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장. 만남 3
“어디 아픈 거 아니에요?”
“딸. 밥은 먹었어?”
“아빠!”
대통령의 말에 결국 재희가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질렀다.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왜 그렇게 큰소리를 내고 그러는 거야? 이곳은 공적인 공간이야. 다른 사람들에게도 귀가 있다. 그러니 조용히 해야 해.”
“아니요.”
재희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 더 크게 떠들어야죠. 지금 아빠 상태가 어떤지. 아빠는 이미 알고 있으면서 도대체 왜 자꾸 피하기만 하는 건데요? 그 상태. 그거 정상이 아니잖아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아니에요?”
“스트레스야.”
“스트레스요?”
재희는 머리를 뒤로 넘기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리 스트레스라고 하더라도 그럴 수 없는 거였다.
“다리가 떨리잖아요.”
“그래.”
“검진을 해야죠.”
“아니다.”
대통령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재희는 이런 아버지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재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건 무슨 고집이에요?”
“대통령이 특별한 건강검진을 받는다는 것. 그것 자체가 이미 문제라는 것을 모두에게 말하는 거다.”
“문제잖아요.”
“아니.”
“아빠!”
“이건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은 힘을 주어 말했다.
“이게 문제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상황이 더불어서 주어져야 하는 거야. 그리고 그 어떤 확정된 판단을 얻기 전에는 판단을 내려서도 안 되는 거다. 그게 내가 가지고 있는 자리의 무게다.”
“그게 무슨.”
재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후 대통령을 응시했다.
“보름이에요.”
“그래.”
“그 시간만 드려요.”
“그래.”
대통령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네가 아빠가 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이해는 하고 있구나.”
“아니요.”
재희는 아랫입술을 세게 문 채 고개를 저었다. 이해를 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그의 고집에 숙이는 거였다.
“제가 무슨 말을 하건. 어떤 말을 하건. 그게 아빠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라는 걸 아니까요.”
“미안하다.”
“아니요.”
재희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처음 보는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진짜로 원하는 것. 그리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위해서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그게 잘못은 아니었다.
“그래도 멋진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줘서 좋아요.”
“그러냐?”
“네. 그럼 저는 가볼게요.”
“그래.”
재희도 재희의 일이 있었다. 대통령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더 버텨야 했다. 무조건 더 버텨야 하는 거였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모든 거을 잃게 될 것이었으니까.
“아무도 없는 거죠?”
“그러니까요.”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지금 그들을 구하지 않는다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었다.
“더 찾아야 해요.”
“이제 가야 합니다.”
“하지만.”
“가야 해요.”
윤태까지도 이렇게 나서자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이건 아니죠. 저들을 구하기 위해서 여기에 온 건데. 지금 물러나면 다지 오지 못할 수도 있어요.”
“올 겁니다.”
“아니요.”
지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다른 사람들도 아니라 껄끄러운 사람들이었다. 저들을 구하러 아무도 오지 않을 거였다.
“나는 찾아야 해요.”
“안 됩니다.”
“사무장님.”
“이건 허락할 수 없습니다.”
지웅까지도 단호하게 말하자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다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이해가 가고 자신도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었다.
“우리 지금 여기에서 얼마 기다리지 않았어요. 고작 한 5분? 그 정도 겨우 기다렸나? 그렇다고요.”
“아니요.”
“아니.”
“두 시간입니다.”
지웅의 지적에 지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두 시간이 지났어요.”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 시간이 되도록 저들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시간을 더 보내도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그래도 이대로 가면 안 되는 거잖아요. 그럼 우리가 저들을 데리고 갈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요.”
“알고 있습니다.”
“알고 있는데요?”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지아는 머리를 세게 쥐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이럴 수 없었다.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아시잖아요. 저들이 이 섬에 있다고 우리가 아무리 말해도 저들을 구하러 아무도 오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요. 저들이 저 섬에 있다는 증거. 그 말도 안 되는 거 주기 전까지는 아무 반응이 없을 거라는 거.”
“그렇죠.”
“아는데 그래요?”
