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장. 갈등의 끝 1
“그런데 이게 옳은 겁니까?”
“그러게요.”
전문가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 섬에 간다는 게 뭔가 불편한 마음이었다. 이건 너무 위험했다.
“아니 우리에게 연락이 온 섬이 따로 있는데 그 섬을 가지 않는다는 게 이상한 것 아닙니까?”
“그러니 말입니다. 대통령이 알아서 책임을 지신다고 하지만 그게 책임을 질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해군 담당도 한숨을 토해냈다. 그는 대통령의 명령을 들어야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차피 이 모든 것을 감안해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나서는 거라면 조금이라도 가능성을 높이고 싶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연락이 된 섬으로 가야죠.”
“그렇습니까?”
“그게 답입니다.”
전문가의 말에 해군 담당은 미간을 모았다.
“일단 가다가 정하죠.”
“지금 정하는 게 편해요.”
“그래도 말입니다. 우리는 일단 한국에서 명령을 듣고 가는 사람이니까 일단은 그대로 가야 합니다.”
전문가는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 아무런 성과가 없다면 그에게 쏟아질 그 수많은 말들이 걱정이었다.
“사람들이 나를 가만히 둘 거 같습니까? 아니요. 다들 나를 죽이려고 할 겁니다. 왜 아무 것도 하지 못했느냐고 물을 거라고요. 그런 상황을 나 혼자서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까?”
“그렇게 두지 않으실 겁니다.”
“누가요?”
“각하 말입니다.”
해군의 말에 전문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은 채 그를 노려봤다.
“충성심이 강하시군요.”
“군인이니까요.”
“예. 그러십시오.”
돌아서는 전문가를 보며 해군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걱정이 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잘 되어야 할 텐데.”
사람들을 구해야 했다. 그래야 그 누구도 다치지 않을 거였다.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도 아니었기에 걱정이었다.
“나는 싫어요.”
지아의 말이 끝이 나기도 전에 봄이 먼저 나섰다. 지아는 아랫입술을 살짝 물었다. 봄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누군가가 이렇게 말하는데 자신 혼자서 뭔가를 하자고 우길 수 없기에 답답했다.
“그 사람들이 어떤 사람인지 아시잖아요? 그런데 도대체 왜 자꾸 그들을 구하자고 하시는 거예요?”
“그게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까요. 우리는 괴물이 아니니까. 우리가 그들과 같이 뭔가를 해야 하는 거니까요.”
“아니요.”
봄은 입술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지아를 보더니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들 안전 그 누구도 책임을 질 수 없어요.”
“내가 할게요.”
“그쪽이 어떻게요?”
“제가 도울 겁니다.”
“뭐라고요?”
윤태가 뒤에서 말을 보태자 봄은 코웃음을 쳤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뭐라도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에요.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거든요.”
“그럴 수도 있죠.”
지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사람이 다 자신처럼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도대체 우리 왜 자꾸 이것 가지고 싸우는 건지 모르겠어요. 우리는 같은 생존자인데 말이죠.”
“그 생존을 위협하니까요.”
“위협이라고요?”
“그럼 아니에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지웅은 결국 두 사람을 보고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나섰다.
“강지아 씨의 말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그들을 구해야 해요. 그게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고요.”
“도대체 누가 그 사람들을 감당할 수 있는 건데요? 사람을 죽인 사람이 거기에 둘이나 있다고요.”
“내가 할 수 있어요.”
병태의 대답에 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렇게 할 수가 있었던 거면 왜 진작 하지 않았던 건데요? 진작 나서서 아무런 문제도 없이 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그러지 않고서, 이제 와서 그런 말을 한다고 하면 누가 칭찬이라도 해준다고 해요?”
“칭찬을 듣자는 게 아니잖아요.”
“아무튼요.”
지웅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서 그들의 생사에 대해서 물으면 어떻게 할 겁니까?”
“그거야 우리를 구하러 온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면 되는 거죠. 그 간단한 것을 두고 왜 그러시는 건데요?”
“그렇게 되지 않을 거니까요.”
지웅의 덤덤한 대답에 봄은 미간을 모았다.
“그게 무슨 말이죠?”
“몇 번을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거기에 있다는 말. 그 누구도 믿지 않고 구하지 않을 겁니다.”
“뭐라고요?”
“그게 간단한 거니까요.”
지웅의 말에 봄은 입을 다물었다. 지웅은 엷은 미소를 지은 채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기를 모두 바라고 있지만 사실 한국에서 여기로 오고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뭐라고요?”
“당연한 거 아닙니까?”
지웅은 혀를 살짝 내민 후 침을 삼켰다.
