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28장. 곁에 있는 사람 2]

권정선재 2017. 8. 23. 14:46

28. 곁에 있는 사람 2

괜찮으세요?”

그래.”

 

대통령은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모두 그가 가정 폭력을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좋은 소식이 생겼는데 도대체 내가 아무에게도 말을 할 수가 없다는 게 지금 말이 되니?”

곧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

아니.”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은 더 큰 관심을 가질 거였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모르겠어. 네 엄마가 뭘 바라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고.”

아무 것도 바라지 않으시겠죠.”

 

재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건 안 쓰세요?”

글쎄다.”

 

아내의 말은 모두 녹음을 해둔 상태였다.

 

모르겠다.”

쓰세요.”

그건 아니야.”

 

대통령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저었다. 영부인의 잘못을 모두에게 알릴 방법이었지만 너무 위험한 방법이었다.

 

이걸 쓰면 널아 재호에게도 말이 날 거야. 너희 두 사람을 위해서도 내가 이걸 쓰지 않는 게 나아.”

하지만 그걸 쓰지 않으면 아빠는 그 사람을 구하실 수 없을 거예요. 아빠도 아시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대통령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을 구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내가 모두 다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니까. 모든 일이 나로 인해서 시작이 된 거니까 당연하지.”

아니요.”

 

재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오롯이 대통령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종류의 문제가 아니었다.

 

엄마가 조금만 더 아빠 입장을 생각을 했으면 되는 거였어요. 이건 아니잖아요. 이러면 안 되는 거죠.”

.”

공개해요.”

 

재희는 미소를 지은 채로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답이에요.”

하지만.”

어차피 아빠 그 자리에 더 이상 연연하지 않으실 거잖아요.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그렇게 중요하세요?”

그건.”

 

대통령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 자리 같은 것은 진작 다 내려놓을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필요 없다.”

그러니까요.”

 

재희는 더욱 밝게 웃었다.

 

그거 쓰세요.”

정말?”

.”

 

재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들을 구하는 게 우선이에요.”

 

재희의 말에 대통령은 어색하게 웃었다. 사람들을 구하는 일. 그게 정말로 자신의 가정보다 더 소중한 것인지 어려운 일이었다.

 

 

 

이 배를 가지고 우리가 원래 있었던 섬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상태가 그다지 좋지 않은 거 같은데.”

그러게요.”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배는 확실히 오랜 시간 시달린 탓인지 여기저기 망가진 상태로 힘들어 보였다.

 

하지만 방법이 없잖아요.”

그렇지.”

 

세연의 말에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우리가 지금 생각해야 하는 거. 그거 간단한 거잖아요. 이 배를 고치는 게 우선인 거죠.”

다른 배를 더 만드는 건요?”

불가능해요.”

 

윤한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 배를 만드는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도 없고. 이 배 그리고 구명정이에요. 애초에 여기까지 오는 게 무리였어요. 우리가 이걸 고치는 것도 무리라고요. 이미 판다를 아래에 덧댄 상태고. 끈으로 억지로 묶은 거예요. 그리고 지금 이거 삭아서 언제 가라앉아도 안 이상해요.”

그러니 판다가 더 필요한 거지.”

 

지아의 말에 윤한은 입을 내밀었다. 판자를 더 가지고 오면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문제였다.

 

만일 못 가면요?”

?”

그럼 우리 다 죽어요.”

그런가?”

 

윤한의 입에서 단호하게 나온 말에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윤한의 말이 옳을 거였다. 이건 위험했다.

 

이번에도 우리 모두가 다 첫 섬으로 간다는 거.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예요. 그거 너무 위험해요.”

하지만 여기에서 갈라지는 것도 답은 아니죠.”

 

나라의 말에 윤한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한국에서 우리를 구하러 올 때. 적어도 우리가 모두 한 섬에 있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요.”

그건 좀 그렇지 않아?”

 

진아는 가볍게 몸을 떨었다.

 

나는 그 섬 사람들 싫어.”

나도 싫어.”

 

지웅도 진아의 말을 보탰다. 진아가 그 말에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하자 지웅은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같이 갈 거야.”

