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장. 새로운 희망 1
“아직 아무런 사인이 오지 않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비서관의 대답에 대통령은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왜?”
“아마 이제 배터리가 부족하거나 전파가 터지지 않는 곳에 있는 거 같습니다. 실제로 그들이 알린 장소와 우리에게 메시지를 보낸 곳은 다르니까요.”
“그렇지.”
대통령은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었다. 다 알고 있는데 불안했다.
“그들을 찾을 수 있겠는가?”
“최선을 다 하고 있을 겁니다.”
“최선이라.”
그저 최선을 다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더 잘 해야 하는 거였다. 더 잘 하고 또 잘 해야 했다. 그게 당연한 거였다.
“그 사람들을 구해야 합니다.”
“구할 겁니다.”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비서관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그 누구도 이 말에 대해서 확신에 찬 채 말을 하지 못할 거였다.
“이제 신이 필요한 순간입니다.”
“신.”
대통령은 쓴웃음을 지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 말도 안 되는 것에 매달려야 한다는 게 현실이었다.
“그게 답인가?”
“그게 답입니다.”
“이게 답이라.”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토록 무능력하게 자신이 느껴질 줄 몰랐다.
“사고 원인은 파악이 됐나?”
“버드스트라이크가 확실한 거 같습니다.”
“고작 새 몇 마리에.”
대통령은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테러 같은 일이 아니라서 다행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너무 허무했다.
“미국 쪽 입장도 그렇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미국 입장도 그러하면 사실이겠군.”
한 번 더 확인을 해야 하는 곳이 그 어떤 도움도 주지 않은 곳이라는 것은 답답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이제 쉬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아니.”
비서관의 물음에 대통령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안색이 많이 나쁩니다.”
“괜찮네.”
비서관이 다시 한 번 말하자 대통령은 더욱 목소리를 키운 채 고개를 저었다. 지금 여기에서 쉴 이유는 없었다.
“내 몸은 내가 알아.”
“지금 무리하시는 거 같습니다.”
“그렇지.”
이것까지 부정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내가 지금 무리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장담하는데 이게 내 정치 인생의 마지막이 될 거야. 그런데 내가 망설이고 앞으로 나서지 않을 이유가 도대체 무엇이겠는가? 그런 건 없지.”
“하지만.”
“정말 괜찮아.”
“알겠습니다.”
비서관은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말을 하는데 자신이 다른 말을 할 것은 없었다.
“그럼 나가있겠습니다.”
“그러게.”
비서가 나가고 대통령은 한숨을 토해내며 미간을 모았다.
“도대체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 그저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도대체 왜 그러는 겁니까?”
“뭐가요?”
“강지아 씨.”
지아의 간단한 대답에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일부러 나를 화나게 하려는 사람처럼 행동하잖아요. 굳이 나를 위해서 그럴 이유는 없어요.”
“그런 거 아니에요.”
지아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냥 서 매니저 말을 들으니까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다는 거 알아서. 이윤태 씨를 위해서 그럼 안 되는 것을 알아서. 그래서 그러는 거예요. 다른 의미. 다른 이유 같은 거 하나도 없어요.”
“그거 너무 웃긴 거잖아요.”
윤태는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자신을 위해서 자신을 힘들게 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강지아 씨가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강지아 씨 스스로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 섬에서는 그렇겠죠.”
“뭐라고요?”
“이 섬을 나가면 달라져요.”
지아의 말에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무슨?”
“아니에요?”
“아닙니다.”
지아의 반문에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이 섬을 나간다고 해서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지지 않을 거였다.
“내가 여전히 강지아 씨를 좋아하고, 강지아 씨도 나를 좋아하는데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을 하는 겁니까?”
“아무리 그래도 변할 수밖에 없어요. 그건 당연한 거죠. 나를 위해서도. 그리고 이윤태 씨를 위해서도.”
“뭐라고요? 이해가 가지 않아요.”
윤태는 아랫입술을 세게 문 후 고개를 푹 숙였다.
“지아 씨는 지금 되게 이상한 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서로를 좋아하는데. 서로에게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 사람을 피한다는 거. 그걸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것으로 말한다는 거. 그거 자체가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 생각 정말 말도 안 되는 생각이라는 거 모르는 겁니까?”
“그런데 이게 현실인 걸?”
지아는 애써 침을 꿀꺽 삼키고 단호하게 말했다.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현실이라고요?”
“여기는 현실이 아니잖아요.”
지아는 주위 숲을 돌아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그러니 현실로 나아가자는 거죠.”