“그 동안 우리를 구하러 올 거였다면 진작 왔을 거였습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오지 않고 있죠. 그 말이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른다고 하면 그 순수한 마음에 대해서 더 이상 뭐라고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아주 약간이라도 그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면 뭔지 아실 거라고 믿습니다.”
“그게 뭔데요?”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증거. 그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서로를 쳐다봤다.
“이곳은 가까운 곳이 아니에요. 그리고 한 번 전파가 터질 때 보더라도 그냥 바다로 되어 있습니다. 이곳에 섬이 있다는 것은 자세히 모를 겁니다. 아마 군사시설로 되어있거나 그래서 그렇겠죠.”
“그럼 그 누구도 오지 않는다고요?”
“이제는 올 겁니다.”
우리의 물음에 지웅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가 문자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누구도 반응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이상한 일이니까요.”
“그래도 이건 우스운 일이죠. 답신도 없는데 그냥 그것을 기다린다는 거. 너무 이상한 거잖아요.”
“올 겁니다.”
재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웅은 미간을 모은 채 고개를 저었다.
“표재율 씨 앉아요.”
“아니.”
지웅의 말에 재율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지금 이 사람들의 불안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방법이 있다면 무조건 해야 했다.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알면 한국에서는 무조건 구할 겁니다. 무조건 여기로 올 거예요.”
“그걸 그쪽이 어떻게 확신해요?”
“해요.”
재율은 심호흡을 한 후 고개를 저었다.
“그 이유는 제가 대통령의 아들이니까요.”
재율의 말에 우리의 눈이 커다래졌다. 다들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재율은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제가 여기에 있다는 거 이게 도대체 어떤 효과로 작용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제가 있다면 누구라도 올 겁니다.”
재율은 침을 꿀꺽 삼키고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가 풀었다.
“죄송합니다.”
“그게 진짜였구나.”
나라의 반응에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다. 나라가 이렇게까지 말을 하니 결국 이게 사실이라는 거였고. 모두 재율의 말에 대해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거였다. 지웅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입니까?”
“숨기면 안 되는 거니까요.”
재율은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그러니 우리를 구하러 올 거라는 거에 의심을 갖지 마세요.”
재율의 말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미친 거야.”
“뭐가?”
지웅은 재율을 노려보며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토해내고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다른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 거라고 예상을 한 거야? 그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몰라?”
“알아.”
“아는데?”
“어쩔 수 없죠.”
재율의 대답에 지웅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다니.”
“내가 뭐라고 한들 사람들이 내 말을 들어주지도 않을 거고. 그렇다면 그냥 지르는 게 유일한 답이니까.”
“아니.”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그저 그런 식으로 포기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건 너무 위험했다.
“누가 너를 죽일 수도 있어.”
“뭐라고요?”
지웅의 말에 재율은 웃음을 터뜨렸다.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해요?”
“진심이야.”
하지만 재율과 다르게 지웅의 표정은 진지했다.
“애초에 우리가 왜 이 섬에 온 건지도 모르는 거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안일하게 생각할 수 있어? 그게 어떤 결과를 낳을지. 그리고 어떤 문제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거 아니야? 안 그러냐고.”
“그렇죠.”
재율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게 더 우스운 일일 거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숨기는 게 더 이상한 거예요.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내가 나서서 다 정리가 된 거잖아요.”
“그건 정리가 아니지.”
지웅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다들 혼란을 느끼는 거잖아.”
“그게 그거죠.”
“아니.”
지웅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그 어떤 것도 정리가 된 것이 아니었다. 더 복잡한 문제가 생겨난 거였다.
“너도 알아야 할 거야.”
“이제 나갈 거예요.”
“그래서?”
“그러니까 다른 건 생각하지 마요.”
재율의 대답에 지웅은 미간을 모았다. 아무리 별 것 아니라고 생각을 한다고 해도 이럴 수는 없는 거였다. 이러면 안 되는 거였다. 이게 어떤 결과인 건지. 그리고 어떤 문제인 건지 너무 어려웠다.
“사람들이 뭐라고 할지 두렵지 않아?”
“평생 그렇게 살았어요.”
“뭐라고?”
“나는 세상에 없는 사람이었으니까.”
재율의 말에 지웅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나는 늘 죽어있던 사람이었어요. 한 번도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었어. 그러니까 이걸 가지고 슬프다거나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아요. 그런 생각 자체가 너무 우스운 일인 거지. 그러니까 나를 불쌍히 여기지 말아요.”
“표재율.”
“아무튼 된 거잖아요.”
재율은 씩 웃으면서 어깨를 으쓱했다.
“어차피 누군가가 사람들을 흔들었어야 하는 순간이었어요. 그들의 마음을 정리할 수 있는 걸로는 최고였던 거 같은데요?”
“잘나서 좋겠다.”
“그럼요?”
재율의 말에 지웅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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