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장. 위기 3
“이제 오세요?”
“너희가 왜.”
집무실로 들어서던 영부인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재희가 있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재호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둘 다 무슨 일이야?”
“옳은 일을 하려고요.”
“뭐?”
재희의 말에 영부인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엄마도 아시잖아요.”
“뭘?”
“엄마 그만 둬요.”
재호까지 말을 보태자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흔들었다.
“어떻게 두 사람이 다 나에게 이럴 수가 있는 건지 모르겠어. 적어도 나는 너희들 엄마란 말이야.”
“알아요.”
“아는데!”
영부인은 고함을 질렀다. 재호는 미간을 모았다. 영부인은 더 이상 자신을 감출 이유를 생각할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네가 하는 행동이 도대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모르는 거야?”
“알아요.”
“아는데 이래?”
“네.”
“아는데 이런다고?”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대통령에게 다가갔다. 그런데 경호원이 영부인을 막았다.
“무슨 짓이야?”
“대통령께 다가가실 수 없습니다.”
“뭐라고?‘
영부인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그래? 내가 저 사람 아내야. 내가 저 사람 부인인데 도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부탁을 했어.”
“뭐라고요?”
대통령의 대답에 영부인은 심호흡을 하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이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나랑 대화해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어.”
“당신 정말.”
대통령의 대답에 영부인의 입술이 비뚤어졌다. 영부인은 주먹을 세게 쥔 채로 침을 꿀꺽 삼켰다.
“당장 그거 조작이라고 해요.”
“싫어.”
“미쳤어.”
영부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자신이 미워도 이럴 수 없는 거였다. 자신이 만든 것. 그리고 대통령의 자리에 있는 것. 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게 오만하게 굴다가 당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것도 잃을 거야. 그 사실을 지금 모르는 거야?”
“알고 있어.”
“아는데 이래요? 다들 미쳤어.”
영부인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당황한 영부인과 다르게 세 사람은 차분했다.
“다들 왜 이래?”
“거기에서 문자가 왔어요.”
“뭐라고?”
“구하러 갈 거예요. 대한민국이.”
재희의 말에 영부인은 침을 꿀걱 삼켰다. 그리고 이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잘 되었구나.”
“진심이에요?”
“그럼.”
영부인은 더 밝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대한민국 국민을 구하는 일인데 영부인이 되어서 안 좋아할 이유가 도대체 뭐가 있다는 거니?”
“그러게요.”
재희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재호를 한 번 보더니 숨을 한 번 크게 쉬고 입을 열었다.
“그런데 왜 방해하셨어요?”
“아니야.”
영부인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행동할 수 없었다. 몰아세울 수 없었다.
“이건 내 판단이야. 내 선택이라고. 그런데 네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나에게 뭐라고 하지 마.”
“엄마.”
“나는 그게 옳다고 생각했어.”
영부인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는 채로 지껄였다. 재희는 머리를 뒤로 넘긴 채 고개를 저었다.
“그게 틀린 건 모르시는 거죠?”
“그래.”
영부인은 여전히 품위를 지키려고 노력하는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이 고개를 끄덕이고 경호원들이 영부인의 팔을 잡았다.
“이거 폭행이야.”
“신고해.”
대통령은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또 다른 뉴스가 되겠군.”
“나에게 이럴 수 없어!”
영부인은 끌려 나가면서도 악을 썼다. 세 사람만 남은 집무실에 아주 무거운 공기가 가득 차있었다.
“일단 물에 뜰 거 같죠?”
“그렇죠.”
배는 빠르게 만들어졌다. 한국에서 어떤 메시지가 온다면 떠날 수 있을 텐데 여전히 불안한 순간이었다.
“왜 아무 연락이 없을까요?”
“그러게요.”
지웅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사실 아무 것도 모르겠어요. 나라고 뭘 알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저도 그냥 승무원인 걸요.”
“에이.”
지웅의 대답에 진아는 가볍게 지웅을 때렸다. 지웅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도 일단 여기에서 다시 나갈 준비를 한 거죠.”