“아니요.”
지아는 고개를 숙인 채 단호히 대답했다.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렇게 바로 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윤태 씨도 알고 있고. 나도 이미 알고 있는 거. 그걸 왜 자꾸 이윤태 씨가 모르는 척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부탁이에요.”
지아는 힘을 주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이윤태 씨가 너무 좋아요. 지금도 안고 싶고 당신하고 같이 있고 싶어. 그런데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우리가 알고 있잖아. 우리는 더 이상 어린 아이가 아니니까. 그러니까 이상한 말을 하지 마요. 이윤태 씨. 만일 우리 두 사람을 위해서 한 이 일로 인해서 이윤태 씨 인생이 달라지면요?”
“그게 뭐가요?”
“이윤태 씨. 제발.”
지아는 윤태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 마요.”
“강지아 씨.”
“제발 그러지 마요.”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숙였다.
“강지아 씨가 굳이 그럴 이유가 없다는 거 알지 않습니까? 그냥 우리 두 사람의 감정이 중요한 겁니다. 그리고 나 이제 한물 간 배우에요. 나에게 더 이상 사람들이 관심을 갖지 않을 거라고요.”
“이윤태 씨가 왜 한물이 간 사람이에요. 아니에요. 우리 두 사람 모두를 위해서 이러는 거예요. 사람들이 뭐라고 할 줄 알고 있으니까.”
“뭐라고 할 거 같은데요?”
“이곳의 모든 것이 궁금해지겠죠.”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며 자신의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지아가 왜 이렇게 자신을 걱정하는 건지 답답했다.
“내가 강지아 씨를 사랑한다고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 강지아 씨가 내 곁에 있어야 한다고요.”
“이윤태 씨 이렇게 된 거 나 때문이잖아.”
“뭐라고요?”
“여기에 온 거 나 때문이잖아.”
“아니요.”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지아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아직도 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윤태는 지아를 꼭 안았다.
“그러지 마요.”
“이윤태 씨야 말로 이러지 마요.”
“아니요.”
지아가 밀어내려고 했지만 윤태는 지아를 안은 팔에 힘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저었다.
“도대체 왜 그래요?”
“뭐가요?”
“왜 그렇게 미운 말만 할까?”
“내가요?”
“그래요. 강지아 씨가요.”
“나 안 그랬어요.”
“거짓말.”
“거짓말이라니.”
“내가 얼마나 강지아 씨를 좋아하는데.”
윤태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따. 그리고 짧은 한숨을 토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지아의 눈을 응시했다.
“나는 이 사고가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뭐라고요?”
“그 누구도 다치지 않았어요.”
“그게 무슨 다행이에요?”
“물론 사망하신 분들도 있죠. 하지만 이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아무 문제 없이 살아난 거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요?”
“그러니까 미안해하지 말라고요. 제발.”
윤태는 몸을 살짝 떨어뜨리고 고개를 저었다.
“왜 그래요?”
“미안하니까.”
“아니요.”
지아의 사과에 윤태는 힘을 주어 고개를 저었다.
“강지아 씨가 한 거 아니잖아요. 데스크에서 한 거라면서요. 그런데 왜 이렇게 미안해하는 건데요?”
“그래도 애초에 내가 작성한 기사가 맞아요. 도대체 왜 자꾸 나에게 이런 말을 시키는 건데?”
“시킨 사람 없어요.”
“아니요. 있어요.”
지아는 입술을 꾹 다물고 윤태를 응시했다. 그리고 한숨을 토해낸 후 머리를 뒤로 넘긴 후 아랫입술을 세게 물었다.
“이윤태 씨가 그래.”
“뭐라고요?”
“지금도 그러고 있어.”
“강지아 씨.”
지아는 혀를 내밀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침을 꿀꺽 삼킨 후 입술을 한 번 꾹 다물었다가 다시 열었다.
“이윤태 씨 사랑해요.”
“나도 강지아 씨 사랑해요.”
“그러니 우리 조금만 거리를 둬요.”
“하지만.”
“어차피 멀어질 거야.”
지아의 단호한 말에 윤태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어차피 멀어질 거라니. 윤태는 한숨을 토해내고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런 말이 어디에 있습니까?”
“그럼 아니에요?”
“아니죠.”
“맞아요.”
지아는 윤태의 눈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멀어질 거야.”
“강지아 씨.”
“그러니 미리 떨어져 있자는 거죠.”
윤태는 침을 꿀꺽 삼켰다. 지아가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너무 힘들었다. 윤태는 심호흡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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