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장. 사람들 1
“다들 잘 지낸 거예요?”
“그럼요.”
아침이 오고 세라가 먼저 사람들을 챙겼다. 가기 전에는 미웠던 사람들이 다시 보니 너무나도 반가웠다.
“같이 갈 걸 그랬어.”
“그러게. 선배도 같이 갈 걸 그랬어요.”
진아의 말에 세라는 밉지 않게 눈을 흘겼다.
“그래도 이렇게 떨어져 있기를 잘 했네. 성진아 씨가 나를 이제 제대로 선배 대접도 해주고 말이야.”
“저 원래 선배 대접 잘 했어요.”
“아니거든요.”
“맞거든요.”
이렇게 투닥거리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보며 웃었다. 다행이었다. 모두 만날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별 일은 없죠?”
“없습니다.”
지웅의 물음에 세라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나마 하나 보고를 드릴 게 있다면 큰 배가 한 척 지나간 적이 있어요. 이쪽은 보지도 않는 거 같지만.”
“항로이기도 하다는 거군요. 배의 종류는?”
“군함 같지는 않았어요.”
“그래요?”
지웅은 입을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 딱히 무역선이 다니는 항로는 아닌 거 같았지만 그래도 배가 다닌다는 게 다행이었다.
“그나저나 다들 여기에 온 건 뭔가 다른 소식이 있어서죠?”
“일단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한국에요?”
“네. 그래요.”
세라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지자 지웅은 헛기침을 했다. 그렇게 좋아할 일은 아직 아니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떤 확답을 들은 것은 아니에요. 우리가 모두 여기에 있을 거라고 말하고 온 겁니다.”
“왜요?”
“왜라뇨?”
“아니.”
세라는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섬이 여기보다 전파가 잘 터지는 거 아니에요? 그럼 더 기다리고 거기에 있으면 되는 거잖아요.”
“아니요.”
지웅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두 번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고 그나마도 되지 않았습니다. 거기에서 더 기다리는 건 그리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세라 승무원과 서준 씨도 여기에 있으니 돌아와야 하는 거고요.”
“가는 길에 우리를 데려가면.”
“안 됩니다.”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지웅의 이런 단호한 모습에 세라는 모슨 말을 더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누가 이 섬에 있다는 확신이 없이도 우리를 구할 사람들이었다면 진작 구조대를 보냈을 겁니다.”
“그렇게 생각을 하시는 거군요.”
“네. 내 생각은 그래요.”
세라는 엷은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다들 이렇게 봐서.”
“그러게요. 건강한 거 같고.”
“그럼. 여기 먹을 것도 많은데.”
정말 먹을 것은 풍성했다. 계절이 바뀔 때 잡히지 않던 물고기들도 시간이 지나니 다시 잡히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또 다른 섬에 생존자들이 있었습니다.”
“다행이에요.”
세라의 대답에 지웅도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죠. 조금 있다가 다들 인사를 하죠.”
“그래요. 그렇게 해요.”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너무 궁금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너무 신기헀다.
“너 몸이 왜 그래?”
“뭐가?”
“뭔가.”
서준은 윤태를 보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한국에 가면 바로 운동해야겠다.”
“그게 지금 할 말이야?”
“그럼.”
“미치겠다.”
윤태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떻게 이 상황에서도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너무나도 신기했다.
“왜 웃어?”
“형 우리 지금 한 달 만에 본 거야. 그런데 그런 사람에게 몸 이야기를 하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해?”
“당연하지.”
서준은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네 매니저야. 너를 케어할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지금 너를 보면 그런 말이 안 나올 걸?”
“이윤태 씨가 뭐가 어때서요?”
듣고 있던 지아가 앞으로 나서며 미간을 모았다.
“지금 이윤태 씨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해요. 그렇게 눈에 보이는 몸매는 아닐지 몰라도 괜찮다고요.”
“아니요.”
서준은 다시 한 번 힘을 주어 대답했다. 그리고 윤태의 몸을 보더니 한숨을 토해내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분명히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이윤태 이 녀석이 가장 많이 인터뷰를 하게 될 거라는 거 모르시나요?”
“알아요.”
“아는데 그래요?”
“아니까 이래요.”