“이 근처에 다른 섬은 없는 거죠?”
“네. 없습니다.”
이미 몇 번이나 GPS를 가지고 확인을 한 거였다.
“여기가 어디인지도 모르고요.”
“그것도 이상하지만 그러네요.”
구글 맵에서는 이곳이 보이지 않았지만 GPS에서는 확인되었다. 구글에 등록이 되지 않은 섬인 거였다.
“아마 없는 섬인 모양입니다.”
“신기하네요.”
21세기에 이런 것이 가능할 줄이야.
“그런데 강지아 씨는 좀 괜찮아요?”
“네? 뭐가요?”
“낯이 안 좋아요.”
“아니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렇지도 않아요.”
“안 좋아보여요.”
지웅이 손을 내밀어 지아의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지아는 당황한 채 뒤로 물러났지만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강지아 씨.”
“또 아플 수 없어요.”
“하지만.”
“괜찮아요.”
지아는 더 씩씩한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이 정도를 가지고 쓰러지지 않아요. 그리고 우리가 여기에 어떻게 온 건데요. 여기에서 물러설 수 없어요.”
“하지만 강지아 씨. 지금 그 건강을 가지고는 위험합니다. 오늘이라도 쉬어요. 다른 사람들이 다 할 거예요.”
“아니요.”
지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아무 것도 되지 않을 거였다. 누구라도 나서야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나갈 준비를 해야 해요.”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지웅도 단호했다. 자신의 승객이 이런 식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하는 것은 그 역시 원하는 게 아니었다.
“강지아 씨도 아시는 거 아닙니까? 지금 강지아 씨가 우리들의 중심이라는 사실을요. 그런데 이대로 지치면 안 되는 거죠. 사람이 때로는 쉬어야 더 먼 곳을 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겁니다.”
“괜찮아요.”
지아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고작 이 정도를 가지고 쓰러지지 않을 거였다. 전처럼 아프지도 않았다.
“누구 하나 이렇게 밀고 갈 사람이 없잖아요.”
“내가 있잖아요.”
“사무장님이요?”
“네. 그러니 쉬어요.”
“알았어요. 오늘 저녁은 그럼 회의에 가지 않을게요.”
“알겠습니다.”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가 한 발 물러서니 그나마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었다.
“건강 챙겨요.”
“고맙습니다.”
“그럼 내일 뵙죠.”
“네. 저는 그럼 쉴게요.”
“네. 들어가요.”
멀어지는 지아를 보며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같이 가자니까.”
“아니요.”
윤태가 지아를 기다리고 있다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묻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차피 배를 살짝 보여주는 게 전부였는 걸요. 이걸 가지고 굳이 이윤태 씨랑 같이 갈 이유는 없죠.”
“그래도요.”
윤태는 입술을 쭉 내밀었다.
“그런데 얼굴이 안 좋아요.”
“아니요.”
윤태가 다가오려고 하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입을 쭉 내밀고 지아의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열 나잖아요.”
“괜찮아요.”
“안 괜찮아요.”
“괜찮아요.”
지아는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
“정말로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아서 그래요.”
“정말로.”
지아는 윤태의 손을 밀어내며 씩 웃었다.
“진짜 그냥 쉬면 괜찮아요. 내 몸은 내가 알아요. 이제 나 나이가 몇 개인데? 그런 거 정도는 알아요.”
“정말로요?”
“그럼요.”
지아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이자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면서도 지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아는 그 손을 잡으며 씩 웃었다.
“하여간 걱정만 많아요.”
“여기에서 안 많을 수 있어요?”
“그래도요.”
“물이라도 가져와요?”
“아니요.”
윤태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옆에 있어줘요.”
“그건 할 수 있죠.”
“그러니까요.”
“알겠습니다.”
윤태는 씩 웃으면서 지아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지아의 손을 꼭 잡고 미소를 지은 채 씩 웃었다. 지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런 윤태를 보고 가만히 눈을 감았다. 곧 잠에 든 지아를 보며 윤태는 한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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