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장. 의심 3
“무슨 일입니까?”
“문자가 하나 더 왔습니다.”
“문자가 더 와요?”
급하게 들어온 직원이 대통령에게 서류를 건넸다. 그리고 다른 직원이 회의 참여자들에게 모두 복사본을 돌렸다.
“이게 뭡니까?”
“다른 섬으로 간다고.”
“다른 섬이요?”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일단 승무원 중 한 사람이 살아있는 모양입니다. 적어도 말이죠. 이 사람이 지금 첫 섬에 남겨둔 사람들을 다시 데리러 간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뭘 더 할 수는 없는 겁니다. 가야 하는 겁니다.”
“이게 무슨.”
대통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그래도 힘든 일이 가득이었는데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그럼 그 섬에 모두 갈 수 있는 겁니까?”
“그게.”
대통령이 쳐다보자 관계자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모르겠습니다.”
“뭐 하는 사람입니까?”
“전례가 없어서.”
“그 전례!”
대통령이 갑자가 호통을 치자 분위기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지금 전례가 없는 일을 하는 겁니다. 그리고 이 일은 다시 전레가 되어서도 안 되는 겁니다.”
“알고 있습니다.”
“구하세요.”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고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무조건 구해야 합니다.”
“그럴 겁니다.”
“일단 간다고 믿어야죠.”
“쉽지 않을 겁니다.”
“아니요.”
대통령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이들은 다른 섬으로 옮긴 사람들이었다. 첫 섬은 바로 그 SOS 섬이었다.
“그들이 SOS 섬에서 지금의 섬으로 갔다는 이야기는 반대도 가능하다는 겁니다. 이들을 믿어요.”
“이들을 믿으라고요?”
“네.”
대통령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들의 가능성을 믿습니다.”
“오늘도 안 왔어요?”
“그게.”
봄의 날카로운 물음에 윤태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강지아 씨의 컨디션이 아직 제대로 컨디션이 회복이 된 거 같지 않아서요. 오늘까지 쉬어야 할 거 같습니다.”
“누구는 한가해요?”
“그만 두세요.”
나라가 목소리를 높이자 봄은 나라를 노려봤다.
“뭐 하자는 거예요?”
“사람이 아프다잖아요.”
“그런데요?”
“뭐라고요?”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죠?”
“이봐요.”
윤태도 목소리를 높이자 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숨을 토해냈다.
“지금 같은 섬에서 왔다고 이러는 거예요? 지금 그런 식으로 편을 드는 거 우습다는 거 몰라요?”
“그러는 그쪽은 혼자서 그렇게 골을 내고 있는 거 이상한 일이라는 거 전혀 모르고 있는 겁니까?”
“뭐라고요?”
“유치하고 이상해요.”
윤태의 말에 봄은 머리를 뒤로 넘겼다.
“이봐요.”
“그만 두죠.”
기쁨은 차분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어차피 우리들끼리 이렇게 싸운다고 해서 달라질 거 하나 없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아니에요?”
“그건.”
“모레 나갈 겁니다.”
지웅의 말에 다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고작 이틀. 이틀 후에 나간다는 것은 너무나도 긴장이 되는 일이었다.
“어떻게 할 겁니까?”
도혁의 물음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죠?”
“다른 섬이요.”
“모두 갈 겁니다.”
“모두 가요?”
“네.”
“미쳤네.”
도혁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차가운 눈으로 지웅을 보며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쪽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두 번째 섬에 가지 않을 겁니다.”
“가라고 하지 않을 겁니다.”
“뭐라고요?”
“내가 갈 겁니다.”
“안 돼요.”
재율이 갑자기 나서자 모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재율도 멍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입을 열었다.
“안 돼요.”
“왜?”
“그건.”
“안 위험해.”
지웅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석구 씨. 분명히 괜찮았어. 그러니까 그렇게 행동을 한 거야. 그러니까 하나도 위험한 거 아니야.”
“아니요. 위험해요.”
병태가 주먹을 세게 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위험해요.”
“정말 위험하다뇨?”
“걔 미친 거라고요.”
