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장. 갈등의 끝 3
“지금 그쪽이 하는 말을 한국으로 돌아가면 모두에게 말할 겁니다. 이 나라가 얼마나 콱 막힌 나라인지. 그래서 사람들을 구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를 도대체 어떻게 날렸는지 말할 겁니다.”
전문가의 차가운 말에 해군은 미간을 모았다.
“실패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뭐라고요?”
“실패라고 믿는군요.”
전문가는 침을 꿀꺽 삼켰다. 해군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입을 내밀었다.
“나는 단 한 번도 우리가 실패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무조건 성공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더 가능성이 높은 곳에 가자는 것 아닙니까? 살기 위해서.”
“아니요.”
해군은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무조건 구할 거였다. 그것이 다른 방향이라고 하더라도. 비록 전문가랑 싸울 수밖에 없다고 하더라도 물러날 수 없었다. 물러나서는 안 되는 거였고 물러날 수도 없는 거였다.
“나는 당신처럼 구조 전문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나는 해군입니다. 나도 구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이건 군사 작전이 아닙니다.”
“맞아요.”
전문가는 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해군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대한민국 군대가 나서는 일이고, 이곳은 미군이 관리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군사 작전이 아니라니요.”
“그래서 그렇게 대통령 말만 따른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전문가는 미간을 모은 채 혀를 찼다.
“그게 문제라는 겁니다.”
“무슨 문제죠?”
“그렇게 생각해서는 뭐 하나 해결이 되지 않을 겁니다. 정부에서 그렇게 생각을 하니 문제가 해결이 되겠습니까?”
“해결을 하려고 이러는 겁니다. 그 동안 민간에서는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안 된다는 말만 하지 않았습니까?”
“그거야.”
해군의 말에 전문가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아닌 게 아니었다. 해군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우리가 싸우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그쪽 말을 무조건 따르라는 겁니까?”
“네. 그렇습니다.”
해군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문가는 아랫입술을 세게 문 채 한숨을 토해냈다.
“그거 다른 사람들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모두가 문제라고 생각을 할 텐데. 그래도 그렇습니까?”
“제가 모두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 말에 정말로 책임을 지셔야 할 겁니다.”
“물론이죠.”
해군은 미소를 지은 채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전문가는 미간을 모은 채 그런 해군을 보며 한숨을 토해냈다.
“도대체 이 섬에 있는 사람들은 무슨 비밀이 그렇게 많은 거야?”
진영은 한숨을 토해낸 채 고개를 저었다. 그냥 대충 넘어가고 싶었지만 그렇게 간단한 일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대통령의 아들이라니.”
“신기하지?”
“신기해?”
봄의 말에 진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건 기분이 나빠야 하는 거라고.”
“왜?”
“뭐?”
“왜 그래야 하는 건데?”
“강봄.”
진영은 머리를 뒤로 넘긴 채 한숨을 토해냈다. 이게 왜 아무렇지도 않은 것인지. 진영은 미간을 모았다.
“무슨 말을 더 해도 답이 나오지 않을 이야기는 그만 좀 하자. 그들이 우리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은 거잖아. 자신들만 알고 있는 것이 그리 많은 상황인 거잖아. 그런데 우리가 뭘 해야 하는 건데?”
“그렇다고 미워하는 거야?”
“뭐라고?”
“그거 이상하지 않나?”
“그게 무슨.”
봄의 말에 진영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강봄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냥 네 태도가 이상하다고 말을 하는 거야. 너 지금 너무 이상할 정도로 예민하게 굴고 있어. 그가 누구이건 간에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게 우리와 아무런 관련도 없는 건데. 도대체 그게 우리에게 어떤 문제라도 되는 일처럼 말하는 이유가 뭐야? 그거 그런 거 아니라고.”
“너 너무 관대한 거 아니니?”
“그만 둬.”
진영이 대화를 이어나가려고 하자 봄은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그런 봄의 태도에 진영은 당황스러웠다.
“너 지금 왜 그래?”
“뭐가?”
“일부러 싸우는 사람 같잖아. 도대체 왜 그렇게 구는 건데? 이제 다들 돌아갈 건데 그냥 좋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야? 도대체 왜 그렇게 모든 게 복잡한 거고 어렵게만 생각을 하려고 하는 건데? 그거 너무 이상하잖아.”
“내가 지금 이상하다는 거야?”
“그래.”
봄의 대답에 진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머리를 뒤로 넘긴 후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네가 지금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어.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힘들어 하고 있는데.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너는 지금 너만 생각하는 거잖아. 내 입장 같은 거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거잖아. 아니야? 너 지금 되게 이기적이야. 너만 생각하고 너만 우선이라고 생각하니까 지금 그러는 거라고. 네가 그렇게 감정을 모두 쏟아내면 나는 무조건 받아줘야 하는 사람이야?”
“뭐라고?”
“아니잖아. 나 그런 사람 아니라고.”
진영은 머리를 뒤로 넘기면서 마구 헝클었다. 봄의 말이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서운한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네가 나를 진ᄍᆞ 친구라고 생각한다면. 정말로 좋은 친구라고 생각을 한다면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을 거야. 그렇게 날을 몰아세우면서 바보 취급을 하지는 않을 거라고. 그거 너무 이상한 거 아니야?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너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 네가 적어도 내 편을 무조건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내가 왜?”
“뭐라고?”
“내가 왜 그래야 하는 건데?”
“당연하잖아.”
