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장. 불안한 순간 4
“다시 방송이요?”
“그래.”
대통령의 말에 재호는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이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운한 것이 사실이었다.
“아빠가 결국 그 방송을 하고 나면 엄마는 다시는 다른 사람들을 보지 못할 거예요. 그게 얼마나 커다란 것인지. 그리고 얼마나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빠는 이미 아시는 거죠?”
“그래.”
대통령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 모른다고 하는 것이 더 문제일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걸 하지 않을 수 없어. 아빠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거니까.”
“좋아요.”
재호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하세요.”
“아들.”
“어쩔 수 없잖아요.”
재호는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아니고 싶었지만. 부정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거였다. 달라질 게 하나 없는 거였다. 달라질 게 없는 거라면 마주해야 하는 거였다.
“아무리 끔찍해도. 아무리 피하고 싶어도. 아무리 외면하고 싶어도. 결국 어쩔 수 없어요. 피할 수 없어요.”
“아들. 미안하다.”
“아니요.”
재호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결국 엄마를 괴물로 만든 것은 자신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이미 엄마가 괴물이 되어서. 결국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거였다.
“그럼 저는 일어날게요.”
“같이 있어.”
재희가 손을 잡자 재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누나.”
“그게 답이야.”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세 사람이 같이 한다는 거. 엄마가 본다면 결국 너무나도 힘들 순간일 거였다.
“그건 너무 잔인하잖아.”
“그래.”
재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 무엇보다도 잔인한 거였다.
“하지만 이렇게 잔인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결국 엄마도 하나 달라지지 않을 거고.”
“그래도.”
재호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었다. 온 가족이 그럴 이유는 없었다.
“아빠 혼자 하면 되는 거야.”
“그래.”
대통령도 재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재희야. 이건 재호에게 너무 무거워.”
“아니요.”
재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여기에서 재호가 물러난다면 결국 엄마가 다시 또 재호를 노릴 거였다. 그리고 재호를 흔들 거였다. 더 이상 재호는 흔들려서도 안 되는 거였고 흔들릴 수도 없었다.
“이게 재호를 위한 거예요. 재호가 이쪽이라는 증거. 확실하게 보여주지 않는 게 뭔지 모르세요?”
“그건.”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낸 채 고개를 숙였다. 알고 있었다. 확실히 이쪽이라는 걸 증명해야만 하는 거였다.
“너를 위한 거야.”
“너무 잔인하잖아.”
재호는 침을 꿀꺽 삼킨 채 어색하게 웃었다. 누나의 말을 이해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그거 엄마에게 너무 잔인한 일이잖아. 아무리 엄마가 실수했다고 해도 이건 아니야. 이러면 안 되는 거야.”
“왜?”
“왜라니?”
재희의 반문에 재호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누나. 이건 아니지.”
“재희야 그만 둬.”
“아빠.”
“그만 둬.”
재희는 머리를 뒤로 넘긴 채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재호를 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문 후 고개를 저었다.
“표재호. 제대로 생각해. 너도 지금 엄마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 그거 모르는 거 아니잖아? 안 그래?”
“그러는 누나는 엄마랑 달라?”
“뭐라고?”
재호의 날이 선 물음에 재희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자신이 엄마랑 같다니. 재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재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문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이런 말을 들을 것은 없었다.
“너 그거 너무 심해.”
“아니.”
재호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하나도 안 심해.”
“표재호.”
“결국 누나도 같아. 누나도 결국 엄마처럼 상대방을 끝까지 몰아세우려고 하는 거야. 왜 그러는 건데?”
“그게 정답이니까.”
“아니.”
재호는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정답이 아니었다. 결국 자신은 엄마를 본 거였다. 지금 당장은 너무나도 밉고 보고 싶지 않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다시 봐야 하는 사람이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들 가족이야. 가족은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없어. 여지는 줘야 하는 거야.”
“그게 너를 지치게 할 거야.”
“내가 감당해.”
“네가?”
재희는 팔짱을 끼고 코웃음을 쳤다.
“너 아무 것도 못 해.”
“아니. 나도 이제 성인이야.”
“성인? 네가?”
“그만 둬라.”
대통령의 말에 재희는 입을 다물었다. 재호도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다가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며 입을 다물었다.
“이건 내가 너희 두 사람에게 강요하는 게 아니야. 그냥 너희들이 선택하는 거야. 그게 전부야.”
“저는 여기에 있을 거예요. 하지만 방송에 나오고 싶지 않아요. 그건 너무나도 잔인한 거니까요.”
“그래.”
재호의 말에 대통려은 그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재호가 하고 싶지 않다면 하지 않으면 되는 거였다.
“하지 마.”
“아빠. 그래도.”
“안 해도 돼.”
대통령의 말에 재희는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대통령은 그저 미소를 지은 채 어깨를 으쓱했다.
“아무 것도 안 해도 된다.”
“그거 문제가 될 거예요.”
“내가 감당할 거다.”
대통령의 대답에 재희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요.”
“아. 네?”
재율은 지아가 자신을 보기가 무섭게 사과하자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입을 쭉 내밀었다.
“왜요?”
“표재율 씨. 여기에서 쉬고 있던 거 아니에요?”
“맞아요.”
“내가 나타났으니까.”
“아니요.”
재율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섬의 그 어느 곳도 누구 혼자서 가지고 있는 곳이 아니었다.
“여기가 제 땅도 아닌 걸요.”
“하긴.”
지아는 씩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당연한 거죠.”
“그런데 그 분은?”
“아 윤태.”
“네. 이윤태 씨.”
“뭐 가지고 올 거예요.”
“아. 그렇군요.”
재율은 가볍게 무릎을 안았다. 지아는 그런 재율을 보더니 침을 꿀꺽 삼키고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왜요?”
“아니요.”
재율이 자신을 돌아보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굳이 재율에 대해서 모두 다 물을 이유는 없었다.
“궁금하면 물으세요.”
“네? 뭘요?”
“다요.”
“아니요.”
재율의 대답에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은 재율에게 그 어떤 것도 물을 자격이 없었다.
“왜요? 기자잖아요.”
“여기에서는 기자가 아니죠.”
“그래도요.”
재율은 혀를 내밀고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뭔가를 묻는다고 해서 뭐라고 할 사람은 없어요. 그리고 어차피 기사를 내지도 못할 거니까요.”
“아 그러네.”
지아는 혀를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녹음 파일도 없고.”
“그렇죠.”
지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그런데 먼가 말을 할 게 있어요?”
“그럼요.”
재율의 힘없는 말에 지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뭔데요?”
“그러게요.”
재율은 씩 웃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게 뭘까요?”
“네?”
재율의 알 수 없는 말에 지아는 묘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재율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숙이고 혀를 내밀었다.
“아 싫다.”
“네?”
“그냥 싫어요.”
서준의 말에 세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요?”
“우리 나갈래요?”
“어디를요?”
“이 섬요.”
“아니요.”
서준의 제안에 세라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그건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었다.
“그러다가 무슨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거 모르는 거예요? 그런 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요.”
“하지만 마냥 기다릴 수 없어요.”
“기다려야죠.”
“기다린다고요?”
“당연하죠.”
세라의 대답에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그거 너무 오래에요.”
“서준 씨.”
“좋아요.”
서준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틀. 이틀 기다릴게요.”
“좋아요. 일단은.”
“일단이 아니라 나갈 거예요.”
서준은 또 하나의 구명보트를 가리키며 씩 웃었다. 세라는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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