지아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니 무인도에서 그렇게 오래 시간을 보낸 사람이 몸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을 하시는 거예요? 아무리 이윤태 씨가 배우라고 하더라도 그런 일에 관심을 가질 사람 없어요.”
“하지만.”
“됐어.”
윤태까지 이렇게 말하자 서준은 한숨을 토해내면서 영 못 마땅한 표정을 지은 채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이 엄청 나네.”
“형이 너무 약해졌네.”
윤태는 능글맞게 웃으며 서준의 곁에 앉았다.
“잘 지냈어?”
“그래.”
“이게 먼저잖아.”
“맞아요.”
지아도 윤태의 옆에 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서준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없는 사이 너무 가까워졌어.”
“그럼요.”
“사랑하는 사이인데.”
윤태의 대답에 서준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도 이내 엷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오랜만에 보니 좋다.”
“그러게요.”
지아는 서준에 손을 내밀었고 두 사람은 손을 꽉 잡았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기회가 생길 거예요. 우리들이 여기에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고 온 거니까요.”
“그거만 보고 올 수 있을까요?”
“글쎄요?”
지아는 혀를 살짝 내민 채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적어도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거였다.
“그래도 우리에게 어떤 가능성이라는 게 생긴 거니까. 그거 하나만 보고 이렇게 온 거죠. 반갑지 않아요?”
“반갑죠.”
서준은 밝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세라 승무원이 싫은 거슨 아니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이 있는데 딱히 말할 게 많지 않으니까.”
“그럼 둘이 사귀면 되지.”
“뭐래?”
윤태의 말에 서준은 곧바로 미간을 모았다.
“이봐요. 이윤태 씨. 그런 식으로 짝짓기라도 하라는 거야? 내가 무슨 햄스터도 아니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니.”
“이세라 씨 좋은 사람이야.”
서준의 말에 지아는 싱긋 웃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이제 인사를 해야겠네요.”
“그렇죠.”
서준은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침을 꿀꺽 삼켰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었다.
“그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죠?”
“직접 만나보면 되죠.”
“그렇긴 하죠.”
서준은 목을 살짝 가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계속 이세라 씨랑 있다가 다른 사람들을 만낟고 하니까 걱정이 되기는 하네요. 뭔가 긴장이 되기도 하고.”
“그럴 수 있겠네요.”
지아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윤태를 가볍게 쳐다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 사람 할 말 더 있을 거 같아서요.”
“같이 있지.”
“아니요.”
윤태의 제안에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서준을 보고 짧게 고개를 숙였다.
“그럼 이야기 나눠요. 나는 준비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서준은 헛기침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버지 문제가 있는 거지?”
“그게.”
“다 보인다.”
동호의 말에 재희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고 컵을 만지작거리기만 했다. 동호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더 이상 뭘 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아무 것도 하지 마세요.”
“뭐?”
“아무 것도 하지 마시라고요.”
재희는 그저 밝은 미소를 지을 따름이었다.
“이제 이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네가?”
“네. 이제 저도 어린아이가 아니니까.”
“그렇지.”
동호는 겨우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재희는 어린 아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혼자서 오롯이 이 모든 것을 감내할 수 있을 정도로 어른도 아니었다. 아직은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했다.
“내가 도울게.”
“아니요.”
“왜 그러니?”
“그럼 저는 달라지지 않아요.”
재희의 말에 동호는 한숨을 토해냈다.
“달라진다.”
동호는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지금 너는 무조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가을 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전혀 달라지지 않는 것이 힘이 될 수도 있어.”
“아니요.”
재희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지금과 같다면 결국 엄마의 꼭두각시로 사는 것이 전부일 거였다.
“그럴 수 없어요.”
“그래.”
결국 소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안 동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그저 옆에서 지켜보는 것 그게 전부였다.
“네가 알아서 해야 하는 거지.”
“고맙습니다.”
“아니다.”
자신이 조금만 더 현명하게 행동했더라면 애초에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었다. 결국 모든 문제는 자신이 시작한 거였다. 딸도 그런 거였고 딸의 가족도 결국 이렇게 만든 거였다. 이제 와서 그 모든 것을 다 돌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 분명한 건 더 망가뜨리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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