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32장. 위기 2]

권정선재 2017. 8. 25. 15:52

32. 위기 2

다른 연락은 없는 거죠?”

그렇지.”

미치겠네.”

 

지웅의 대답에 진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도대체 어떤 것이 더 나은 건지 너무 복잡했다.

 

아니 이게 말이 안 되는 거잖아. 이럴 수 없는 거잖아요. 다들 너무 여유로운 거 아니에요?”

그럼 이 상황에서 뭘 더 어떻게 합니까? 성진아 승무원은 우리에게 다른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아니.”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선배 다른 거 생각을 해야죠.”

뭘 생각해?”

아니. 그래도.”

우리가 다른 곳으로 간다고 문자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이 없어. 내 친구에게 보내도 그렇다고.”

그 이야기는 우리 메시지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거 말도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러게요.”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나마 한 가지의 가능성이라면 수신이 제대로 안 된다는 거였다.

 

발신은 제대로 되었고 우리가 못 받는 것일 수도 있지.”

정말로요?”

그래.”

그런 거면 좋겠네.”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 섬은 하루하루 더 시간을 보낼수록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곳이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곳에서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너무 힘들어. 지치고 또 지치는 기분이야.”

다들 그래.”

그러니까 미치는 거죠.”

 

진아는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데 선배 되게 신기한 거 알죠?”

내가?”

그래요.”

뭐가?”

차분해.”

 

진아는 지웅의 눈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런 진아를 보며 지웅은 작게 웃었다.

 

내가 차분하다고?”

그래요.”

거짓말.”

진짜로.”

나 하나도 안 차분해.”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이 상황에서 차분할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거였다.

 

그건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거 같은데? 내가 다른 때보다 말이 더 많다는 거. 자기는 알지 않나?”

그런데 감정이 안 보여.”

그래?”

그게 이상해.”

 

진아의 말에 지웅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을 따름이었다. 진아는 묘한 표정으로 미간을 모으다가 나라가 오자 입을 다물었다. 나라는 묘한 분위기의 두 사람을 보며 입을 쭉 내밀고 고개를 갸웃했다.

 

 

 

좀 괜찮아요?”

. 괜찮아.”

 

윤태의 부드러운 물음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는 그제야 밝은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다.”

다 이윤태 씨 덕분이죠.”

뭐가요?”

이윤태 씨가 내 옆에서 나를 위로하고 또 위로해줬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되는 거지. 다른 이유가 있겠어요?”

그런가?”

당연하죠.”

 

윤태는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지아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 손을 꼭 잡았다.

 

 

 

언니 왜 이제 와요?”

뭐 하는 거야?”

바비큐?”

미쳤어.”

 

지아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바비큐라니. 이 섬에서?”

왜요? 못할 거 있어?”

아니.”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신기한 일이었다. 다들 왜 이러는 건지.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다들 이상한 거 알죠?”

그럼요.”

 

윤태는 씩 웃으면서 경례를 붙였다. 지아는 살짝 헛기침을 하고 자리를 잡았다. 두 번째 섬의 사람들까지 다 있었다.

 

무슨 자리야?”

우리끼리 돈독해지자는 거?”

 

지웅의 말에 지아는 이를 보이며 웃었다.

 

사무장님 아이디어에요?”

아니요. 제 아이디어입니다.”

 

윤한이 자신의 머리를 검지로 가리키면서 말하자 지아는 입을 쭉 내밀고 인상을 찌푸린 채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학교 다닐 적에 봤던 권윤한은 그런 쌈박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사람은 아닌데. 이거 이상해.”

어머. 언니 왜 그래요?”

 

세연이 곧바로 끼어들었다.

 

우리 윤한 씨가 얼마나 똑똑한데?”

?”

 

지아는 더 크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편안했다. 이런 분위기. 다들 하나가 될 수 있을 자리 같았다.

 

 

 

좀 더 먹지 그래요?”

아니요.”

 

기쁨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누나 더 들어요.”

 

재율도 걱정스럽게 말했지만 기쁨은 다시금 고개를 저었다.

 

별로 안 먹고 싶어.”

나 때문에 그래요?”

 

진아의 도발적인 물음에 기쁨은 손을 내저었다.

 

아니요. 성진아 씨에게 아무런 악감정 같은 거 없어요. 각자 생각하는 게 다른 건데. 무슨 말이에요?”

