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장. 폭발 1
“이혼할게.”
영부인의 대답에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또 무슨 생각이지?”
“아니.”
영부인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다른 생각은 없어.”
“정말인가?”
“그래요.”
영부인은 아주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대통령을 보더니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단 한 번도 당신이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 그런데 내가 틀린 거네.”
“이 상황에서도 그런 식으로 말을 하고 싶어?”
“뭘요?”
“이기다니.”
대통령은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어색한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대신 재호는 나를 줘요.”
“뭐라고?”
“그거 반칙이잖아.”
영부인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적어도 나에게도 하나를 줘야 하는 거잖아. 당신 혼자서 두 개 다 가지면 안 되는 거잖아. 안 그래요?”
“아이들이 물건인가?”
“당연하죠.”
영부인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은 멍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건가? 당신이라는 사람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이야? 그게 말이 되나?”
“말이 안 될 건 뭐죠?”
“뭐라고?”
“그 아이들은 내 거예요.”
영부인의 단호한 말에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다시 또 흔들었다. 아무리 이해해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도대체 아이들을 어떻게 물건이라고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소. 아이들은 물건이 아닙니다.”
“내 거예요.”
영부인의 눈이 이글거렸다.
“내가 낳았어요.”
“그렇다고 그 아이들을 소유하는 건가?”
“당연하죠.”
영부인은 힘을 주고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낳았고. 내가 길렀어. 그런데 두 아이가 모두 당신 편이라는 거. 그거 말이 안 되는 거잖아요. 안 그래요? 하나는 내놔요. 당신 혼자서 그거 다 가지기 말고. 나에게도 달란 말이에요.”
“말이 안 통하는군.”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도 영부인의 태도가 변했다고 해서 뭔가 하려고 했으나 달라진 건 하나도 없었다.
“당신과 대화를 하려고 했던 내가 멍청하게 느껴지는군. 당신은 나와 대화를 할 생각이 없는데.”
“앉아요!”
영부인의 목소리가 찢어지게 울렸다.
“왜 말을 하는 도중에 일어나는 거야!”
“더 할 말이 남았나?”
“답을 줘야죠.”
“그래?”
대통령은 눈썹을 올렸다. 답을 달라니. 지금 그런 말을 해놓고 답을 달라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 건가?
“그 아이들은 물건이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죠?”
“당신 곁에 없는 건 당신 때문이라는 거야.”
대통령은 이 말을 하고 돌아섰다. 영부인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표정이 왜 그래요?”
“아니.”
윤태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묻자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비틀거리자 윤태가 곧바로 지아를 붙잡았다.
“강지아 씨.”
“정말.”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바보 같다.”
“뭐가 바보 같아요?”
“그냥 힘들어서 그래요.”
지아는 머리를 뒤로 넘겼다. 별다른 이야기를 들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각자의 생각이 다른 것이 전부였다.
“다른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한다는 거. 그게 생각보다 더 나를 힘들게 하는 거 같아서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하진영 씨랑 강봄 씨. 두 사람도 시신을 가지고 가는 것에 대해서 그다지 호감을 갖지 않더라고요.”
“아. 그거.”
윤태의 얼굴에 안쓰러움이 스쳐갔다. 지아는 이상할 정도로 거기에 매달리고 있는 중이었다.
“강지아 씨 조금은 내려놔요.”
“하지만.”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우리가 두 번째 섬으로 가지 않았더라면 임길석 씨는 죽지 않았을 거예요. 우리는 다 같이 구조를 기다렸을 거예요.”
“아니요.”
윤태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지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었다. 그런 생각은 잘못된 거였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게 사실이니까.”
“아니요.”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지아가 굳이 그런 생각을 할 이유는 없었다.
“강지아 씨는 강지아 씨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했습니다. 그러니 아무런 미안함을 가질 이유 없어요.”
“그런데 왜 이럴까요?”
지아는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전부 내 잘못 같아.”
“왜 그럴까?”