진영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친구니까.”
“뭐랴고?”
봄은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혀를 입술을 촉인 후 한숨을 토해내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건 전혀 중요한 게 아니야. 너랑 내가 아무리 친구라고 하더라도 그렇게 무조건적으로 일방적인 관계는 계속될 수 없는 거. 나보다 네가 더 잘 알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됐어. 그만 해.”
봄은 이렇게 말하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영은 당황스러운 채 멀어지는 봄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냥 기다려야 하는 거죠?”
“아무래도 그렇죠.”
지웅의 대답에 세라는 볼을 잔뜩 부풀린 채 고개를 저었다. 무조건 기다린다는 게 얼마나 지치는 일인지. 너무 힘들었다. 특히나 승무원이기에 그것을 티를 낼 수가 없다는 게 더 지치는 일이었다.
“선배는 아무렇지도 않으세요?”
“왜?”
“아니.”
“나도 걱정이 되지. 점점.”
지웅은 혀를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짧은 한숨을 토해낸 후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우리가 뭐라고 하건 사람들은 점점 더 동요할 수밖에 없을 거야. 정말로 이곳에 나갈 수가 있는 건지. 아니면 여기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지. 그런 것들은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심지어 그 시간이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 거잖아. 안 그래? 이 상황에서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행동하라는 거. 그게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내가 더 잘 알고 있어. 그래서 미안하고 또 죄송해.”
“선배는 역시 승무원이네요.”
“뭐.”
지웅은 턱을 만지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건 말도 안 되는 거였다. 모든 건 결국 상황이 달라지면 변하는 거였다.
“네가 나를 보고 승무원이 아니라고 해도 달라질 건 없어. 그래도 나는 승무원일 거고. 아무리 부정해도 그건 결국 나를 다르게 만들지 않으니까. 그리고 이 상황에서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무슨 말을 하고 기대를 하고 걱정을 하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더 강해져야 하는 거지.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저도 그래야 하는 건데요.”
“아니.”
이런 지웅의 대답에 세라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킨 후 어색하게 웃었다.
“저는 왜 안 그래도 되는 건데요?”
“이건 너무 힘든 거니까.”
“에이.”
“에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지. 뭐.”
지웅은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이건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런 스트레스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거. 그게 전부였다. 그러지 않고서는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은 모든 걸 해야 하는 사람이었고. 결국 모든 것을 감당해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자신의 직급이 그런 거였다.
“잘 해야 하는 거. 뭐든 다 잘 해야 한다는 거. 그게 너무 힘들어요.”
“그렇지.”
지웅은 별 것 아닌 것처럼 웃었다.
“그러니까 내가 한다고. 너희들에게 이 책임 대신 짊어지우지 않을 거야. 내가 할 수 있는 거. 그리고 내가 해야 하는 거. 그러니까 아무런 걱정도 하지 마.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내가 할 거니까.”
“왜 선배 혼자 멋있으려고 해요?”
지웅은 혀를 내밀었다. 자기 혼자 멋있으려고 한다는 거. 세라는 그런 지웅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응시했다.
“선배 혼자서 다 할 필요 없잖아요. 다른 사람들도 같이 해야 하는 거예요. 왜 혼자서 다 하려고 하는 건데요?”
“여기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이 온 것만 해도 너무나도 다행이야.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지친 상황인지. 우리들은 잘 알고 있잖아. 적어도 우리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서 최소한의 교육이라도 받았어. 최악의 상황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고. 하지만 사람들은 그러지 못해. 생존자들은 아니야.”
“그래서 우리들이 다 하는 거라고요?”
“응.”
“미쳤어.”
세라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미치지 않고서는 못 그래요.”
“그래도.”
지웅은 밝게 웃으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니까 내가 하다는 거잖아.”
“선배!”
“내가 해야 하는 거니까.”
지웅의 대답에 세라는 아랫입술을 세게 물고 고개를 숙였다.
“강지아 씨 계속 나를 피할 겁니까?”
“네? 내가요?”
“지금도 피하고 있잖아요.”
윤태의 말에 지아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건 피하거나 하는 게 아니었다. 당연한 거였다.
“내가 이윤태 씨를 미워하는 게 아니잖아. 이제 다시 돌아가면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잖아요.”
“그게 우리가 지금처럼 있지 못한다는 건가요?”
“당연하지.”
지아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떡였다. 윤태는 머리를 살짝 긁적이더니 한숨을 토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그건 아니죠.”
“뭐가 아닌 건데?”
“강지아 씨.”
“자기 너무 유치한 거 아니야?”
“뭐라고요?”
지아의 말에 윤태는 미간을 모았다. 유치하다니. 지금 자신은 진지하게 바라보는 중이었다. 이 모든 게 너무나도 중요한 거였다.
“나에게 강지아 씨는 정말로 중요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 중요한 사람이 지금 너무 이상한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지금 화도 내지 말고 그냥 네. 네. 이렇게 하기를 바라는 겁니까?”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지아는 한숨을 토해내며 머리를 뒤로 넘겼다.
'★ 소설 완결 > 어쩌다 우리[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65장. 새로운 희망 2] (0) | 2017.10.26 |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64장. 새로운 희망 1] (0) | 2017.10.26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62장. 갈등의 끝 2] (0) | 2017.09.20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61장. 갈등의 끝 1] (0) | 2017.09.20 |
[로맨스 소설] 어쩌다 우리 3 [60장. 사람들 4] (0) | 2017.09.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