그게 악감정이네.”

뭐라고요?”

아니에요?”

 

진아의 다소 차가운 물음에 기쁨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애써 미소를 지은 채 진아를 응시했다.

 

성진아 씨는 왜 그렇게 꼬였어?”

뭐라고요?”

꼬인 거 같아.”

이봐요.”

나는 한기쁨.”

 

기쁨은 가슴에 손을 대며 밝게 웃었다.

 

우리 지금 같이 지낸지 두 달이 되어가지 않아요? 그런데 남자들은. 뭐 서열을 원가 좋아해서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형 동생 하면서 잘 지내는데. 우리도 언니 동생 같은 거 못 하나요?”

뭐라고요?”

내가 언니 아닌가?”

 

기쁨의 말에 진아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기쁨은 밝은 미소를 지은 채 손을 내밀고 더 크게 웃었다.

 

나 성진아 씨 원망 같은 거 안 해요. 성진아 씨가 당연히 그렇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에요.”

그게 무슨 말이죠?”

나도 내 남편이 아니면. 시신 가져가야 하겠다는 생각 같은 거. 전혀 하지 않았을 거니까요.”

 

기쁨의 고백에 진아는 숨이 턱 막혔다.

 

그러니 이해해요.”

이해 같은 거 하지 마요.”

 

진아는 곧바로 이를 드러냈다.

 

그런 이해를 왜 해?”

성진아 씨.”

그게 동정이지 뭐예요?”

 

진아의 말에 기쁨은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토해낸 후 혀로 입술을 적신 채 씩 웃었다.

 

이상하다.”

뭐가 이상해요?”

나는 좋은 뜻이거든요.”

그럼 나는 나빠요?”

.”

 

기쁨이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자 진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미간을 모았다.

 

미치겠네.”

아니에요?”

당신이 뭔데 나를 판단해?”

당신을 오랜 시간 봤으니까.”

뭐 얼마나 오래?”

 

진아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지금도 싫어요. 하지만 다들 그러자고 하니까. 마지못해서 오케이. 그러는 거야. 알아들어요?”

. 알아요.”

 

기쁨은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을 지은 채로 고개를 저었다. 모든 사람들이 기쁜 마음으로 그럴 수 없다는 것은 그녀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고맙죠.”

뭐라고요?”

원하지 않는 건데. 바라지 않는 건데. 타인의 아픔에 대해서 이해를 하니까 같이 해준다는 거잖아요.”

나는 그러니까 뭐 타인의 아픔 같은 거 전혀 이해도 못하는. 뭐 그런 사람이라는 이야기에요?”

그만 둬요.”

 

두 사람의 말이 길어지자 재율이 미소를 지은 채 끼어들었다.

 

왜들 그래?”

당신은 정체가 뭐야?”

?”

 

진아가 갑자기 타깃을 바꾸자 재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뭔데?”

 

진아의 입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도대체 뭔데 당신은.”

 

세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진아는 재율을 노려본 채로 아랫입술일 하얗게 될 때까지 세게 물었다.

 

당신 되게 이상하잖아. 사무장님이랑 당신. 두 사람 너무 이상하다는 거. 그거 정말 모르는 거예요?”

그걸 알아서 뭐하게요?”

뭐라고요?”

우리 두 사람의 일이에요.”

 

재율의 대답에 진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입술을 꾹 다문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 두 사람의 일이 나는 궁금해.”

왜 그래요?”

 

기쁨이 진아를 말리자 진아는 더 서늘하게 웃었다.

 

그냥 궁금한 게 있어서요.”

 

진아는 씩 웃으면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미쳤어.”

 

자신의 음성이 녹음이 된 파일이 뉴스에서 나오는 것을 보며 영부인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다.

 

도대체 어떻게 저런 짓을.”

 

아무리 그래도 두 사람은 부부였다. 부부가 되어서 절대로 이런 짓을 할 수 없는 거였다.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어떻게 감히.”

 

영부인은 이를 악 물었다. 이 자리까지 온 것은 모두 자신의 공이었다. 자신이 아니었더라면 남편은 이 자리까지 오지 못했다.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

 

영부인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아니 적어도 따지기라도 해야 했다. 당신이 정말로 아버지인지. 아이들을 생각한 것인지 그것을 물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