“네. 그렇습니다.”
“그게 무슨?”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자신이 더 고집을 부려서 뭔가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안타까웠다.
“여기까지 왔잖아요. 내가 저기에.”
“안 됩니다!”
지아의 말이 끝이 나기도 전에 윤태가 목소리를 높였다.
“그건 안 돼요!”
“이윤태 씨.”
“안 됩니다.”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거 너무 위험한 일입니다. 밤이에요. 이 시간에 그런 거 하다가 너무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 합니까?”
“하지만.”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위험하지 않다는 생각은 아니었지만 여기에서 포기하기도 어려웠다.
“여기까지 오는 거 너무 힘들었잖아요. 다른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도 너무나도 힘들었잖아요.”
“그렇다고 지금 강지아 씨가 너무나도 큰 위험을 무릅쓴다는 거. 그거 그냥 볼 수도 없습니다.”
“그건.”
지아는 침을 꿀꺽 삼켰다. 별 거 아니라고. 그렇게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은 자신도 알고 있고 윤태도 아는 사실이었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거죠?”
“일단 가죠.”
“사무장님.”
“우리를 구하러 온 사람들에게 그걸 알리죠.”
“그건 너무 위험해요.”
지아는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 움직이는 것은 그 누구도 원하는 결과가 아닐 거였다.
“그러다가 아무도 오지 않으면요?”
“올 겁니다.”
“사무장님이 약속하시는 건가요?”
“네. 약속합니다.”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그런 지웅을 보더니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진심이죠?”
“진심입니다.”
지웅이 다시 한 번 말하자 지아는 겨우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웅은 엷은 미소를 지었다.
“고맙습니다.”
“아니요.”
지웅의 인사에 지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직 모르는 거니까요.”
“그렇죠.”
지웅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모르는 거였다. 지웅이 고개를 끄덕이고 재율이 다시 노를 잡았다.
“꼭 올 겁니다.”
“네. 알겠어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윤태가 옆에서 지아의 손을 곡 잡았다. 지아는 한숨을 토해냈다.
“우리가 구할 수 있을까요?”
“나라가 구할 겁니다. 우리가 아니라.”
윤태의 말에 지아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불편하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었다.
“왜 안 자고 있어요?”
“그러는 이세라 씨는요?”
“뭐.”
세라는 서준의 반문에 혀를 내밀고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서준의 옆에 무릎을 안고 앉았다.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아서요. 그럴 이유도 하나 없는데 말이죠. 오늘은 별로 추운 날도 아니고.”
“나도 그래요.”
서준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 번도 이랬던 적이 없는데 말이죠. 우리가 이러면 다른 사람들도 이런 기분을 느끼지 않을까요?”
“그렇겠죠.”
세라는 미소를 지은 채 살짝 더 몸을 움츠렸다.
“날이 좀 추운 거 같아.”
“아무래도 겨울이니까요.”
서준은 이렇게 대답하면서 자신의 겉옷을 벗어 세라에게 건넸다. 세라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내가 추우면 서준 씨도 춥다는 거잖아요.”
“그래도요.”
“그래도는 무슨.”
서준의 대답에 세라는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서준 씨는 뭐 안 추워요?”
“이 저도는 견딜 수 있어요.”
“아. 그래요?”
“그럼요.”
서준의 능청스러운 대답에 세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준의 이런 마음을 고맙게 받으면 되는 거였다.
“같이 갈 걸 그랬나?”
“왜요?”
“너무 오래 기다리는 거 같아서.”
“내가 싫어요?”
“아니요.”
서준의 투정이 섞인 물음에 세라는 작게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살짝 걱정이 되는 표정이었다.
“다들 걱정이 돼.”
“잘 있을 겁니다.”
“그렇겠죠.”
너무 당연한 위로였지만 그럼에도 이게 위안이 된다는 게 너무 신기한 순간이었다. 세라는 그렇게 먼 바다를 응시했다. 누구라도 돌아오기 바라며. 그러다가 저 멀리 보이는 불빛에 놀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준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모닥불을 더 크게 피웠다. 배가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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