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장. 위기 1
“제가 정하라고요?”
“그래.”
재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이 들고 있는 카드는 너무나도 위험한 카드였다.
“나는 이 카드를 쓰지 않기를 바라. 너도 재호도 결국 다칠 거야. 나는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아.”
“써요.”
“딸.”
“무조건 써요.”
재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제 엄마를 누군가가 막아주기는 해야 해요. 그리고 그런 것 하지 않으면 엄마를 막을 사람은 없어.”
“그렇다고 해서 너랑 재호가 다치게 둘 수는 없어. 네 할아버지는 쓰라고 하는데 모르겠다. 나는.”
“써요.”
재희는 힘을 주어 대통령의 손을 잡았다. 대통령은 자신의 손을 잡고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내가 이렇게 모자란 아버지인 줄 몰랐어. 너에게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아니었어.”
“좋은 아빠야.”
“아니.”
“좋대도요.”
재희의 미소에 대통령은 엷게 웃었다. 재희는 그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일 따름이었다. 재희는 더 밝게 웃었다.
“재호도 이해를 할 거야.”
“다칠 거다.”
“알아요.”
“아는 데 쓰자는 거야?”
“네. 그래도 쓰자는 거예요.”
재희는 더욱 밝은 미소를 지었다. 어차피 쓸 거라면 더 이상 망설여야 하는 이유 같은 것은 없었다.
“아빠도 알고 있잖아요. 무조건 그래야 한다는 거. 무조건 가야 한다는 거. 아빠도 아시잖아요.”
“그래.”
“그리고 문자도 왔잖아요.”
“그렇지.”
“그러니까 밀고 나가세요.”
재희의 말에 대통령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이토록 딸의 응원을 받을 줄 몰라서 더 신기했다.
“묘하구나.”
“뭐가요?”
“네가 언제 이렇게 컸니?”
“저 원래 컸어요.”
“거짓말.”
“진짜.”
재희는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 대톨영은 더 흐뭇한 표정을 지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어제랑 달라진 건 없는 거 같죠?”
“그러게요.”
윤태의 말에 지아는 아랫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이곳이 사람이 사는 섬이 아니라는 이야기일 수도 있었다.
“누군가 있었던 흔적 같은데.”
“가보죠.”
“네?”
재율의 말에 윤한은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가봐야지.”
지아까지 나서자 윤한은 더욱 울상을 지었다.
“미쳤어.”
“미쳐도 가봐야지.”
지아는 윤한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울상을 짓는 윤한을 이끌고 그리로 다가갔다. 아주 오랫동안 비워진 흔적이었다.
“사람이 안 지낸지 오래네요.”
“그러게요.”
군용 텐트 같은 것인 모양이었다. 불을 뗀 흔적 같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없었다.
“텐트가 있는 곳에 잡초까지 자란 것을 보면 아무도 없었던지 정말로 오랜 시간이 지난 거 같아요.”
“그러게요.”
지아는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뭐야.”
“왜요?”
“아니 그래도요.”
윤태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뭐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 것도 없으니 뭘 생각을 하고 여기에 온 것인지 괜히 이상한 마음이 들고 허전했다.
“내가 바란 건 이게 아니었는데.”
“그래도 다행이죠.”
“그런가요?”
재율의 말에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없는 것이 다행인 것 같으면서도 불안했다.
“차라리 누가 있는 게 더 나을 거 같은데요. 누가 여기에 있었던 건지. 그리고 어디로 간 건지 모르니까.”
“그런 걱정은 할 이유가 없을 거 같은데요?”
주위를 살피던 시우가 한숨을 토해내며 지아를 쳐다봤다. 지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시우는 고개를 저었다.
“누나는 오지 마요.”
“왜요?”
“그러니까.”
지아는 곧바로 그리로 향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백골. 손목이 끊어진 백골에 지아는 눈을 감았다.
“아.”
“우리도 이럴 뻔 한 거네.”
“그러게요.”
이 사람을 가지고 이렇게 다들 무서워 한 거였나 싶었다. 어차피 죽은 사람이었는데 너무 미안했다.
“저기. 미안한데 다들 힘은 좀 있죠?”
“네?”
“미안해요.”
임시로 만든 봉분에 지아는 고개를 숙였다.