윤태는 지아를 품에 안고 어깨를 문질렀다. 지아는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냈다.
“강지아 씨. 너무 그러지 마요.”
“그래야 하는 건데. 정말 그래야 하는 건데.”
지아는 고개를 푹 숙였다. 윤태는 그런 지아를 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었다.
“내일이네요.”
“그렇죠.”
배를 보고 있던 지웅에게 시우가 다가와 말을 건넸다. 지웅은 어색한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하셨어요.”
“네? 고생은.”
시우의 인사에 지웅은 고개를 흔들었다.
“돌아가기 싫어요.”
“어?”
갑작스러운 시우의 고백에 지웅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살짝 미간을 모았다가 이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돌아가기 싫어.”
“형도 마찬가지구나.”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시달릴 것들. 그것들을 생각을 하면 더 가기 싫어.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아. 그러네.”
시우가 혀를 내밀고 고개를 끄덕이자 지웅은 쿡 하고 웃음을 터뜨린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래도 일단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 그것만으로도 다행인 거니까. 더 이상은 생각을 할 게 없는 거니까.”
“그래도 무서워요.”
시우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푹 숙였다.
“내가 지금처럼 뭔가 할 수 있을까?”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여기에서는 그래도 주도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한국에서는 아니니까요.”
“뭐. 그런 거야.”
시우의 대답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굳이 그런 생각까지 할 이유는 없을 거였다.
“누구나 마찬가지의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니까. 그러니까 그렇게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스트레스는 받지 말고. 그런 것까지 하나하나 다 생각을 하거나 그럴 이유가 없어.”
“간단하네요.”
“어렵지.”
지웅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숨을 크게 쉬었다. 그리고 혀로 이를 훑고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모두 돌아가야지.”
“그럼 다를까요?”
“안 달라.”
“그래요?”
지웅의 대답에 시우는 작게 웃었다.
“아저씨라고 하는 게 맞죠?”
“형이라니까.”
“형은 좀.”
시우의 대답에 지웅은 머리를 뒤로 넘기며 씩 웃었다. 자신은 이제 시우에게 형 소리를 듣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나이기는 했다.
“그렇긴 하네. 이제 나를 형이라고 하기엔. 네가 너무 어리기는 하다. 네가 너무 어리니까. 뭐. 형이라고 하기에는 좀 그렇지.”
“그러니까 아저씨.”
“뭐.”
시우는 혀를 내밀고 고개를 끄덕이고 이내 한숨을 토해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물더니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우리 나갈 수 있는 거긴 해요?”
“어?”
“그런 거 맞아요?”
“아마도?”
지웅의 대답에 시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다행이네.”
“뭐가 다행이야?”
“아저씨가 너무 확신을 갖고 있으면 그게 더 불안한 거였거든요. 아저씨가 적어도 아주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나? 망설이고 그러는 거. 그게 차라리 더 낫다고 해야 하나?”
“알았어.”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배를 한 번 만졌다.
“나가야지.”
나가야 했다. 무조건. 무조건 이 섬에서 나가야만 하는 거였다.
“아무리 지치더라도. 아무리 힘들더라도. 이 섬에 있는 게 우리에게 어떤 답을 주는 것은 아니니까.”
“답이라.”
지웅의 말에 재율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네요.”
“그렇지?”
지웅은 가볍게 팔을 문질렀다. 답은 없었다. 그 어디에도 없었지만 적어도 다른 선택지가 있는 곳이 필요했다.
“정말 할 거야?”
“당연하지.”
막대에 돌을 묶는 도혁을 보며 병태는 미간을 모았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뭔가 하려고 하는 건데. 우리가 지금 그걸 막으려고 하는 거라면.”
“그래서?”
“어?”
“그냥 살리게 둘 거야?”
“그건.”
병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럴 수 없는 거긴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있는 사람들을 적으로 들 수도 없었다.
“그냥 배를 타고 도망을 갈래?”
“뭐?”
“우리만 살면 되잖아.”
병태의 제안에 도혁의 눈이 묘하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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