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 완결/어쩌다 우리[완]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54장. 만남 1]

권정선재 2017. 9. 8. 23:06

54. 만남 1

이번에 가서 사람들을 발견하지 못하면 다시 갈 기회가 없을 겁니다. 그래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까?”

도대체 몇 번을 묻습니까?”

 

전문가의 물음에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왜 자꾸 같은 것만 묻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에 그 누구보다도 긴장이 되고 고민이 되는 게 바로 나에요. 하지만 내가 정한 일입니다.”

그게 지금 틀린 것일 수도 있어서 그래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혼자서 그 모든 것을 다 감당하실 수 없을 테니까요. 그게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두 다 생각을 하시라고 하는 겁니다.”

아니요.”

 

대통령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자꾸 그 일에 대해서 생각을 하는 것은 오히려 잘못이었다. 자꾸만 부정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그럴 이유는 없었다. 대통령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나의 판단을 믿습니다.”

그게 사람들의 목숨과 연관이 되어 있습니다.”

그렇소.”

그러니.”

그만!”

 

대통령이 갑자기 윽박을 지르자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것 다 따지면 도대체 언제 갈 겁니까?”

그거야 위성 사진을 보면.”

아니요.”

 

대통령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 위성 사진을 기다리다가 너무나도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럴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간다고요?”

그렇소.”

그건 너무 무모합니다.”

 

전문가는 대통령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이건 지금 미국도 좋아하지 않는 일입니다. 우리가 억지로 가는 거라고요. 이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가지 못할 겁니다. 그렇게 소중한 기회를 그저 간단하게 날릴 수는. 날려서는 안 되는 겁니다.”

날리지 않아요.”

하지만.”

날리지 않을 거요.”

 

대통령은 다시 한 번 말했다.

 

내가 이걸 놓칠 거라고 생각했다면. 모든 걸 놓칠 거라고 생각했다면 진작 뭐라도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는 건 이 일에 확신을 가진다는 겁니다. 당신은 나 만큼 확신을 하고 있소?”

? 그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전문가는 할 말을 잃었다. 이 일에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은 없을 거였다.

 

어떤 일에 확신을 갖는다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그리고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십니까?”

알지.”

아시는데 그러십니까?”

아니 이래요. 아니까 이러는 겁니다.”

 

대통령의 말에 전문가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무슨?”

그쪽은 너무 많이 알아서 아무 것도 못 하는 거 아니오?”

? 그건.”

 

전문가는 답을 잃었다. 대통령은 진지했다. 그리고 모두를 보면서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지금 내가 하는 일이 무조건 옳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모두 그대로 가주세요. 그들이 보낸 신호. 그것을 무시하면 안 되는 겁니다. 그들도 우리에게 답이 없을 거라는 것을 알고도 그걸 보낸 겁니다. 그러니 그리로 가겠죠. 우리는 무조건 그 사람들의 뜻을 따라야 하는 겁니다.”

확신하시는 거죠?”

확신합니다.”

 

전문가도 침을 꿀꺽 삼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이 이리 말하는데 다른 말을 할 수 없었다.

 

오늘 오후에 갈 겁니다.”

모든 준비를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이제 그들을 구하러 가는 거였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구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한 거였다.

 

 

 

두 번째 섬에는 어떻게 가야 하는 거죠?”

그러니까요.”

 

섬에 다가가는 것이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섬의 조류는 그들이 다시 섬에서 나오기 힘들게 만들 거였다.

 

어느 정도 간 후 그들이 알아서 나오게 해야 해요.”

그게 가능할까요?”

모르죠.”

 

두 척의 배로 나누어져 있는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것을 더 고민할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들도 같이 가야 하는 거였다.

 

같은 생존자에요. 그리고 여기까지 다시 오자고 할 수도 없고. 한국에서는 우리를 구했다는 뉴스만 하기 바랄 거예요. 다른 곳에 사람들이 있다는 기다림. 더 이상 없을 수도 있다고요.”

그렇죠.”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구하러 올 거였다면 진작 올 사람들이 오지 않은 이유는 간단할 거였다.

 

게다가 돈도 엄청나게 많이 들 겁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그걸 해야만 하는 거죠. 다른 건 없습니다.”

미쳤어.”

 

가만히 듣던 도혁이 끼어들었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럴 수 있어?”

왜요?”

 

지아는 그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돌렸다.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문 채 고개를 저었다.

 

미친 거야. 미치지 않고서는 그럴 수 없는 거라고.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는 걸 모르는 거야?”

. 몰라요.”

