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장. 고백 1
“미안.”
“아니야.”
방송이 끝나고 재호가 사과하자 재희는 고개를 저었다. 재호도 재희의 어깨를 두드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하긴 내가 미안하지.”
“누나가 왜?”
“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게 한 거니까. 그러면 안 되는 거였는데 그러면 안 되는 건데. 내가 무조건 잘못한 거야.”
“아니.”
재희가 사과해야 하는 이유는 없었다. 어떤 이유건 자신도 나서야 했던 거였다. 재호는 어색하게 웃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잘못한 거야.”
“아니.”
재희는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너는 아무 것도 하지 않았어.”
“뭐?”
“그러니 사과할 이유 없어.”
“그게 잘못이라는 거야.”
재호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거.”
“표재호.”
“엄마는 내가 책임을 질게.”
“아니.”
재히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재호는 아무 것도 감당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다.
“이건 네가 그렇게까지 나설 일이 아니야.”
“하지만.”
“괜찮아.”
재희는 미소를 지은 채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나나 아빠나 너 혼자서 그 모든 거 감당하기 바라지 않아. 그리고 엄마도 이제 너에게도 오지 않을 거야.”
“그럴까?”
“그럴 거야.”
“좀 그러네.”
재호의 말에 재희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어.
“학교는?”
“방학이야.”
“계절 학기 듣잖아.”
“그것도 끝났습니다.”
재호가 일부러 익살스럽게 대답하자 재희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하나. 한 장이 넘어간 거였다.
“제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거냐면.”
재율은 한숨을 토해내며 주먹을 세게 쥐었다.
“그러니까.”
“하지 마요.”
“네?”
“안 해도 돼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멀리 윤태와 오고 있는 지웅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윤태 씨를 보는 눈이랑 뭐 비슷한 거 같아.”
“그건.”
“꼭 다 말을 해야 하나?”
지아는 어깨를 으쓱하고 씩 웃었다.
“그리고 영식 님인 거.”
“아. 그건.”
재율이 다시 한 번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말하지 마요. 다른 사람들.”
“하지만 그건 말을 해야 하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 알게 될 거예요.”
“그래도 말하지 마요. 혹시라도 표재율 씨에게 그거 가지고 뭐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을 테니까.”
“그럴까요?”
“당연하죠.”
지아의 말에 재율은 침을 꿀꺽 삼켰다. 모두 같은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걱정이었다.
“제가 뭘 해야 하는 건지. 그리고 뭘 하면 안 되는 건지. 그런 걸 하나도 모르겠어요. 너무 어려워.”
“그건 나도 마찬가지인데?”
“거짓말.”
“아니요.”
재율의 대답에 지아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도 아무 것도 몰라요.”
“늘 당당하게 행동하시잖아요. 앞만 보고. 그렇게 행동하시면서. 도대체 뭘 모른다고 하시는 건데요?”
“그러게.”
지아는 혀를 살짝 내밀었다. 늘 그렇게 당당하면서 도대체 뭘 모른다고 말을 하고 있는 걸까?
“나도 잘 모르겠는데 그런 생각이 들어.”
“그런 생각이요?”
재율이 이해를 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지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지웅을 한 번 위아래로 훑더니 고개를 저었다.
“재율 씨가 아까워.”
“뭐가 아깝습니까?”
“아니요.”
윤태가 고개를 갸웃하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얼른 가요.”
“네?”
“얼른요.”
지아는 그대로 윤태를 데리고 멀어졌다. 지웅은 미간을 모은 채 살짝 묘한 표정을 짓고 재율을 쳐다봤다.
“저게 무슨 말이야?”
“그러게요.”
“너도 몰라?”
“응. 몰라.”
재율의 대답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무슨 대화를 한 거예요?”
“왜요?”
“아니.”
지아가 곧바로 날을 세우며 반문하자 윤태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아는 입을 쭉 내밀었다.
“그런 거 왜 묻는 거예요?”