“한 순간이라도 당신이 무서운 존재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 게 너무나도 미안해요.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혼자서 그렇게 오랜 시간 힘들어 한 거 아니까. 더 미안합니다. 미안해요.”
지아를 따라 다들 고개를 숙였다. 이제 더 이상 이 섬에 그들을 걱정하게 할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묻고 왔어요.”
“잘 했습니다.”
지웅의 칭찬에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멍청해요.”
“강지아 씨가 왜요?”
“아니. 뭐가 그렇게 무섭다고. 그렇게 겁만 낸 건지 모르겠어요. 한 번만 더 생각을 하고 그럴 걸.”
“아니요.”
지아의 말에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지아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우리들을 위한 거. 그게 뭔지 모르는 거잖아요. 그리고 그 사람도 그렇게 위로하면 된 거예요.”
“나 되게 나쁜 사람 같죠?”
“아니라고요.”
지아의 말에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숙였다. 마음이 편해지지 않았다.
“계속 그래요?”
“네. 계속 이래요.”
윤태의 부드러운 물음에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바보 같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도대체 왜 그런 건지 모르겠어.”
“강지아 씨.”
“정말 멍청하잖아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도대체 왜 그렇게 이기적으로 행동을 한 거였던 걸까?
“누가 있으면 어때? 그 사람이 적어도 누구인지는 알고 그런 마음을 가졌어야 하는 거였는데.”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푹 숙였다. 윤태는 그런 지아를 보며 크게 숨을 내쉬고 품에 안았다.
“왜 이럴까?”
“나 싫죠?”
“강지아 씨가 왜요?”
“미련할 정도로 이기적인 사람이니까. 그럴 이유가 하나 없었던 건데 왜 그랬던 건지 모르겠어요.”
“나도 마찬가지였어요.”
“아니요.”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만 그랬다. 다들 아니었는데 자신이 유난히 그랬다.
“나만 그랬어.”
“아니래도.”
“진짜로요.”
지아의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저 사람도 우리처럼 그냥 조난을 당했던 거였어요. 이 섬에서 우리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고요.”
“그래요.”
“그런데 이상하게 생각했어.”
“그럴 수 있어요.”
“그러면 안 돼.”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애써 울음을 참으려고 했지만 눈물이 툭 하고 터져버렸다.
“창피하게.”
지아는 대충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이 나이 먹고 왜 이래?”
“안 창피해요.”
“창피해.”
“사람이 자기 감정 드러내는 게 뭐가 창피해? 그런 거 하나도 안 창피해. 그러니까 강지아 시 창피해 하지 마요.”
윤태는 지아를 품에 꼭 안았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왜 그랬을까?”
“다 같은 생각이었어요.”
“그래도요.”
“누구도 강지아 씨 원망하지 않아요.”
“원망할 거야.”
“아니.”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젖은 지아의 눈을 보며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사람을 묻어주자고 한 건 강지아 씨에요. 그러니까 그 사람도 강지아 씨에게 고맙다고 할 거야.”
“정말 그럴까요?”
“그럼요. 당연하죠.”
윤태는 지아를 품에 꼭 안았다.
“좋다.”
“뭐가 좋아요?”
“강지아 씨 좋은 사람이니까.”
“뭐라는 거야?”
지아는 아랫입술을 문 채 고개를 저었다. 너무 속상했다. 자신이 그리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게 싫었다.
“더 좋은 사람이고 싶은데.”
“누구나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요.”
“그런데 나는 아직 아니니까.”
“모든 사람들이 다 아니에요.”
“그래요?”
“그럼요.”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한숨을 토해냈다. 그래도 미안했다. 그 사람에게 너무 미안했다.
“내일 다시 가볼 수 있어요?”
“왜요?”
“누구인지 찾고 싶어요.”
“그래요.”
윤태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를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이라면 그런 것은 일도 아니었다.
“같이 가요.”
윤태는 지아의 손을 꼭 잡았다. 지아도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 소설 완결 > 어쩌다 우리[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33장. 위기 3] (0) | 2017.08.25 |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32장. 위기 2] (0) | 2017.08.25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30장. 곁에 있는 사람 4] (0) | 2017.08.23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29장. 곁에 있는 사람 3] (0) | 2017.08.23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28장. 곁에 있는 사람 2] (0) | 2017.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