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장. 고백 2
“그래서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으신다고요?”
“그래.”
“이해가 안 가요.”
진아는 지웅을 보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에게 더 이상의 비밀은 안 될 거였다.
“선배도 아시잖아요.”
“뭘?”
“우리 이미 그 비밀이라는 거. 그거 숨기고 있다가 한 번 깨질 뻔 했어요. 그런데 또 숨긴다고요?”
“표재율에 대해서 모두 다 말하는 거. 그게 도대체 왜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거야?”
“중요하니까요.”
“아니.”
진아의 대답에 지웅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한 개인의 비밀은 전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럴 수 없었다.
“그러니까 너도 알릴 생각 하지 마.”
“하지만.”
“성진아.”
지웅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가 풀었다.
“도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뭐라고요?”
“원하는 게 있을 거 아니야?”
“원하는 거라니.”
지웅의 반응에 진아는 미간을 모았다.
“선배 그거 뭐예요?”
“뭐가?”
“그럼 그게.”
진아의 눈동자가 거칠게 흔들렸다. 재율이 혼자서 지웅을 좋아하는 게 아니었다. 그냥 일방적인 게 아니었다.
“그 말은. 지금 그게.”
“나도 좋아해.”
“선배!”
진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자신은 지웅이 좋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지.
“그건 말도 안 되죠.”
“왜?”
“왜라니.”
진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있었다. 지웅은 한숨을 토해냈다.
“성진아. 표재율 괴롭히지 마. 안 그래도 힘든 애야. 그러니까 그 녀석 더 이상 흔들지 말라고.”
“웃기시네요.”
“뭐가?”
“아니.”
진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혀 몰랐네. 나는.”
“내가 너에게 말을 해야 하나?”
“그건 아니지만. 무조건 입을 다물고 있는 것도 아니죠.”
진아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침을 꿀꺽 삼킨 후 원망스러운 눈으로 지웅을 노려봤다.
“선배 이건 아니죠. 이러면 안 되는 거죠. 선배가 도대체 왜요?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그러는 건데요?”
“뭐가 아쉬워야 하는 거야?”
“네?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문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다가 물끄러미 진아를 응시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문 후 혀로 이를 훑은 후 침을 꿀꺽 삼켰다.
“됐다.”
“지금 그냥 표재율 씨 보호하려고 그러시는 거죠?”
“그럼 안 되는 거야?”
“그러니까.”
결국 같은 이야기였다. 결국. 진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낸 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거 좀 드세요.”
“정말 나는 자기가 없으면 어떻게 할까 싶어.”
기쁨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재율은 입을 살짝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은 아무 것도 한 것이 없었다.
“그냥 아무 것도 아니었는 걸요.”
“왜?”
기쁨은 머리를 뒤로 넘긴 채 씩 웃었다.
“자기가 아니었으면 나는 아무 것도 하지 못했을 거야. 너무 힘이 드는 순간들이니까.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하니까 이상하다.”
“그러게요.”
“한국에서도 연락해.”
기쁨이 갑자기 손을 내밀고 말하자 재율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재율은 그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왜 그런 표정이야?”
“저랑 계속 연락을 하실 거예요?”
“당연하지.”
“어. 그러니까.”
“안 할 생각이었어요?”
“네? 그게.”
재율이 갑자기 당황하자 기쁨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가 뭐라고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래도 나는 자기가 나랑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내기 바라.”
“그래도 돼요?”
재율의 눈에 금세 눈물이 차올랐다.
“정말 그래도 되는 거예요.”
“왜 그래?”
기쁨은 재빨리 재율을 안아줬다. 재율은 눈물을 닦으면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터뜨렸다.
“뭐지? 왜 이러지?”
“울어도 괜찮아.”
“아니. 그래도.”
재율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울음을 참으려고 하지만 자꾸만 눈물이 나왔다. 기쁨은 재율의 등을 두드렸다.
“우리 표재율 씨 고민이 많은 모양이다. 그렇게 걱정하고 고민을 해도 괜찮지. 그런 거 해도 괜찮지.”
“그런 거 아닌데.”
“그런 게 아니어도 되고. 그런 거여도 되고.”
재율은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친 거야.”
“네?”
“아니야.”
나라가 고개를 들자 진아는 고개를 저었다. 나라는 입을 내밀고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혹시 무슨 걱정이 있으시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진아가 날을 세우며 말하자 나라는 아랫입술을 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가만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준 매니저가 뭐라고 하겠다.”
“네? 형이요?”
윤태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던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이런 지아의 반응에 윤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니 얼굴이 너무 상했어.”
“에이.”
지아의 말에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강지아 씨. 그래도 나 배우거든요. 배우. 그거 한 달 가지고 막 망가지고 그러지 않아요. 몰라요?”
“그러게. 그래야 하는데.”
지아가 자신을 위아래로 훑으며 울상을 짓자 윤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많이 망가졌어.”
“에이. 설마요.”
“진짜.”
지아가 오른손을 들고 밝은 표정으로 말하자 윤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뭐야?”
“심각하거든요.”
“심각하긴.”
“진짜로요.”
윤태는 배를 손으로 문지르고 한숨을 토해냈다. 지아의 말처럼 지금 확실히 몸이 망가지긴 했다.
“이제 복근도 없네.”
“원래 있었어요?”
“당연하죠.”
윤태가 자신의 배를 문지르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자 지아는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린 후 가만히 윤태의 손을 잡았다.
“그거 싫다.”
“왜요?”
“다른 여자들도 다 이윤태 씨를 좋아하니까.”
“그게 좋은 거 아닌가?”
“뭐가 좋아요?”
“그 트로피를 강지아 씨가 가진 거니까.”
윤태의 대답에 지아는 잠시 어이가 없이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린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지금 자신이 그 정도 가치가 있다고 말하는 거예요?”
“당연하죠.”
“미쳤어.”
“아니에요?”
“뭐.”
지아는 입술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혀를 살짝 내밀더니 가만히 윤태를 꼭 안았다.
“우리 이제 돌아가겠네요.”
“그렇죠.”
어떻게 될지 아무 것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이야기를 자꾸만 한다면 가능성이 낮아지지 않을 거였다.
“돌아갈 겁니다.”
“서울로.”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행복하게 웃었다.
“예산이 생각보다 많이 들 겁니다.”
“괜찮습니다.”
전문가의 보고에 대통령은 간단히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망설인다고 해서 다른 답이 나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겁니까? 더 이상 다른 방법은 없어요.”
“그렇다고 이렇게 하시는 것도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거기에 사람이 있다는 건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돈 이야기를 합니까?”
“그건.”
전문가는 입을 꾹 다물었다. 사람이 우선이었다. 그게 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을 무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것으로 인해서 대통령께서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스스로도 너무 잘 아시는 거 아닙니까?”
“압니다.”
“아시는데 이렇습니까?”
“그럼요.”
“대통령님.”
“나는 무섭지 않아요.”
대통령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온 것이 이런 일을 하라고 온 것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야 겨우 알았습니다.”
“그게 무슨?”
“지금까지 나는 내 뜻대로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이제 처음으로 내 뜻대로 하려고 하는 겁니다.”
“대통령님.”
“도와주세요.”
대통령의 간절한 말에 전문가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할 줄 꿈에도 몰랐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전문가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돈은 신경 쓰지 마요.”
대통령의 대답에 전문가는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사람을 구하는 것만이 우선이 될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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