. 그것도 사무장.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을 신경을 써요.”
“다른 사람들 충분히 신경을 쓰고 있어.”
“더요.”
“알았어.”
지웅은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율도 그런 지웅을 따라 웃었다.
“이제 좀 괜찮죠?”
“네. 괜찮아요.”
지아는 겨우 자리에 앉았다.
“아무 것도 아니게 넘어갈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생각보다 몸이 더 힘들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에요.”
“그럴 수밖에 없죠.”
“싫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는데.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모르겠어요. 더 제대로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은 건데.”
“강지아 씨가 여기에서 뭘 더 어떻게 하려고요? 이미 너무 충분히 잘 해주고 있는데 말이에요.”
“아니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은 그저 폐만 기치는 사람이었다.
“걱정돼.”
“무슨 걱정이요?”
“다 나를 뭐라고 할 거니까.”
“에이.”
“그러지 않아도 돼요.”
윤태가 미간을 모은 채 지아를 뭐라고 하려고 하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이윤태 씨가 그러지 않아도 나는 알아요.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것이 뭔지도 알고 있고요.”
“그게 뭔데?”
“이윤태 씨를 서울로 보내는 거.”
“네?”
지아의 입에서 나온 생각도 하지 못한 말에 윤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윤태 씨를 여기에 데리고 온 게 나니까요. 나는 무조건 이윤태 씨를 다시 서울로 보낼 거예요.”
“그거 강지아 씨 때문이 아니라니까.”
“그래도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윤태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잊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서울에 가면 고민이 되네요.”
“왜요?”
“어떤 일을 해야 할까.”
지아의 대답에 윤태는 미간을 모았다.
“강지아 씨.”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죠.”
“그게 뭔데요?”
“그러게요.”
지아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간단하게 구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 바로 연예부 기자였다. 하지만 이제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더 이상 그걸 할 수도 없었다.
“내가 해야 하는 거 찾아야죠.”
“도울게요.”
“고마워요.”
“그리고 미안해 하지 마요.”
“그건.”
“네?”
윤태가 부드럽게 채근하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건 지워질 수 없는 마음이었다.
“그건 이윤태 씨가 아무리 뭐라고 하더라도 달라질 수 없어요. 그건 이윤태 씨도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부탁이에요.”
지아는 윤태의 손을 꼭 잡으면서 씩 웃었다.
“내가 어떤 마음을 갖건 그것까지 뭐라고 하지 마요.”
“알았어요.”
윤태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가 굳이 이렇게 느낀다는데 뭐라고 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나를 향한 감정을 숨기거나 하는 건 아니죠?”
“내가 숨겨요?”
“아니에요.”
“아닌데?”
“맞는데.”
윤태는 입을 쭉 내밀고 눈을 가늘게 떴다.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은데.”
“되게 좋아해요.”
“정말로요?”
“그럼요.”
“음. 그럼.”
윤태는 검지로 볼을 가리키며 씩 웃었다.
“여기요.”
“거기 뭐요?”
“알잖아요.”
“아니요.”
지아는 미간을 모은 채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 나이에 그런 낯 간지러운 짓이라니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싫어요.”
“에이. 이거 봐요. 강지아 씨 내가 생각을 하는 것처럼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니까요.”
“이윤태 씨가 생각하는 것 만큼 좋아하다가는 여기에서 풍기문란으로 잡혀갈 수 있을 거 같은데요?”
“알고 있었어요?”
윤태가 음흉하게 웃자 지아는 주먹으로 윤태의 가슴을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씩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하여간 못 됐어.”
“다행이다. 웃어서.”
“늘 웃어요.”
“아니요.”
윤태는 힘을 준 채 고개를 저었다.
“때로 강지아 씨를 보면 되게 억지로 웃는 순간이 있거든요. 도대체 왜?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뭐. 그래도 웃는 거죠.”
“달라요.”
“다른가?”
“그럼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다를 거였다. 윤태는 지아와 눈을 마주하며 씩 웃었다.
“좋아해요.”
“나도 좋아해요.”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요.”
“이거 봐.”
지아의 대답에 윤태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내가 말하는 대로.”
“그럼요?”
“그러니까.”
윤태가 고민을 하느라 다시 몸을 일으키는 순간 지아가 윤태의 목을 끌어당겨서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윤태는 씩 웃으면서 지아를 다시 꼭 안았다. 지아는 눈을 감았다. 이 순간이 편안했다.
“왜 문자가 가지 않는 겁니까?”
“모르겠습니다.”
“모르다니.”
관계자의 말에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지금 말이 됩니까?”
“죄송합니다.”
“죄송하라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지금 그 사람들에게는 죄송하다는 말을 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가야만 하는 거였다.
“우리가 갈 거다. 그러니까 희망을 버리지 말고 그 자리에 있으라는 말을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렇죠?”
“그게 다입니까?”
“그러니까.”
“됐습니다.”
관계자가 다시 변명을 하려고 하자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어차피 그도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저럴 터였다.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거기까지 일주일이면 갈 겁니다.”
“일주일이요?”
“그것도 길었다. 그래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그럼 바로 가죠.”
“그런데 배가.”
“해군 항공 모함을 보내요.”
“네?”
대통령의 간단한 말에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일본 등에서 전쟁의 신호로 받을 수 있는 거였다.
“그래서 안 되는 겁니다. 그건.”
“가능합니다.”
대통령은 힘을 주어 말했다.
“국민을 구하는 겁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국민을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대통령의 단호한 말에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누가 문을 열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 소설 완결 > 어쩌다 우리[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37장. 불안한 순간 1] (0) | 2017.08.30 |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36장. 의심 3] (0) | 2017.08.28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34장. 의심 1] (0) | 2017.08.28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33장. 위기 3] (0) | 2017.08.25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32장. 위기 2] (0) | 2017.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