 

지아는 밝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일이 더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할 이유는 없었다.

 

우리는 그저 같이 가면 되는 거라고요.”

석구 녀석 감당할 수 있어?”

 

도혁의 차가운 물음에 순간 정적이 흘렀다. 지아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윤태가 지아의 손을 꽉 잡아줬다. 지아는 그제야 겨우 웃었다.

 

그렇겠죠.”

아니.”

 

도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석구를 감당할 수 없을 거였다. 그건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었다.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해.”

당신 친구잖아요.”

아니.”

 

지아의 물음에 도혁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친구 아니야.”

뭐라고요?”

그런 미친 새끼랑 내가 도대체 왜 친구여야 하는 거야? 그 미친 새끼는 괴물이야. 정신병자라고.”

당신 때문이잖아요.”

뭐라고?”

 

지아의 지적에 도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한숨을 토해냈다.

 

정말 이기적이야.”

미친년.”

 

도혁이 이렇게 욕설을 내뱉는 것과 동시에 윤태가 그대로 도혁의 배를 발로 찍었다. 도혁이 컥 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였다.

 

윤태 씨!”

 

지아가 놀라서 윤태를 잡았다.

 

뭐 하는 거예요?”

강지아 씨를 모욕하잖아요.”

그래도 이건 아니죠.”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다른 사람들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 사람들을 때릴 권리는 그 누구도 갖고 있지 않아요. 우리는 같은 사람이라서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요.”

같은 사람이요?”

 

지아의 말에 윤태는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녀석은 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자기 친구를 이상한 말로 꾀어서 사람을 죽인 사람이에요. 그리고 강지아 씨도 죽이려고 했고요.”

하지만 죽지 않았죠.”

 

지아는 윤태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너무 흥분하지 마요.”

강지아 씨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 괜찮아요.”

 

지아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윤태에게 손을 내밀었다. 윤태는 침을 삼켰다.

 

미치겠네.”

왜요?”

아니요.”

 

윤태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지아가 괜찮다고 하는데 자신이 다른 말을 더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강지아 씨를 위해서 나서려고 하는 건데. 강지아 씨가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니까 할 말은 없어요.”

무섭죠.”

 

지아는 혀를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무서워요.”

그런데요?”

그래서요?”

?”

그게 뭐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누군가를 무서워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처벌할 근거는 아니었다.

 

한국에 가면 다시 만날 사람이 아니에요. 이런 사람 떄문에 이윤태 씨가 나쁜 사람이 될 이유는 없어요.”

하지만.”

내 말 들어요.”

 

지아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말하자 윤태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하여간 이윤태 씨 말도 잘 들어.”

그래서 강지아 씨를 사랑하는 거죠.”

두 사람 너무한 거 아니에요?”

 

나라가 옆으로 다가오며 입을 내밀었다.

 

지금 되게 위험한 순간이라고요. 강지아 씨의 뒤에는 강지아 씨를 죽이려고 하던 남자도 있다고요.”

. 그렇죠.”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도혁이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겁을 낼 이유도 없었다.

 

문도혁 씨도 지금 이 상황에서 뭔가를 하지 못할 거예요. 게다가 배가 두 개라는 것도 중요하죠.”

 

지아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혹시라도 한쪽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다른 한쪽의 사람들이 바로 말을 할 수 있는 거니까요.”

아주 잘났어.”

 

도혁이 그들을 노려보며 이를 드러냈다. 하지만 지아는 그저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문도혁 씨.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우리랑 사이 좋게 지내는 거 어때요? 너무 날을 세우고 있으니까.”

미친.”

 

도혁은 낮게 욕설을 내뱉었다.

 

너희들은 후회할 거야.”

아니요.”

 

도혁의 지적에 지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가지 못한다면 그게 더 걱정이 될 거였다.

 

나는 이 섬에 누구 한 사람이라도 놓고 가는 게 잘못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문도혁 씨도 데리고 가는 거예요. 이런 나의 신념에 대해서 고맙다고 해야 할 거예요. 그게 아니면 문도혁 씨도 그 섬에 두고 왔을 거니까.”

두고 오지 그랬어?”

그건 안 되죠.”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나는 사람이니까.”

뭐라고?”

문도혁 씨처럼 행동할 수는 없는 거죠. 그렇게 잔인하게. 자신이 뭘 하는지도 제대로 모르면서 말이죠.”

 

지아의 지적에 도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아는 미소를 짓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멀리 두 번째 섬이 보였다. 이제 그들을 구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긴장되지만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