“그냥 물어볼 수도 있죠.”
“아니요.”
지아는 힘을 주어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럴 수 없어요.”
“왜요?”
“이건 나랑 표재율 씨 사이의 일이니까. 이런 걸 이윤태 씨가 굳이 궁금해 해야 할 이유가 뭔데요?”
“강지아 씨 일이니까.”
“아니라고요.”
지아는 윤태의 볼을 가볍게 꼬집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이건 내 일이 아니에요. 표재율 씨 일. 그러니까 아무 신경도 쓰지 마요. 알았죠? 자꾸 그러면 나 화를 낼 거예요.”
“뭐.”
재율은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화난 거 아니죠?”
“아니요.”
윤태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자신이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은 아니었으니까.
“강지아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 알아들었어요. 나 그래도 생각보다 눈치가 있는 사람이라고요.”
“그랬어요?”
“그럼요.”
“그럼 다행이고.”
지아는 혀를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먹는다고요?”
“당연하죠.”
세연의 대답에 윤한은 입을 내밀었다.
“왜요?”
“이제 우리 곧 한국으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그러면 나는 모델을 다시 해야 하는데 먹으면 안 돼요.”
“에이.”
윤한은 인상을 찌푸렸다. 세연은 처음 만났을 때랑 생각해도 하나도 살이 찌지 않았다. 아니 쪄야 옳았다.
“맹세연 씨. 지금 입고 있는 그 옷. 그거 작아졌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적 없잖아요. 아니에요?”
“그렇지만.”
“아무렇지도 않아요. 예뻐.”
“아니요.”
세연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한국에 다시 돌아가야 한다니 그 초조함이 다시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자신을 사람들이 어떻게 볼지도 너무 걱정이 되었다.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 모르곘어요. 그냥 너무 걱정이 돼. 돌아가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내가 같이 있을 건데요?”
“네?”
“날아 떨어지려고요?”
“아니요.”
윤한이 곧바로 서운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자 세연은 더 밝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윤한과 같이 있을 거였다.
“그럼 걱정 안 해도 되겠네.”
“당연하죠.”
“그래도 저녁은 안 먹을게요.”
“겨우 생선이에요.”
윤한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섬에서는 소금을 구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 무슨 걱정인 건지.
“이거 먹는다고 살 안 쪄요.”
“더 빠져야 해요.”
“뭐라고요?”
윤한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세연의 지금 반응은 너무 과민했다.
“지금 맹세연 씨 이상한 고민하고 있는 거 알죠?”
“권윤한 씨가 모든 걸 다 이해하기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그만.”
윤한이 무슨 말을 더 하려고 하자 세연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서로 답이 없는 싸움을 할 이유는 없었다.
“권윤한 씨랑 나랑 생각하는 게 다른 거잖아요. 그런데 굳이 그런 걸 가지고 싸울 이유는 없죠.”
“알았어요.”
윤한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자신은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권리는 없었다.
“그럼 진짜 안 먹는 거죠?”
“네. 괜찮아요.”
윤한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세연은 그저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다이어트?”
“그러니까요.”
지아는 무슨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굳이 자신이 더 끼어서 무슨 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
“뭐 세연이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누나.”
“왜?”
“아니 누나 여성이 그러면 안 되는 거죠. 여성이 그런 식으로 미로 인해서 말이에요. 그것도 잘못된 아름다움. 그것으로 인해서 자신을 그렇게 망가뜨리고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니에요?”
“뭐라는 거야?”
지아는 웃음을 터뜨린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입술을 쭉 내밀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럴 수도 있는 게 아니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건 윤한이 네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세연이가 스스로 정해야 하는 거지. 안 그래?”
“뭐. 그렇죠.”
윤한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가볍게 윤한의 어깨를 두드렸다. 윤한은 혀를 내밀고 어색하게 웃었다. 한국으로 돌아간다는 것. 그것이 사람들에게 또 다른 영향을 미치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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