병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친구에 대해서 그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부정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어요. 그거 미친 거예요. 미치지 않고서는 절대 그럴 수 없어요.”
“미쳤다고요?”
“당연하죠.”
병태는 모두를 둘러봤다. 그리고 이내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그 누구도 구하러 가면 안 되는 거예요.”
“맞아.”
도혁도 병태를 거들었다.
“당신들 모두 죽을 수 있어.”
“아니요.”
지웅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승무원으로 그 어떤 승객도 이 섬에 두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어떤 승객도 두고 갈 수 없습니다. 그런 식으로 누군가를 두고 가는 거 제가 용납하지 못합니다.”
“내가 용납을 해.”
“뭐라고요?”
“내가 용납을 한다고!”
도혁이 악을 쓰며 말하자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혁이 왜 이러는 건지는 이해가 가지만 그럴 수 없었다.
“당신 때문이라 그런 거죠?”
“뭐라고요?”
“당신이 다 시킨 거니까.”
“그게 무슨.”
도혁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뭐라고요?”
“갈 겁니다.”
지웅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말했다. 두 번째 섬. 그곳에 가서 두 사람을 데리고 와야 하는 거였다.
“죽었을 거야.”
도혁은 서늘한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가볍게 몸을 떠는 도혁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뭐 하자는 겁니까?”
“거기에서 단 둘이 살았을 가능성이 없잖아.”
“살아있는 사람들입니다. 살아있는 사람들도 제대로 데리고 가지 않으면 그게 문제일 겁니다.”
“아니 죽었는지 살았는지 어떻게 알아!”
“그러니까요.”
도혁의 실수에 지웅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제가 갈 겁니다.”
“뭐라고요? 그쪽이 간다고요?”
“네. 문도혁 씨에게 가라는 소리 하지 않을 겁니다. 최병태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두 사람 모두 걱정할 게 없습니다.”
“걱정할 게 없다니.”
도혁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그들과 같이 가고 싶지 않았다.
“내가 싫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 자식들하고 같이 가고 싶지 않다고요. 그런 미친 새끼들하고 같이 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어?”
“그러면 문도혁 씨가 남아요.”
“뭐라고?”
도혁의 얼굴이 곧바로 굳었다. 하지만 이런 도혁과 다르게 지웅은 그저 차분한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지금 가고자 하는 사람이 있고, 가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같이 못 간다면 그쪽이 내려야죠.”
“그게 무슨.”
도혁은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지웅을 노려봤다. 하지만 지웅도 물러서지 않고 그런 도혁을 마주했다.
“문도혁 씨. 제대로 된 생각을 해요. 제대로. 한 사람이라도 더 살려야 하는 게. 그게 내 일입니다.”
“당신이 그렇게 누군가를 살리려고 하는데. 그 사람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하려고?”
“그래서 문도혁 씨를 두고 가려고요.”
“뭐?”
지웅의 단호한 말에 도혁은 주먹을 쥐었다.
“그게 무슨?”
“알잖아요.”
지웅은 그저 여유로운 표정을 지을 따름이었다. 지웅은 고개를 돌리고 모두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그럼 모두 돌아가세요. 오늘 회의는 여기에서 끝입니다.”
“내 말 안 끝났어.”
“그러니 마저 대화를 하자고요.”
지웅은 어깨를 으쓱하고 미소를 지었다.
“내가 다 들어줄 테니까.”
도혁은 침을 꿀꺽 삼킨 채 아랫입술을 물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요?”
“아니요.”
“거짓말.”
윤태의 얼굴을 보기가 무섭게 지아는 입을 쭉 내밀었다.
“나도 내 감정을 되게 못 숨기기는 하는데 이윤태 씨도 자기 감정 하나도 못 숨기는 사람이네요.”
“그래요?”
“그래요. 얼굴에 오늘 저녁 회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제대로 적혀 있는 걸요?”
“그런가.”
윤태가 얼굴을 만지면서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요.”
“이윤태 씨.”
지아가 미간을 모으자 윤태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그런 게 아닌데.”
지아는 윤태의 손을 잡아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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