그래야죠.”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의 자신의 편을 들어줄 거라 생각을 한 게 우스운 일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여태 거기에 있을지 몰라요. 그리고 어디에 있을지도 자세히 모르고요.”

그러게.”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두 번째 섬은 더 큰 편이었다. 거기에 뭐가 있을 줄 아무도 몰랐다.

 

일단 나무를 가지고 오죠.”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배 아래에 덧대서 쓰건. 장작으로 쓰건. 그게 중요하니까.”

그래요.”

 

윤한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없는 거라면 이게 일단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 두 사람을 보내자고요?”

그게 답이죠.”

 

모두 사라진 후 지아는 승무원 텐트로 돌아왔다.

 

문도혁 씨랑 최병태 씨. 적어도 그 두 사람이 친구니까. 그래도 무언가 더 할 수 있을 거예요.”

싫어할 겁니다.”

그럴 수 있죠.”

 

지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은 그 순간에도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 나서지 않았었다.

 

그러니 사무장님께 부탁을 하는 거죠?”

나요?”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힘든 일을 시키는 군요.”

부탁해요.”

그래야죠.”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힘든 일이기는 하지만 결국 자신이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이 내 뜻에 동의를 해줄지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싫다고 할 겁니다.”

그렇겠죠.”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싫다고 할 거였다. 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포기할 수도 없는 거잖아요. 그래도 뭔가 해야 하는 거니까. 그게 당연한 거죠.”

그런가요?”

그럼요.”

 

지아의 말에 지웅은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일단 만나죠.”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지웅의 대답에 지아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이렇게 하나하나 일이 풀려나가는 것이 기분이 좋았다.

 

 

 

싫습니다.”

하지만.”

싫어요.”

 

지웅이 뭐라고 더 말을 하기도 전에 도혁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보고 그 망할 섬으로 다시 돌아가라고요? 도대체 그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겁니까? 싫어요?”

왜 그럽니까?”

 

지웅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싫더라도 친구였다. 친구들끼리 그럴 수 없는 거였다.

 

그렇다고 그 두 사람을 두고 가는 것도 이상한 거잖아요.”

이미 두고 왔잖아요.”

뭐라고요?”

다른 건가요?”

다르죠.”

 

지웅의 대답에도 도혁은 고개를 흔들었다.

 

나는 안 들어가요.”

하지만.”

그럼 그쪽이 들어가요.”

 

도혁의 말에 지웅은 한숨을 토해냈다. 도혁이 너무 단호하게 나오니 그로도 제대로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

 

나도 같이 들어갈 겁니다. 하지만 나는 그 섬을 잘 몰라요. 그쪽은 그 섬에 대해서 잘 알 거 아닙니까?”

아니요. 잘 몰라요.”

문도혁 씨.”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요.”

 

도혁이 이를 드러내고 말하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왜 그러는 겁니까?”

그런 녀석들 한국에 데리고 간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을 해요? 그리고 석구는 살인자에요. 태욱이는 그걸 조장했고.”

그래서 두고 가자고요?”

.”

 

가만히 듣고 있던 병태까지도 도혁의 편을 들었다.

 

어차피 한국에 가면 벌을 받을 거예요.”

그럼 거짓말을 하자는 겁니까? 한국에 돌아가서 조사를 받을 때 거짓말을 하자고요? 나는 싫습니다.”

그럼요?”

말을 해야죠.”

 

도혁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지웅을 노려보며 씩 웃었다.

 

그쪽 마음대로 해요.”

 

지웅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오랜 승무 경력에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게 사실이야?”

그래.”

 

갑자기 점심에 재희가 불러서 온 재호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달랐다.

 

하지만.”

다 엄마가 거짓말을 한 거야.”

말도 안 돼.”

 

재호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가슴이 콱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누나는 어떻게 할 거야?”

뭐가?”

알잖아.”

.”

 

재호의 채근에 재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재호의 말이 무슨 말인지 알고 있었지만 그녀로도 선택할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 많지 않은 것들 중에서 무언가를 빠르게 선택해야만 하는 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